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18일부터 인터넷상에서 이용자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이용이 금지된다. 이는 지난 2월 있었던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른 것으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다. 최근 KT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까지 잇따라 일이 벌어지면서 주민등록번호 이용은 점차 금기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 등 상충된 법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회원가입 등의 절차는 이메일 인증으로, 성인 인증은 아이핀, 본인확인 위탁 등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셧다운제를 지키기 위해서 14세 미만~18세 미만의 이용자를 걸러낼 특별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8월 18일부터 시행되는 주민등록번호 사용제한 법안.
■ 셧다운제를 위한 나이 인증은 어떻게?
셧다운제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상충되는 이유는 본인확인 및 나이제한에 따른 규정 때문이다.
현재 가입자의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주민등록번호가 유일하다. 게다가 성인인증과 달리 16세 미만이라는 기준으로 이용자를 구분해야 한다. 기존의 성인인증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지금은 14세 미만 ~ 18세 미만 이용자의 경우 별도로 주민번호를 수집해 셧다운제를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는 18일 이후에는 이를 확인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진다.
아이핀, 휴대폰 인증, 공인인증서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주민등록번호를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다. 따라서 게임업계에서는 실명인증기관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암호화된 코드로 넘겨받아 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 실명인증 서비스, 비용과 소급적용이 큰 부담
엔씨소프트의 경우 회원가입은 이메일 인증만으로 가능하지만,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 등의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이렌24를 통해 실명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엔씨소프트가 직접 주민등록번호를 수집·이용하지 않고, 셧다운제 이행 및 성인인증을 모두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별도로 비용이 든다. 실명정보확인 기관은 이 서비스를 한 건당 10~20 원에 제공한다. 비용은 각 업체가 부담해야 한다. 수만 명 이상이 가입하고 즐기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만만치 않은 금액이 추가로 발생하는 셈이다.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특정 민간기관에 개인정보가 모이고, 그 정보가 대행업체의 영리활동에 쓰인다는 점도 지적사항이다.
더 큰 문제도 남아 있다. 신규 가입자의 경우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면 되지만, 기존 가입자의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폐기할 경우 시스템 적용이 불가능하고, 유저가 개인적으로 전환을 신청해야 한다. 이미 수백만 명 이상의 회원이 등록된 게임업체들의 고민이 큰 이유다.
실명인증 서비스의 경우 수수료가 청구되며, 업체에서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 게임업체들 “일단 준비는 하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나름대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개인정보 인증 대행업체를 통해 셧다운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넥슨의 경우 지난 4월 이후 통합 멤버십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18세 이상 신규 가입자의 경우 이메일 인증만으로 회원가입이 가능하고, 14세 미만부터 18세 미만 이용자는 신용평가원을 통해 인증된 본인과 법정대리인의 데이터를 넘겨받아 처리하고 있다.
8월 18일 이후 넥슨은 기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개인인증을 받을 예정이다. 이 역시 신용평가원 등을 통해 인증된 코드를 전달받아 처리하고, 지금까지 수집된 정보는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만약 기존 가입자가 개인인증을 받지 않을 경우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일부 업체들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임시방편으로 아이핀, 신용카드, 공인인증서를 통한 방법 등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청소년의 경우 나이를 특정해서 구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지금은 게임업체가 직접 주민등록번호를 이용·수집하지 않는 방법이 최선이다. 영업상의 목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불가피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와 업무제휴를 맺는 방법도 고려 대상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임시방편이다.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를 전달받아 개인정보 보호와 셧다운제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마련하고자 한다. 독자적인 시스템을 준비할 경우 이용자의 혼란이 더 가중될 수 있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통일된 시스템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중견 게임업체 관계자는 “일단 유예기간으로 주어진 6개월 동안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시스템을 준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주민등록번호 이외에 셧다운제 등을 지킬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 정부의 지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과 셧다운제 주관부서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제대로된 가이드라인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서비스 업체 지원 방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