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동안 등급심의 민간이양에 어려움을 겪은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정병헌 의원실 주최로 1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계속 미뤄지는 게임위 민간이양에 대한 방향을 묻고, 더 나은 게임물 심의방법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참석자 대부분은 게임위의 게임물등급분류 업무의 조속한 민간이양에는 찬성했지만, 그 외의 주제에는 다소 이견을 보였다. 특히 사행성게임에 대한 정책방향은 참석차마다 극명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 민간과 국가, 누가 사행성게임 심의에 더 적합한가?
토론회를 주최한 전병헌 의원은 한시적인 조직으로 신설된 게임위의 등급분류 업무 민간이양이 세 차례나 연기된 상황이라며 운을 띄웠다. 그는 “사실상 사전심의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의 등급분류와 사행성 심사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게임위의 조속한 민간이양을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박순태 문화콘텐츠산업실장은 이미 아케이드게임을 제외한 모든 분야는 민간이양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다만 사행성 문제가 있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아케이드 게임 심의는 아직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행성게임의 심의를 민간에 이양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아케이드게임의 사행화를 우려한다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과거 게임물 심의를 담당했던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문화부가 건의한 상품권 과다배출 방지 정책을 도입하지 않아 <바다이야기>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던 전례가 있다. 문화부는 게임물 민간심의에 대한 사후지원과 사행성게임 심의 민간이양 유보 내용을 담은 안건을 10월 말까지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병헌 의원은 기기변조가 빈번한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시장에서 게임위의 현재 구조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냐며 반문했다. 현재 게임위는 불명확한 심의기준으로 많은 지적을 받아 왔고, 사법권이 없어 단독으로 불법 게임물 영업장의 적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 의원은 게임물 심의는 100% 민간에 이양하고 정부는 사후관리에 주력해야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 사행성게임 심의의 민간이양을 미루는 문화부·게임위의 정책과 달리, 플랫폼별 민·관·학 협동 심의기구를 만들고 문화부는 심의 업무에서 벗어나 불법 게임물 단속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상정한 상태다.
■ “명확한 심의기준이 필요하다”
이번 토론회는 사행성게임에 대한 불명확한 심의기준을 꼬집은 자리기도 했다. 한때 게임위 심의위원이었던 세종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김동수 교수는 명확하지 않은 법 규정과 심의위원의 전문성 부족 때문에 많은 업자들이 심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상대적으로 심의기준이 느슨한 전체 이용가 아케이드게임은 기기변조 등을 이용해 손쉽게 사행성게임으로 재탄생된다” 명확하고 엄격한 심의기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포츠조선 남정석 기자는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그는 명확하지 않은 심의정책 때문에 게임위가 그들이 가장 견제하는 확률형 아이템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업자로선 기준을 명확히 알 수 없으니 심의결과가 복불복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심의를 통과하기 위해 대행사까지 고용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명확한 기준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이외에도 “게임물 등급분류와 사행성 심사를 한 단체에서 전담하는 것이 아케이드게임 심의의 문제”라는 게임위 전창준 정책지원부장, “세계의 게임등급기관이 표준 기준을 논의하는 동안 아직도 한국은 민간이양 문제로 진통 중”이라고 지적한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 등 많은 게임산업 관계자들이 토론을 합께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전창준 정책지원부장(왼쪽)과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