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강제 셧다운제) 관련 게임물 평가 공청회’가 28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렸다.
여성가족부(이하 여성부)가 주최하고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이 주관한 이번 공청회는 지난 11일 발표된 ‘강제 셧다운제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 세부안’(이하 평가안)의 목적과 수립과정을 설명하고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였다. 여성부가 주최하는 공식 의견수렴 일정의 마지막 행사였지만 각계의 의견 차이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 여성부 “평가안 전면 재검토는 없다”
공청회는 평가안을 개발한 서울대학교 김동일 교수와 중앙대학교 유홍식 교수의 발제로 시작됐다. 평가안의 개발목적과 과정을 발표한 김 교수는 “전문가들이 몇 달 동안 합리적인 개발·검증 과정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이들이 평가안을 만들었다는 논란을 일축했다.
평가안의 활용방안을 설명한 유 교수는 “평가안은 2년 주기로 결정된 셧다운제 적용대상 심사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가안에 대한 비생산적인 비난보다 어떻게 평가안을 개선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 교수의 발언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정윤재 사무관은 “전문가들이 몇 달 동안 만든 평가안을 보고 대중이 며칠 만에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라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평가안의 ‘오류’만 수정해서는 업계와 대중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여성부에게 평가안 개발을 처음으로 되돌려 초안을 공개하고, 업계와 대중을 개발과정에 참여시킬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문화부의 제안은 예산과 시간의 문제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성부 청소년매체환경과 김성벽 과장은 정 사무관의 제안에 “정책일정상 평가안을 다시 개발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김 과장은 주무부처인 여성부만큼 평가안에 대해 고민한 곳이 드물다며, “현재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니 평가안 개선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에 맡겨 달라”고 당부했다.
■ “셧다운제 확대” VS “게임산업 고사”
이번 공청회에서는 셧다운제를 확대해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의견과 과도한 규제로 게임시장이 위태롭다는 게임업계의 의견이 충돌했다.
아이건강국민연대 김민선 사무국장은 “셧다운제는 아이가 게임을 못하게 하는 정책이 아니라 업체가 심야에 게임을 서비스하지 못하는 정책이다”고 발언했다. 김 사무국장은 게임을 제외한 다른 어떤 산업도 12시 이후 아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 권장희 소장은 셧다운제를 16세에서 19세 미만으로,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소장은 “심야 게임 이용자의 3.4%가 16세 미만인데 반해 고등학생은 19.1%에 달한다”며 16세 미만의 6배에 달하는 고등학생이 게임중독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보급률이 낮아 셧다운제 적용이 유예됐던 스마트폰도 학생들에게 충분히 보급된 만큼 유예가 끝나는대로 셧다운제 대상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무선인터넷콘텐츠협회 김효상 회장은 모바일게임의 셧다운제 적용이 국내 모바일게임업계를 고사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국내 모바일게임 개발사 대부분은 셧다운제 시스템을 도입할 여력이 없다. 셧다운제가 오히려 규제의 영향을 적게 받는 외국 게임사의 배만 불릴 것이다”고 경고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김성곤 사무국장 셧다운제로는 청소년 문제의 근본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게임 말고는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기업을 무책임하게 만든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사회적 안전망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