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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장모님이 자꾸 하트를 보내요…” 애니팡 신드롬

1,200만 다운로드에 동접 200만 명, 국민게임으로 흥행

김진수(달식) 2012-09-19 11:37:14

선데이토즈의 스마트폰게임 <애니팡>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게임은 출시 20일 만에 JCE의 인기게임 <룰더스카이>를 제치고 스마트폰 게임 매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지난 7일에는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최근 iOS용 카카오톡에도 <애니팡>이 들어가면서 다운로드 수는 1,200만으로 뛰어올랐다.

 

<애니팡>의 다운로드 수는 올해 3월 기준 서울시 인구 1,052만 명보다 더 많다. 동시접속자 수는 200만 명으로, 상반기 돌풍의 주역 <디아블로 3>의 최고 동시접속자 60만 명과 <메이플스토리> 최고 동시접속자 62만 명의 3배가 넘는다. ‘국민게임’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9월 19일 애플 앱스토어 전체 무료 앱 순위. <애니팡>이 1위를 지키고 있다.

 

 

■ 카카오톡 통해 연령대를 초월, 급속도로 확산

 

지난 9월 17일 저녁 7시 무렵, 퇴근길에 탑승한 광역도시버스에서 50대 초반의 여성 A 씨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애니팡>을 플레이하고 있었다. 그녀가 <애니팡>을 접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애니팡>을 플레이하라고 보내줬기 때문이다.

 

A 씨는 아들은 문자 메시지 비용이 들지 않는 카카오톡으로 연결돼 있는데, 카카오톡은 학교와 학원에 다니느라 밖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들과 엄마를 이어주는 디지털 고리 역할을 한다. A 씨는 아들이 보내준 <애니팡>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다.

 

A 씨는 “게임이 재미있어서 플레이하는 건 아니다. 오늘 저녁에 아들이 집에 들어오면 <애니팡>을 왜 나한테 보내줬는지, 그리고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물어봐야 겠다. 하트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에 찾아온 <애니팡> 열풍은 반상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8월 25일 서울 신림동에 열린 한 반상회에 참석한 중년 남성들이 요즘 딸과 <애니팡>을 하면서 논다고 슬그머니 스마트폰을 꺼냈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듯 다른 중년 남성과 여성들이 “자기도 한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애니팡>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한 판에 1분밖에 걸리지 않아 모임 중에 플레이해도 큰 부담이 없다. 교회 같은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애니팡>은 세대를 초월한 1분짜리 놀이로 각광받고 있다. 10대와 20대 사이에서도 아는 사람들끼리 등수 경쟁을 하는 <애니팡>은 이미 ‘국민퍼즐게임’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는 사람들을 게임에 초대하고, 순위 경쟁을 할 수 있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카카오 게임으로 다시 불거진 소셜 스팸문제

 

너무 빠르게 인기가 높아지다 보니 생겨난 문제도 있다. 바로소셜 스팸이다. <애니팡>을 하고 있지 않은 친구에게 게임 초대 메시지 등을 보낼 수 있는데, 게임을 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불필요한 ‘스팸 메시지’처럼 여겨진다. 이는 바로 ‘하트’ 때문이다.

 

오락실에서 동전을 넣는 것처럼 <애니팡>을 한 판 즐기려면 하트 1개가 필요하다. 하트를 충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손쉬운 방법이 아는 사람들과 하트를 주고받는 것이다. 하트를 보냈다는 메시지는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상대가 확인하고 다시 하트를 나에게 보내주도록 은근히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 때문에 <애니팡>을 계속 하고 싶은 사람들이 관계망의 지인들에게 하트를 보내게 된다.

 

물론 <애니팡> 앱에서 하트 받기를 거절하는 설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장모님이 자꾸 하트를 보내니 <애니팡>을 차단할 수가 없다”는 한 TIG 기자의 이야기처럼 인간관계 때문에 무조건 거절할 수도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트위터에서 <애니팡>으로 검색한 결과.

<애니팡> 초대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견해를 표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미 페이스북 등에서 서비스되는 소셜게임에서 일어났던 문제이기도 하다. 아직 소셜게임을 접해보지 못한 사용자들이내가 보낸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귀찮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기보다 당장 게임에서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킨 <애니팡>은 ‘소셜게임’의 파급력과 동시에 고질적인 문제도 보여주었다. 앞으로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의 행보와 함께 <애니팡>의 롱런 여부가 주목된다.

 

이렇게 계속 메시지가 쏟아지면 반가움보다는 짜증이 앞서게 된다.

 

 

 


 

<애니팡>은 어떤 게임?

 

<애니팡>은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스마트폰 퍼즐게임이다. 동물을 움직여 가로나 세로로 세 마리 이상 붙이면 동물들이 사라지면서 점수가 오른다. 1분이라는 제한시간 안에 얼마나 더 많은 점수를 낼 수 있는지 겨루는 게임으로, 콤보 요소가 강조돼 있어 연속으로 동물을 맞추면 더 많은 점수를 기록할 수 있다.

 

<애니팡>의 가장 큰 재미 요소는 카카오톡 친구들 사이의 순위 경쟁이다. 도전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는 전체 랭킹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친구와 점수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