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이즈게임이 주최하고 NHN, DAUM, 한빛미디어,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이 후원하는 게임문화컨퍼런스 ‘게임연구&비평’이 지난 24일로 3일 동안의 행사를 마쳤다.
지난 24일에는 총 5개의 발표로 구성됐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소셜게임, 지하철에서의 스마트폰의 이용 실태, 게임 개발을 끝낸 뒤 남기는 기록인 포스트모템, 게임의 역사와 기록, 게임 분석들이 주제였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게이머들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소셜 게임을 만들라”
엔블릭 서효원 대표는 ‘소셜 게임 유저들이 소셜 게임을 바라보다’라는 제목으로 첫 발표를 맡았다. 그는 최근 ‘유저끼리 도우며 게임을 진행한다’는 소셜 게임의 정의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소셜 게임들의 실태를 꼬집었다.
그는 최근 3년 사이에 소셜 게임은 유저끼리 서로 돕는 방향이 아니라 서로 ‘친구를 이용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퀘스트를 통해 친구에게 도움을 주라고 하며 유저 간 협동을 유도하지만, 정작 유저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인맥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부담스럽게 느낀다는 설명이다.
서효원 대표는 <팜빌>의 성공 요인은 ‘작물을 심어놓고 나중에 확인하면 완료되어 있는’ 게임성이 SNS의 이용 패턴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소셜 게임을 만들 때, 그래픽 같은 부분에 과도하게 투자하기 보다는 유저의 생활 패턴을 고려한 게임을 만들라”고 당부했다.
엔블릭 서효원 대표.
‘지하철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까?’라는 제목의 발표를 맡은 파워블로거 김보상 씨는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관찰했고, ‘내 손 안의 세상’인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패턴을 시간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평균 8초에 한 번 정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역 간격인 1분 20초 정도마다 주변을 둘러본다. 강연자는 “지하철에서 사람을 1분 20초정도 집중시키면 성공이고, 5분 이상 집중력을 유지하도록 한다면 정말 돈이 될만한 앱”이라고 주장했다.
파워블로거 김보상.
■ “유저들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분석하라”
엔씨소프트의 박일 차장은 ‘위대한 게임의 탄생’ 1, 2권을 발행하며 모은 사례를 중심으로 한 ‘위대한 게임개발팀의 개발문화 공통점’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강연 내용은 ‘개발팀 내 비전의 공유’와 ‘FGT(Focus Group Test)의 중요성’이었다.
그는 개발팀 구성원이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이 중요한 이유로 점차 늘어나는 개발 인원을 꼽았다. 그는 <건즈>나 <갓 오브 워 3>를 예로 들며 수 많은 개발팀 구성원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정확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정해 공유하라고 말했다.
이어, FGT를 통해 좋은 게임을 만들었던 사례로 <히어로즈 인 더 스카이>와 <테일즈 런너>등을 소개했다. 강연자는 서서 타기 편한 제트스키를 만들어달라는 사용자들의 요구에 집중하다가 앉아서 타는 제트스키를 개발하지 못한 가와사키의 예를 들며 “유저들이 뭘 원하는지를 정확히 분석하라”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박일 차장.
UXRoom의 허설 대표는 ‘게임분석은 왜 인정받지 못했나?’라는 제목의 강연으로 기존 게임 분석 방법의 문제점을 짚고, 향후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단지 게임성만 좋으면 성공한다는 생각은 개발자들의 착각이라고 말했다. 뛰어난 게임성이 있는 게임이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기도 하는 것은 게임의 품질이 유저에게 곧바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당시의 시장 상황이나 사용자의 경험 등에 따라 유저가 게임을 어떻게 느낄지가 천차 만별이기 때문이다.
강연자는 “게임 분석은 게임성 뿐 아니라 결국 유저를 분석해야 한다”며 유저 의 경험이나 사회 배경 등을 고려하는 관점을 강조했다.
■ “한국 게임의 역사가 사라지기 전에 보존하자”
바닐라브리즈의 오영욱 선임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파란닷컴의 서비스 종료 소식으로 운을 띄웠다. 파란닷컴의 서비스 종료는 전신이었던 하이텔 시절의 자료들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이텔의 게임 제작 동호회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 게임 개발자들이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토론하던 활동 장소였다.
그는 한국의 게임 역사를 증명할 자료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평소 취미로 하던 게임 역사 수집에 박차를 가했다. 그리고 게임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을 보존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렇게 지난 게임 잡지를 모아 스캔하기 시작했고, 이를 다른 사람들이 열람하기 쉽도록 만들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강연자는 “당시 자료들을 없어지기 전에 보존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사실에 손을 대지 않은 자료를 많이 남기고 싶다”며 한국 게임 역사의 보존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바닐라브리즈 오영욱 선임 소프트웨어 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