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업체들의 판교 입주가 줄을 이으면서 판교가 ‘게임색’으로 물들고 있다. 게임업체의 이름을 딴 정류소가 생기는가 하면 500m 반경에 10개 개발사가 모인 곳도 있다. 한 건물 너머 하나 꼴이다. 현재 판교에 입주했거나 입주를 고민 중인 개발사만 해도 20여 곳에 달한다. 이쯤 가면 게임업계의 ‘판교 시대’가 온다고 표현해도 무색하지 않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개발사들은 왜 판교를 모이는 걸까? 판교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까? 올해와 내년에 집중되는 판교 입주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판교 시대’를 맞아 궁금증을 풀기 위해 직접 판교에 다녀왔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2013년까지 12개 게임업체 입주
지난해 12월 12일 웹젠은 판교 DTC 타워로 사옥을 이전했다. 이후 엔트리브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 나우콤, SG인터넷, 모모가 판교 입주를 마쳤다. 오는 8월에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할 예정이고, 넥슨, 엔씨소프트, NHN, 네오위즈게임즈도 2013년까지 입주를 마칠 예정이다. 2013년까지 최소 12개 게임업체들이 판교에 둥지를 튼다.
디스이즈게임이 찾아간 판교 현장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엔씨소프트는 지상 12층 규모의 R&D센터를 짓고 있으며, NHN과 네오위즈는 이름 앞글자를 딴 11층 높이의 N-스퀘어 복합빌딩을 올리고 있다. 두 채로 이뤄진 빌딩건축이 끝나면 NHN과 네오위즈가 각각 한 채의 빌딩을 사용하는 구조다.
랜드마크 규모의 독립건물을 세우는 개발사가 많은 만큼 순환버스 정류장에도 각 게임업체의 이름들이 사용되고 있다. 엔씨소프트 정류장을 지나면 NHN 네오위즈정류장이 나오는 식이다. 친숙하면서도 이색적인 풍경이다.
■ 강남에서 20분. 업체 사이 거리도 가까워
입주 초기 우려와 달리 서울과의 거리는 가까웠다. 디스이즈게임이 있는 곳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테헤란로를 따라 게임업체들이 줄지어 위치한 곳이다. 이 곳에서 판교까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은 자동차로 약 20분. 두 번째 터널을 지나자 이내 판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강남에서는 30분 내외, 구로나 신림 등의 주거지역(?)에서도 약 한 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신분당선과 분당선, 각종 직행버스가 오가는 만큼 교통편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입주업체도 대부분 위치 면에서 만족하는 분위기다.
각 업체 사이의 거리도 가깝다. 게임업체들이 모인 판교 디지털밸리의 끝에 위치한 웹젠부터 맞은 편 끝에 위치한 나우콤까지 약 1km 범위 안에 모여 있다. 도보로도 채 20분이 넘지 않는 거리다. 심지어 NHN과 네오위즈게임즈처럼 이웃사촌도 있다. 개발사 간의 유대관계 형성 혹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입주업체들 “편의시설 만족, 교통은 아쉬워”
음식점과 편의시설에 대한 불만도 적었다. 판교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 약 보름이 지났다는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이미 많은 업체가 입주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심시간에 불편을 겪는 일은 없었다”고 답했다. 실제로 판교 디지털밸리 인근의 상가는 너나 할 것 없이 음식점으로 가득 차 있다. 오히려 유명 체인점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손님이 빈 집이 많다는 게 관계자의 이야기다.
입주가격이 서울에 비해 저렴한 만큼 더 넓은 사무실과 더 넓은 회사 내 편의시설에 만족하는 직원도 많았다. 엔씨소프트 R&D센터의 경우 연면적이 종전의 3만m²에서 8.8만m²로 2배 이상 늘어난다. 엔트리브소프트 역시 판교로 이전하면서 개인공간과 회의실 등을 대폭 늘렸다.
다만 버스와 지하철의 배차간격이 길어 자가용 자동차의 필요성이 늘었고, 막차가 빨리 끊기는 탓에 회식이 빨리 끝나거나 강남으로 이동해 회식을 즐긴다는 불만도 있었다. 서울로 들어서는 ‘선택지’가 적어 퇴근길에 도로가 막히기 시작하면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점도 판교의 단점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