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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올해 라그나로크 세계대회 한국대표는 ‘캐삭빵’

한국대표 선발전 개최, 결승에서 역전에 재역전

남혁우(석모도) 2012-08-05 22:03:21

그라비티가 5일 서울 신도림 인텔 e-스타디움에서 <라그나로크> 월드 챔피언십(이하 RWC) 한국대표 선발전을 개최했다.

 

이번 RWC 3차 직업군으로 진행되는 첫 대회로, 팀마다 갖고 있는 직업 구성과 전략전술 패턴 등이 알려지지 않아 선발전 현장의 긴장감이 팽팽했다.

 

지역예선을 통과한 8팀이 참가한 이번 선발전은 8강부터 4강까지는 3판2선승제 토너먼트로 진행됐다. 지각과 선수중복으로 인해 2개 팀이 실격되면서 B조의 국방부 팀과 양민 팀이 부전승으로 4강에 먼저 올랐다. 캐삭빵, 템페스트, 조직거부기, 제네시스가 속한 A조에서는 캐삭빵 팀과 제네시스 팀이 4강에 안착했다. 이후 펼쳐진 4강전을 통해 국방부와 캐삭빵이 결승에 올랐다.

 

 

5전3선승제로 진행된 결승전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한 캐삭빵 팀의 3:2 승리로 끝났다. 결승전 상대였던 국방부 팀은 2011년 한국대표 선발전 준우승, 2010년 우승을 차지한 전통의 강호였다. 반면 캐삭빵 팀은 매년 RWC에 참가했지만 항상 국방부에게 졌던 아픈 과거를 갖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 바뀐 RWC 룰에 맞춰 철저하게 경기를 준비해 온 캐삭빵 팀은 첫 번째 경기에서 미케닉의 자폭을 이용한 새로운 전략으로 수월하게 국방부 팀을 제압했다. 하지만 이후 제네릭을 활용한 국방부 팀의 동빙 공격에 속수 무책으로 당하며 두 번째와 세 번째 경기를 내리 패했다.

 

 

4경기부터 전략을 바꾼 캐삭빵 팀은 국방부 팀의 동빙 공격에 맞서 미케닉 대신 제네릭과 쉐도우 체이서를 내세운 전략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RWC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1등을 한 캐삭빵 팀에게는 상금 300만 원과 함께 챔피언 투구 등 특별 아이템이 제공됐다. 캐삭빵 팀은 올해 말 서울에서 열리는 RWC 2012에서 2년 연속 우승을 거둔 태국을 비롯해 12개국 대표 팀과 세계정상의 자리를 놓고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아래는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한 바포메트 서버 캐삭빵 팀 조성훈 선수의 인터뷰다.


 

한국대표가 된 캐삭빵 팀의 조성훈 선수.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조성훈: 모르는 사람도 많겠지만 우리는 매년 이름을 바꿔 가며 RWC에 참가했었다. 그런데 작년에도 그렇고, 재작년에도 올해 결승에서 만난 국방부 팀에게 패배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래도 이번 RWC는 우리가 자신 있는 3차 직업으로 경기를 한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고, 덕분에 이겨서 무척 기분이 좋다.

 

 

상금으로 300만 원을 받았다. 어떻게 쓸 생각인가.

 

금액은 선수별로 나눌 예정이다. 그런데 나는 우승할 줄 모르고 주변 사람들에게 우승하면 무제한 스테이크 레스토랑에서 밥을 산다고 약속했다. 상금보다 밥값이 더 나갈 지경이다. 그래도 부상으로 받은 아이템이 있어서 만족한다. 애초에 상금보다는 함께 경기를 하는 것이 좋아서 참가했다.

 

 

가장 어려웠던 경기가 있었다면?

 

역시 우리를 매번 탈락시킨 국방부 팀과 맞붙은 결승전이었다. 1경기는 상대방이 미케닉을 상대해본 경험이 적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활용해 상대를 끌어모은 후 자폭하는 전략이 잘 맞아떨어져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우리가 잡았어!” 상대의 주요 캐릭터를 먼저 쓰러트리며 1차전의 승기를 잡은 캐삭빵 팀.
 

