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도쿄게임쇼(TGS) 소니 부스에서는 평소 게임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체험공간이 하나 마련돼 있었습니다. 바로 대형 모니터 대신 소니의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HMZ-T2’를 쓰고 다양한 신작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죠.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란 안경을 쓰듯 디스플레이가 달린 디바이스를 머리에 쓰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변기기입니다. 소니는 작년에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첫 제품인 HMZ-T1을 출시했는데요, 이번에는 후속작인 HMZ-T2를 선보였습니다.
이렇게 뒤집어 쓰고 게임이나 영상을 즐기는 주변기기입니다.
■ 눈앞에서 펼쳐지는 초대형 극장
HMZ-T2에는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0.7인치 크기의 OLED 패널이 하나씩 장착돼 있습니다(참고로 이 패널의 해상도는 1280X720입니다). 얼핏 보면 굉장히 작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 디스플레이를 써 보면 그런 생각은 바로 사라집니다. 마치 극장의 초대형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게다가 HMZ-T2는 3D 입체영상도 지원합니다.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각각 다른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에 별도의 안경이 없어도 3D TV나 극장보다 훨씬 깔끔하고 선명한 3D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HMZ-T2를 쓰고 <어쌔신 크리드 3>를 플레이해 봤는데요, 대규모 해상전에서는 마치 아이맥스 극장급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3D 입체효과를 누리는 듯한 박력이 느껴지더군요. 화질에 있어서도 별다른 불만이 없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 좋은 착용감, 안경을 쓴 상태에서도 체험 가능
HMZ-T2는 사진만 놓고 보면 많은 분들이 ‘저거 무겁지 않나?’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직접 써 봤더니 무겁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헤어밴드로 머리에 꽉 고정하니 별다른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고 착용감도 편했습니다. 적어도 체험시간인 약 15분 동안은 무게나 착용감에 대한 불편함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또, 눈 아래쪽으로 살짝 빈공간이 있기 때문에 게임 화면 외의 시야 확보에도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영화나 게임을 즐기면서 주변에 있는 사물을 집거나, 게임패드를 찾거나, 혹은 팝콘을 먹는 등의 행동에 무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HMZ-T2를 쓰고 헤드폰까지 뒤집어쓰면 완전히 나만의 공간 속에서 게임을 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 27인치 모니터보다도 박진감 넘치는 영상
저는 대형 모니터를 선호하는 편이며, 대작 콘솔게임은 항상 큰 화면으로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HMZ-T2는 여태까지 접한 어떤 디스플레이보다도 ‘체감상’ 가장 큰 화면에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매력적이더군요.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화면 구석구석을 살펴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TV나 모니터를 예로 들면, 우리는 화면 좌우상하의 구석진 곳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눈동자가 아닌 고개를 직접 돌려서 확인합니다. 하지만 HMZ-T2는 구석진 곳을 확인하고 싶다면 반드시 고개가 아닌 눈동자를 움직여야 합니다(디스플레이가 계속 눈앞에 고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게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인터페이스와 체력 등을 확인할 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상당히 불편합니다.
HMZ-T2는 오는 10월 13일 일본에서 발매될 예정입니다. 이전 제품인 HMZ-T1이 국내에서도 발매된 전례가 있는 만큼 아마 국내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HMZ-T2의 가격은 7만 엔(약 100만 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습니다(오픈 프라이스, 일본 예약판매가 기준).
/도쿄(일본)=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