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놀라웠다. 하지만 노력이 아쉬웠다. 지난 7일 감마니아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 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액션 MORPG <코어블레이즈>의 체험회를 열었다. 2010년 도쿄게임쇼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두 번째 체험회다.
체험회에서 직접 플레이한 <코어블레이즈>는 굉장히 독특한 재미를 보여줬다. 언리얼 엔진 3로 구현된 그래픽은 뛰어났고 각종 지형지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전투는 신선했다. 다만 지나치게 긴 던전과 좁은 공격 판정, 느린 딜레이 등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답답하게 다가왔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E3 2012 마지막 날, LA에서 열린 <코어블레이즈> 체험회 모습.
■ 언리얼 엔진 3의 힘, 자연환경을 강조한 그래픽
<코어블레이즈>의 체험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그래픽이다. 언리얼 엔진 3로 개발된 <코어블레이즈>는 굉장히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줬다. 캐릭터는 매끈하고 지형지물은 굉장히 세밀한 곳까지 표현됐다. 소위 말하는 ‘중국식 그래픽’은 <코어블레이즈>에서 찾아볼 수 없다.
환경효과도 일품이다. 캐릭터가 달리면 흙먼지가 일어나고, 물에서 움직이면 위치에 따라 물에 파장이 생긴다. 모닥불에서 피어 오르는 연기와 맵 곳곳에 스산하게 깔리는 안개,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방울도 자연스럽다.
특히 놀란 점은 ‘빛과 그림자의 효과’다. <코어블레이즈>의 던전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어둡다. 하지만 횃불을 들자 자신의 주변부터 차례로 밝아진다. 횃불의 위치에 따라 밝은 부분이 따라 움직이고 주변의 음영이 실시간으로 변한다. 튀어나온 곳은 밝게, 움푹 들어간 곳은 매우 어둡게 표시된다.
밝기의 변화가 굉장히 사실적이어서 횃불을 들고 이동하는 부분만 보면 영화 트레일러로 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체험회 현장에서도 일부 기자들은 <코어블레이즈>를 콘솔게임으로 알고 질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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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몬스터 헌터>의 응용 버전? 독특한 전투
<코어블레이즈>의 진행은 <마비노기 영웅전>의 일반전투 구간과 <몬스터 헌터>의 보스전투를 합친 모양새다. 일반공격과 강공격을 조합해 다양한 공격을 펼칠 수 있으며, 퀵슬롯을 이용해 아이템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던전에서는 길을 따라 이동하며 조무래기 몬스터들을 처치하다 보면 중간중간 보스 몬스터들이 등장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보스 몬스터의 위력이 막강한 만큼 전투의 초점도 대부분 보스 몬스터에 맞춰진다. 기본적인 설명은 이쯤하고.
<코어블레이즈>의 전투는 ‘응용력’이 중요하다. 적에 따라 약점이 정해져 있으며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과 스킬의 위력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무나 좀비 등의 적이 나온다면 바닥에 기름을 뿌린 후 횃불로 불을 질러서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다.
만약 바닥에 물이 고여 있다면 번개 계열의 아이템과 스킬이 효과적이다. 번개가 물을 타고 흐르면서 공격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불을 지른 곳에 부적을 설치해 적의 주의를 끌거나, 섬광탄으로 적의 눈을 멀게 하고, 어두운 던전에서 횃불을 바닥에 늘어 놓아 시야 확보를 돕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체험회에서도 특정 보스 몬스터의 경우 불만 잘 지르면 한 번의 공격도 하지 않고 손쉽게 처치할 수 있을 정도였다.
■ 아직은 답답한 전투. 개선이 필요하다
‘노하우’에서는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였다. 공격 판정과 밸런스가 대표적이다. 체험버전임에도 불구하고 <코어블레이즈>의 전투는 지나치게 길었다. 전략적인 약점 공격을 유도하려는 기획의도 때문인지 평범한 공격으로는 일반 몬스터조차 체력을 깎기 어려웠다.
약간의 대미지만 입으면 모든 동작이 캔슬되는 것도 단점이다. 약점을 공격하기 위해 기름을 뿌리거나 부적 등을 설치할 때 동작이 느린 탓에 툭하면 적의 공격으로 캔슬되기 일쑤였다. 스킬 역시 적의 공격에 맥없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적인 만큼 적이 플레이어보다 약간 높거나 낮은 곳에 위치할 때가 많은데, 공격 판정이 좁다 보니 플레이어의 공격이 여지없이 빗나간다. 동작과 동작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덕분에 캐릭터의 속도는 빠르지만 정작 전투는 답답하게 흘러간다.
던전도 지나치게 길다. 영상에 나온 헌터의 동굴은 중간의 몬스터를 무시하고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약 1시간이 소요됐다. 앞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들이다.
다만 패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만큼 긴시간을 플레이하더라도 손의 피로는 굉장히 적었다. 참고로 <코어블레이즈>의 모든 동작은 Xbox360 혹은 PS3 패드로 구사할 수 있다. 이번 E3 체험회 역시 Xbox360 게임패드를 PC에 연결해 진행됐다.
<코어블레이즈>는 오는 겨울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며 한국 서비스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