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콤은 게임스컴 2012 개막을 하루 앞두고 개최한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신작 <리멤버 미>를 최초로 공개했다. 가까운 미래, 기억을 조작하며 살아가는 기억사냥꾼(메모리헌터) 닐린의 이야기를 그린 게임이다. 먼저 트레일러부터 보자. /퀼른(독일)=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리멤버 미>의 배경은 가상의 2084년 네오 파리다. 고도로 발전한 기술은 기억의 전송을 가능케 했고, 모든 기억은 ‘메모리아이’라는 기업을 통해 사고팔거나, 다른 기억과 바꿀 수 있다. 물론 원한다면 기억을 소거하는 일도 가능하다. 사실상 모든 기억이 메모리아이의 통제 아래에 있는 셈이다. 개발자는 <리멤버 미>의 세계관을 소설 <멋진 신세계>를 연상시키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지하조직 ‘에러리스트’(Errorist)는 이런 메모리아이의 기억통제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주인공 닐린은 에러리스트에 소속된 기억 사냥꾼이다. 그녀는 다른 이의 기억을 훔치거나 읽어내고, 역으로 주입할 수 있다. 물론 원래와는 다른 기억을 주입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바스티유 감옥에서 어느 날 깨어났다는 것 이외에는. 닐린은 메모리아이에 대항하며 자신의 기억과 관련된 실마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 적의 머릿속을 해킹하며 싸운다!
트레일러 상영 후에는 개발자의 실제 플레이 영상이 이어졌다. <리멤버 미>의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은 액션이다. 닐린은 격투기에 능하며 오른손의 의수를 이용해 다양한 ‘해킹’이 가능하다. 기계장치를 조작해서 문을 열거나 다른 이의 기억을 살펴보고 혹은 조작할 수도 있다. 순찰로봇을 해킹해 경계범위를 보거나 적의 경계구역 혹은 피아를 식별하는 일도 가능하다.
전투에서도 닐린의 이런 능력은 고스란히 발휘된다. 격투 끝에 적을 제압한 닐린은 적의 머리에 과다한 기억을 쏟아부어 쓰러트린다. ‘메모리 오버로드’라는 기술이다. 또는 ‘논리 폭탄’(Logic Bomb)을 이용해 다수의 적에게 한 번에 과부하를 걸 수도 있다.
<리멤버 미> 영상이 최초로 공개된 캡콤 컨퍼런스 현장 모습.
영상의 마지막에는 거대한 헬기에게 쫓기는 닐린을 확인할 수 있다. 닐린은 문을 해킹하고 철제 방호벽을 이동시키며 길을 만들어 나간다. 몸으로는 벽과 난관에 매달리고 오른손으로는 각종 도구를 해킹하는 일이 동시에 이뤄진다. 그리고 어둠 속에 숨어 헬기 근처까지 이동한 닐린이 조종석에 매달려 조종사의 기억을 훔치는 장면이 나온다.
■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억을 조작하라’
<리멤버 미> ‘메모리 리믹스’ 플레이 영상
모든 플레이가 끝난 후 <리멤버 미>의 특징인 ‘기억 재가공’을 다룬 영상이 공개됐다. 순찰로봇을 피해 숨어든 닐린은 보초병의 기억을 훔쳐 목표인 프랭크의 사무실을 찾아낸다. 사무실에 도착한 닐린은 원격으로 프랭크의 기억을 ‘재가공(Remix)하기’ 시작한다.
다른 이의 기억 속에서 닐린은 각종 상황을 편집하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닐린의 목표는 프랭크가 자신이 아내를 죽였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프랭크가 아내와 다퉜을 때의 기억에 접근한 닐린은 거기서 아내에게 술병을 집어던지는 프랭크의 기억을 본다.
기억이 끝난 후 닐린은 다시 기억의 첫 부분으로 돌아가 프랭크의 기억 속에 있는 술병을 바닥으로 치운다. 그리고 다시 기억을 가동시킨다. 지난 기억에서는 술병을 던졌던 프랭크는 이번에는 화를 내다 술병에 걸려 넘어지고 총을 꺼내 든다.
하지만 총에는 안전장치가 걸려 있었고, 프랭크는 부인을 차마 쏘지 못한다. 또 다시 기억을 되감은 닐린은 이번에는 프랭크의 기억 속에서 총의 안전장치를 풀어둔다. 아까와 같은 기억이 반복되고 이번에는 프랭크가 총으로 아내를 쏴버린다.
목적을 달성한 닐린은 기억 속에서 빠져 나오고 프랭크는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다는 기억을 믿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진짜 아내가 바로 옆 방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처럼 <리멤버 미>에서 플레이어는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상대방에게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리멤버 미>의 개발사는 유비소프트와 EA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Dontnod다. <리멤버 미>는 내년 5월 Xbox360, PS3. PC로 발매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