하지만 1경기를 너무 쉽게 이기는 바람에 1경기처럼만 하면 될 줄 알고 2경기와 3경기를 안이하게 플레이했다. 이로 인해 제네릭의 동빙 공격을 활용한 상대의 공격에 무너지면서 연속으로 패배했다.

 

이대로는 질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전략을 바꿔야 했다. 다행이 미케닉을 플레이한 팀원이 4개의 캐릭터를 미리 전투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었던 상황이라서 캐릭터를 쉐도우 체이서로 바꾼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7명이 팀이라 한곳에 모이기 어려웠을 것 같다. 어떻게 연습했나?

 

다행히 우리 팀원은 모두 같은 길드라서 한자리에 모이지는 못해도 시간을 정해서 연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팀원 중 한 명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거의 연습을 하지 못한 점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다른 길드원들이 연습을 잘 도와줘서 전체적인 실력이 올라갔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 길드원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팀명이 독특하다. 캐삭빵(캐릭터 삭제를 조건으로 내건 PvP)으로 지은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끊임없이 대회에 출전했는데 우승한 적이 없었다. 적어도 이 정도 각오는 돼 있어야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바포메트 서버에서 ‘캐삭빵’이라는 용어가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이름을 이렇게 붙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제 11개 나라의 국가대표들과 겨루게 되는데 어느 국가가 가장 어려울 것 같은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승을 많이 한 국가의 순서대로 잘한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부터는 3차 전직 캐릭터로 경기를 하는 등 많은 변수가 생겨서 어디가 잘할 것 같다고 말하긴 어렵다. 결국은 연습량에서 판가름 날 것 같은데 최근 한국은 <라그나로크>의 유저가 많이 줄어든 편이라 연습할 상대가 부족하다는 점이 아쉽다.

 

 

마지막으로 <라그나로크>를 즐기면서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난 2001년부터 지금까지 군대를 다녀온 시기를 제외하고 꾸준히 <라그나로크>를 즐겨 왔다. 그만큼 많은 애정이 있고,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마 그들이 모두 <라그나로크>를 그만두지 않는 한 나는 꾸준히 플레이할 것이다.

 

예전에는 그라비티 사무실에 가면 1층에 유저들이 쉴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다양한 <라그나로크> 아이템을 구입할 수 있는 가게가 있는 등 상당히 유저 친화적인 느낌이 강했다. 유저가 건의하면 바로 업데이트되거나 패치가 됐었다.

 

하지만 회사가 멀어지면서 마음도 멀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몇 주 동안 같은 질문을 해도 똑같은 답변만 달리고 반응도 늦다. 직접 찾아가면 그제서야 패치가 이뤄지곤 했다. 그래서 나도 시간이 되면 요즘도 가끔 찾아가곤 한다.

 

정말 끊임없이 <라그나로크>를 플레이하면서 많은 정이 쌓인 만큼 쉽게 떠나지는 않겠지만, 이런 부분은 고쳐줬으면 좋겠다.

 

2012 RWC 한국대표팀 선발전이 열린 신도림 인텔 e-스타디움.

 

한국대표 선발전은 VJ 레나와 이용진 해설의 중계로 아프리카TV를 통해 생중계됐다.

 

 

경기를 하지 않는 선수들도 모여 상대팀의 플레이를 확인하며 전략을 짜는 데 집중했다.

 

“우와~ 모니터다!” 이벤트를 통해 모니터를 경품으로 받고 환호하는 유저.
 

경기 중간중간에는 보스 몬스터 사냥,  몬스터 레이싱, 1억 제니가 걸린 로또 등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됐다.
 

결승전에 앞서 작전회의 중인 국방부 팀.
 

캐삭빵 팀도 모든 팀원이 모여 전략을 짜는 데 집중했다.

 

결승전을 준비 중인 캐삭빵 팀(위)과 국방부 팀(아래).
 

1경기를 내준 국방부 팀은 강호답게 2경기와 3경기에서 내리 승리를 가져갔다.

 

 

“드디어 이겼어!” 캐삭빵 팀이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확정 지으며 환호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