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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해설] 넥슨과 엔씨소프트, 손잡은 이유는?

국내시장의 위기감, 해외시장 시너지 효과 기대

정우철(음마교주) 2012-06-08 23:35:32

넥슨 일본법인이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양사가 내세운 지분 매매의 이유는 엔씨소프트의 개발력과 넥슨 글로벌 플랫폼의 시너지 효과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하자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블레이드 & 소울>과 <길드워 2>의 론칭을 앞둔 시점에서 굳이 김택진 대표가 최대주주 자리를 내주고 넥슨과 손잡은 배경에 대해 갖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선을 해외로 돌려 보면 양사가 이야기하는 전략적인 파트너십이 어색한 일은 아니다. 과거 일본에서는 스퀘어와 에닉스를 비롯해 남코와 반다이, 세가와 사미 등이, 북미와 유럽에서는 액티비전과 블리자드가 손을 잡았던 전례도 있다.

 

당시 해외 게임업체들의 손잡으면서 내세운 논리는 급변하는 게임시장에 대한 위기의식과 글로벌 시장 개척이었다. 각자 경쟁하기보다 힘을 합해 미래를 준비하자는 결단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는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지’ 실천이 매우 중요해진 상황이다.

 

 

■ 외산게임의 PC방 점령, 높아진 위기의식

 

김택진 대표는 이번 주식 매각과 관련해 국내 PC방 게임 점유율 1·2위를 외국게임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실제로 <디아블로 3> <리그 오브 레전드>의 점유율을 합치면 40%에 육박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반면 국산게임들 중에는 PC방 점유율 두 자릿수를 넘는 게임이 없다. 넥슨과 엔씨소프트 게임의 모든 점유율을 합쳐도 20% 미만이다. 엔씨소프트 <아이온>과 넥슨 <서든어택>이 점유율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던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외산게임의 기세가 강하다.

 

<디아블로 3> 출시 후 일주일 동안의 PC방 점유율 변화.(출처: 게임트릭스)

<디아블로 3>의 한국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43만 명이 이른다.

 

해외시장을 중시했던 넥슨은 시장을 다각도로 공략할 MMO 콘텐츠가 필요하다. 엔씨소프트는 콘텐츠는 있지만 이를 운용할 해외 플랫폼 측면에서는 확실한 성과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번 지분 매매의 전략적인 면을 보자면, ‘해외시장에서 더 강해지자’는 의기투합의 결과물로 해석할 수 있다. 마치 <리니지>에서처럼 ‘혈맹’을 맺은 셈이다. 넥슨이 ‘전략적 투자’라고 발표한 것도 양사의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해외시장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경우 국내에서는 각자 플랫폼(넥슨포털, 플레이엔씨)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고, 해외에서는 넥슨의 플랫폼에서 엔씨소프트 게임이 서비스되는 구도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블레이드 & 소울>과 <길드워 2>가 넥슨을 통해 해외에서 서비스된다면?

 

 

■ 넥슨과 엔씨의 상반된 해외 비중

 

국내시장에서는 캐주얼게임과 MMORPG 시장을 양분한 대형업체로 평가받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지만, 해외시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평가는 완전히 달라진다. 넥슨이 해외시장에서 힘을 키운 반면, 엔씨소프트는 고전하고 있다.

 

최근 넥슨은 해외사업 부문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역별 매출 비중(올해 1분기 기준)을 보면 중국이 50%, 한국이 29.2%, 일본이 10%, 북미 4.6%, 유럽 및 기타지역 (6.1%)이다. 전체 매출의 7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넥슨은 일본법인, 미국법인, 유럽법인이 모두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넥슨은 지난 2006년부터 해외매출의 비중을 늘려 왔다. 2006 35%에서 2007 50%에 이를 만큼 중점적으로 해외시장을 키웠다. 2011년 해외 매출액은 8,000억 원 이상으로, 국내 게임산업 전체 수출액의 43%에 해당한다.

 

넥슨의 해외 매출 및 비중 (단위: 억 원)

 

엔씨소프트도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성적표를 살펴보면 결과가 좋지 않다. 올해 1분기 결산자료를 기준으로 엔씨소프트 해외지사 전체가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엔씨소프트의 성장 동력이 국내시장이었고, 2009년부터 진행했던 글로벌 경영의 강화가 생각처럼 잘되지 못했다. 엔씨소프트의 매출 70%는 국내매출이다. 해외매출이 마이너스지만 큰 타격을 받지 않는 이유였다.

 

문제는 엔씨소프트의 이런 매출 구조가 향후 성장과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제는 국내시장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김택진 대표가 지분 매각을 통해 넥슨에 최대주주 자리를 넘겨준 것을 놓고 ‘해외시장을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넥슨으로서는 엔씨소프트의 지분을 인수함으로서 ‘총알’(MMO 콘텐츠)를 얻었고, 엔씨소프트는 자신들의 총알을 쏠 수 있는 ‘무기’(글로벌 플랫폼)를 마련했다. 이제 한 배를 탄 두 회사가 앞으로 어떤 협업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 해외법인 매출 현황. 계속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