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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독일 게임쇼서의 한국업체는?

태무 2006-08-30 22:50:33

독일 라이프치히 게임컨벤션 2006(GC 2006)이 관람객 18만 3천명이라는 유래 없는 흥행 속에 막을 내렸습니다. 수많은 화제가 있었고, 수많은 훌륭한 게임들이 선을 보였죠. 그런데 유독 국산 게임에 대한 소식은 찾아보기 어려우셨을 겁니다.

 

GC 2006에 정식으로 부스를 낸 한국업체는 엔씨소프트 뿐이었지만,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소개된 게임은 꽤 많았습니다. 한국 공동관도 있었고요. 오늘은 TIG에서 조금 소외(?)됐던 한국업체들 소식을 전할까 합니다. 먼저 말씀 드리지만 제 짧은 생각이 많이 들어간 글입니다. (^^) /디스이즈게임


 

가장 눈에 띄는 한국업체는 역시 엔씨소프트였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닌텐도, 코나미, 세가 등과 같은 5홀에 부스를 열고, <길드워: 나이트폴>과 ‘길드워 월드 챔피언십’의 결승전을 치렀습니다.

 

평소 엔씨소프트 부스의 분위기는 그럭저럭’이었지만, ‘길드워 월드 챔피언십’의 결승전이 열렸을 때는 그야말로 '인기폭발'이었습니다! 장소도 좋았죠. 식당가 바로 앞에 부스가 위치했기 때문에, 탁자에 앉아 햄버거를 씹으면서 대형 스크린으로 월드 챔피언십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멋지죠.

 

사실 유럽에서 'e스포츠'에 대한 인기가 높지는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게이머이니만큼 자신이 하는 게임을 ‘신의 수준’으로 플레이하는 선수들, 그것도 ‘라스트프라이드’ ‘워머신’ 등 상위 길드들이 모두 출전한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에 대한 관심은 높을 수밖에 없죠.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덕분에 이번 엔씨소프트 부스는 아무도 무시할 수 없는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평소의 엔씨소프트 부스. 

 

길드워 월드 챔피언십이 열릴 때의 엔씨소프트 부스. 차이가 보이시나요. (^^)

 

 

이번엔 현지 퍼블리셔를 통해 참여한 한국 게임들을 정리해볼까요? 먼저 <워해머 온라인>으로 주목 받았던 GOA 부스에서는 <팡야> <익스트림사커> <건바운드> 등의 한국게임이 선보였습니다. 또 코드마스터즈 부스에서는 <아크로드> <RF온라인>을 나란히 전시하기도 했죠. 반응은 어땠냐고요?

 

냉정하게 말해서 ‘별로’였습니다. 먼저 GOA 부스는 장소 자체가 좋지 않았어요. 한국 게임들이 전시된 방향의 출구가 막혀있어서 그쪽으로 갈 일이 없었고, 바로 옆에 <워해머 온라인>이 버티고 있으니 한국 게임들쪽으로 관심이 가기 어려웠죠. <워해머 온라인> 시연대에 100명이 줄을 서 있었다면, <팡야> <건바운드>는 1명 정도? 그나마 <익스트림사커>는 브라운관을 통해 동영상만 공개했을 뿐 시연대를 준비하지 않았네요.

 

GOA 부스입니다. 사람들이 많죠? 그런데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한국게임이 아니라 <워해머 온라인>이에요. 저 사람들 중에 1/10이라도 끌어들였어도... 아이고!

 

스탭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게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더군요. 한국 직원들이 가 있었더라면....  

 

 

<아크로드> <RF온라인>은 행운이라 해야 할지, 불운이라 해야 할지…. 바로 옆 시연대에서 기대작 <반지의제왕 온라인>이 돌아가고 있는 상태에서 두 게임에 관심을 갖는 관람객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크로드>의 멋진 동영상이 플레이될 때는 많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붙잡았지만, 그 영상이 게임플레이 영상으로 바뀌면 금방 돌아서더군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북적북적한 <반지의제왕 온라인> 시연대와는 너무 비교되는 광경. 그나마 멋진 동영상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습니다.

