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연매출 3,000억 원대의 일본 모바일게임 개발사를 인수했다. 인수에 들어간 현금만 5,000억 원이 넘는 ‘빅딜’이다.
넥슨 일본법인은 일본 대형 모바일게임 개발사 ‘글룹스(gloops)’의 발행주식 100%를 365억 엔(약 5,230억 원)에 인수했다고 1일 발표했다. 글룹스 인수는 지난 6월 ‘인블루’(100% 인수)에 이은 넥슨의 두 번째 일본 모바일게임 개발사 인수합병이다.
올해 도쿄게임쇼 2012에도 출전했던 글룹스는 지난 2010년 초 모바게(Mobage: DeNA의 모바일게임 플랫폼)에 모바일게임을 선보이기 시작한 이후 다양한 히트작을 내놓으며 급성장해 왔다.
■ 연매출 5배 이상 껑충! 모바게 최상급 서드파티
글룹스의 최근 연매출(2011년 7월~2012년 6월, 매년 6월 결산)은 237억5,500만 엔(약 3,400억 원)으로, 전년도 매출(40억4,800만 엔)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났다. 2년 전만 해도 적자를 보던 회사가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 이후 환골탈태했다.
글룹스의 개요. 실적요약을 보면 얼마나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한눈에 들어온다. ※ 이하 자료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입니다.
글룹스는 <대열광! 프로야구 카드>로 대표되는 <대열광> 시리즈, <대전란! 삼국지 배틀>로 대표되는 <대난투> 시리즈를 기반으로 삼국지, 경마, 프로야구, 판타지, 신화 등 다양한 소재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 모바게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성장해 왔기 때문에 해외 진출도 DeNA(디엔에이)와 손잡고 추진 중이다.
‘대○○’으로 시작되는 글룹스의 주요 게임들.
모바게 유저들이 글룹스 게임들에 쓰는 모바 코인(캐시) 총량 그래프 추이.
■ 단숨에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 진입한 넥슨
넥슨의 글룹스 인수는 양사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넥슨은 1일 보유하고 있던 현금으로 글룹스와 거래를 마쳤다. 만장일치와 365억 엔(약 5,230억 원) 전액 현금거래. 양사의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그만큼 맞아떨어졌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일본 게임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넥슨 일본법인이 꽤 오래 전부터 유력한 모바일게임 파트너를 찾아 왔던 것으로 안다. 고민 끝에 모바게나 그리(GREE) 같은 플랫폼 사업자를 제외하고 최근 2년 사이 눈에 띄게 급성장한 글룹스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디지털 게임시장의 대세는 이미 모바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넥슨의 전략은 간명해 보인다. 연간 시장규모 4,000억 엔(약 5조2,000억 원)에 이르는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을 최대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또, 해외 모바일게임 사업 전개를 위해 중요한 기반을 갖추게 됐다.
넥슨 일본법인 최승우 대표는 “글룹스 인수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아울러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글룹스의 모바일게임은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어 올해 안에 북미와 유럽에서 5종의 신작이 출시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음-모바게를 통해 글룹스의 게임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글룹스는 PC온라인게임의 요소를 모바일게임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넥슨의 노하우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되는 이유다.
글룹스는 모바게에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 비해 상대적으로 모바게와 긴밀한 사업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넥슨이 최초로 인수한 일본 모바일게임 개발사 인블루는 그리(GREE)와 가깝다. 인블루와 글룹스를 100% 인수한 넥슨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플랫폼의 사업자들과 모바일게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비중 1%였던 모바일게임 대약진, 넥슨의 체질변화
연매출 3,000억 원이 넘는 글룹스의 인수는 넥슨 일본법인의 연결실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넥슨은 지난 2분기(4~6월) 실적발표에서 2012년 매출을 1,043억 엔(약 1조4,912억 원)으로 전망했는데, 글룹스의 가세로 연매출이 얼마나 높아질지 주목된다.
넥슨은 글룹스 인수에 따른 그룹 매출변화를 예측해 볼 수 있는 추정자료(아래)를 1일 공개했다. 지난 8월 발표된 올해 2분기 매출에 글룹스의 2분기 매출을 더해본 추정 수치들이다. 결과는 놀라운 변화로 나타났다. 일본법인의 넥슨그룹 매출 비중이 30%대로 뛰어올랐고, 플랫폼 매출 비중에서 1%였던 모바일이 24%로 약진했다.
넥슨그룹 연매출의 자세한 수정전망은 오는 11월 초에 있을 3분기 실적발표 때 나올 예정이다.
넥슨 그룹의 2012년 2분기 매출과 글룹스의 2012년 2분기 매출을 합한 ‘추청치’.
넥슨의 PC온라인/모바일 구성비가 확 바뀌는 걸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