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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디아블로3, 아이템도… 고객 서비스도 ‘증발’

아이템 증발 현상 잇따라, 유저들 불만 폭발

안정빈(한낮) 2012-06-12 17:59:10

<디아블로 3> 유저인 A씨는 11일 저녁, 24시간 만에 게임에 접속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맨손으로 서 있는 자신의 캐릭터였다. 황당한 마음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대기시간은 99분입니다”는 기계음만 들렸다.

 

이메일을 보내니 하루 만에 계정 도용 피해 복구메일을 보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계정 도용이 아닌 아이템 증발이라고 되물어도 답변은 똑같았다. 결국 마땅한 방법이 없는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객센터에 계정 도용 메일을 보냈다.

 

복구받는 데 걸리는 예상시간은 현재 약 9. 복구는 롤백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그때까지는 <디아블로 3>를 즐길 수도 없다. 롤백 과정에서 사라진 아이템이 복구가 가능한지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다. A씨는 <디아블로 3>를 그만둬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A씨가 몇 주 동안 어렵게 모은 알짜 아이템이 증발해 버렸다.

 

 

■ 마라톤 점검 이후 아이템 증발 현상 발생

 

<디아블로 3>의 고객대응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의 연락처는 한 시간 이상 기다려도 통화가 어렵고, 이메일은 질문한 내용과 상관없는 답변만 반복된다. 아이템이 사라진 유저는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블리자드는 지난 10일 오후부터 <디아블로 3> 아시아 서버 긴급점검을 진행했다. 게임 진행상황이 제대로 저장되지 않는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 11일 저녁까지 24시간 넘게 서버를 닫고 점검했다. 블리자드는 점검이 끝난 후 공지사항을 통해 0.01%의 아이템이 중복 저장됐으며, 데이터베이스 안정화를 위해 이를 모두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아이템을 복사하지 않은 유저들의 아이템까지 사라지면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경매장에서 구입한 아이템이 사라졌다는 유저부터 자신이 직접 몬스터에게 얻은 아이템이 사라지거나, 경매가 취소된 후 아이템이나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등 오류 상황도 다양하다.

 

현재 공식 홈페이지의 일반 게시판은 아이템 증발에 대한 항의글로 가득하다. 아이템 복사 피해를 입었다는 유저들의 댓글만 수백 건에 달한다.

 

블리자드는 데이터베이스 오류를 인정하고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고객센터 이용? 사실상 ‘불가능’

 

문제는 유저의 아이템이 사라지더라도 마땅히 하소연하거나 답변을 들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15일 <디아블로 3>가 출시된 이후 블리자드 고객센터 전화는 계속 통화 중이다. 통화 대기시간도 99분으로 표시될 뿐 실제로는 2시간 이상 기다려도 통화가 어려울 때가 많다.

 

이메일 문의를 통한 답변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블리자드에서는 아이템 증발을 일괄적으로 ‘계정 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 아이템 증발에 대해 물어도 계정 도용에 대한 복구방법을 담은 답장이 날아올 뿐이다.

 

복구를 신청하더라도 최소 일주일 이상 게임을 즐길 수 없다. <디아블로 3>의 복구방식은 계정을 이전 저장시점으로 되돌리는 방식이라 그 사이에 플레이한 내용은 모두 초기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지사항의 유저 댓글까지 막히면서 블리자드의 의사소통 방식을 지적하는 유저들이 늘고 있다.

 

한 유저는 “43만 명이 동시에 접속한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고객센터 인원부터 늘려야 한다. 아이템이 사라져도 하루 넘게 해결책조차 들을 수 없는 상황인데 게임을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했다.

 

블리자드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일부러 유저 의견을 막고 있다거나 패키지를 팔았으니 더 이상 서비스에는 상관하지 않을 셈이다등의 악의적인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디아블로 3> 한국어 홈페이지 토론장에 쏟아지는 항의글들.

 

 

블리자드 상황 조사 중, 조금만 기다려 달라

 

블리자드코리아는 아이템 증발 현상과 고객센터 인력 부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대응방침을 정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블리자드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유저들의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며 파악이 끝나는대로 대처방법을 알릴 것이다고 답했다. 공지사항의 댓글 차단에 대해서는 유저들이 댓글을 통해 복구를 요청하면서 개인정보가 누출되는 일이 잦아 막아뒀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고객센터 인원에 대해서는 서비스 초반 <디아블로 3>에 맞춰 고객지원팀 인원을 충원했으며 지금도 지속적으로 인원을 늘리고 있다. 원활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해 죄송하고 최대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블리자드코리아는 서버 오류 관련 안내문에 댓글을 못 쓰게 막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