 

GOA 부스에서 만난 독일인 비쉐 씨는 “<팡야>나 <건바운드>는 3홀이 아니라 2홀(에듀테이먼트=청소년 교육용 게임을 모아놓은 홀)에 전시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죠. 물론 게임을 보는 관점이 다르겠지만, 어쨌든 GC2006에서 위 게임들은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사실 좀 아쉬워요. 위 게임들 모두 게임쇼 출품에 관한 모든 사항을 현지 퍼블리셔에 맡긴 것 같습니다. 한국업체의 직원들은 한 명도 볼 수가 없었거든요(물론 제가 못 만났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업체가 직접 관여했다면 시연대의 위치를 좀더 좋은 쪽으로 잡거나 이벤트라도 준비했을 테고, 이렇게까지 외면 받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이벤트의 인기가 높았던 독일게임쇼의 특성상, <익스트림사커>의 경우 게임모델인 우희용씨의 공연이라도 준비했다면 훨씬 많은 관심을 받지 않았을까요? 혹은 엄청 더웠던 행사장을 감안해 한국식 부채라도 하나 나눠줬더라도 훨씬 나았을 겁니다. 아니, 시연대 옆에서 관람객들의 질문을 받아줄 직원만 있었더라도….

 

행사장이 유럽이라서 참가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마치 방치된 듯한 한국게임들의 시연대를 보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오히려 마케팅적으로 마이너스가 아닐까 싶네요.

 

볼만한 이벤트만 하나 있었더라도, 아니 게임에 대해 물어볼 직원이라도 있었다면... (사진은 <아크로드>의 시연대)

 

 

일반인은 출입이 제한되고, 언론매체 및 업체 관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 부스 쪽으로 눈을 돌려보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공동관입니다. K2네트웍스를 통한 <워록> 부스도 있었지만 규모도 작고 위치도 좋지 않아 안타까웠습니다.

 

한국공동관에는 지스타 홍보관, 네오위즈, 손오공, ITPIA 등 6개 업체가 참여했는데요, 성적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비즈니스 부스라는 것이 계약이 아니라 ‘상담’을 하는 장소이니만큼, 얼마나 성적을 거뒀는지의 성과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겠죠? (^^)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E3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있었지만) 제발 좀 웃어주세요. 검은 양복에 인상 팍 쓰고, 다리 한쪽 꼬고, 고개까지 푹 박고 신문이나 보고 있으면 어디 무서워서 말이나 걸겠습니까?

 

물론 열악한 환경에서 적은 인원이 하루 종일 부스를 지키려면 지루하고 힘들다는 거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기왕 한국공동관이라는 이름을 달고 출전했다면, 좀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았을까요?

 

너무 고생했지만, 미소가 아쉬웠던 한국공동관.

 

참고로 얘기하자면, 같은 비즈니스 부스라도 해외 업체들은 입구에 미인 담당자들이 방긋방긋 웃으면서 앉아있다가, 제가 지나가면 불러 세워서 게임 설명도 하고 회사 홍보도 하더군요(미인이 아쉽다는 게 아니라 그런 분위기가 부럽다는 겁니다 ^^). 마치 일반 부스들처럼 지나가는 사람 손에 팜플렛을 꼭 쥐어주는 아가씨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짜증도 났지만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자세가 멋져보이기도 했습니다.

 

모 한국업체의 부스. 현재시간 오전 11시. 어쩌라고요?

 

결론적으로 GC 2006에서의 한국게임들은 ‘길드워 월드 챔피언십’을 제외하고는,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 같으면 “거긴 콘솔게임만 하니까 온라인게임 부스가 관심을 받을 리 없지!”하며 변명했을 수도 있겠지만,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불타는성전> <워해머 온라인> <반지의 제왕 온라인> 등에 쏟아진 현지의 관심을 생각해보면 이젠 그럴 수도 없죠. 게임성과 홍보 전략에서 뒤졌다고밖에 할 수 없네요.

 

온라인게임종주국이라는 칭호, 아시아에서는 모르지만 유럽에서는 통하지 않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게임들이 세계에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좀더 훌륭한 게임성과 더 적극적인 홍보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올해 TGS 2006과 G스타 2006, 그리고 내년 GC 2007에서 한국업체들의 약진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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