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목소리로 조작하는 게임 <게임 개발자를 죽여라>
<게임 개발자를 죽여라>는 여성부 건물에 쏟아지는 게임 개발자들을 학살하는 게임이다. ‘키보드나 마우스를 통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이크로 게임을 조작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게임은 현장에 참여한 취재진에게 20.75점을 받아 가장 불건전한 게임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누렸다. 게임 개발자의 사지가 절단되고 선혈이 흩뿌려지는 잔인성 때문이 아니다. 말 한 마디로 무수한 개발자를 학살할 수 있어서 ‘현실보다 게임에서 내가 더 힘 있는 사람이 됐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3위: 점수와 보상을 뺀 퍼즐 게임 <클리닝 켓>
<클리닝 켓>은 고양이를 출발지에서 목표지점으로 보내는 퍼즐게임이다. 특정 타일을 터치하면 그 주변의 타일이 고양이가 지나갈 수 있는 길 혹은 지나갈 수 없는 벽으로 바뀌는데, 이를 이용해 출발지에서 목표지점까지 갈 수 있는 외길을 만들어 내면 클리어할 수 있다.
클리어한 플레이어에게는 어떠한 점수와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다음 스테이지만 계속 반복될 뿐이다. 그런데 게임을 체험해본 사람들은 “될 듯 말 듯해서 도리어 클리어해 보겠다는 오기가 생긴다”며 게임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다른 사람이 클리어하지 못하도록 외길을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사람이 나타나자, 이를 풀어 보겠다고 나서며 경쟁심에 빠지는 체험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클리닝캣>은 일부 평가자에게 ‘우월감, 경쟁심 유발’ 항목에서 점수를 높게 받아 총점 평균 20.5점을 기록했다.
2위: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게임 <아임 더 몬스터>
<아임 더 몬스터>는 몬스터를 조종해 유저를 사냥당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우월감을 줄 수 있는 요소를 단 하나도 넣지 않았다. 일단 몬스터가 플레이어의 조작을 따르지 않기 때문에 마우스나 키보드로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설령 플레이어가 유저를 처치한다고 해도 더 많은 유저가 몰려오기 때문에 게임오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여성부의 게임 평가 계획표 중 ‘과도한 보상 구조’ 척도 역시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일반적인 게임과 달리 오래 할수록 게임머니, 아이템, 경험치를 잃도록 설계한 것이다.
심지어 플레이어의 캐릭터도 드래곤에서 골렘, 고블린 순으로 점점 약해진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는 조작을 전혀 할 수 없는 허수아비로 전락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기 캐릭터가 아무 것도 못하고 학살당하는 장면을 멍하게 쳐다볼 수밖에 없다. 덕분에 <아임 더 몬스터>는 평가 기준안의 이상적인 점수 12점에 가까운 총점 평균 16.25점을 받을 수 있었다.
1위: 인생을 게임으로 만든 <인생은 시궁쳇바퀴>
<인생은 시궁쳇바퀴>는 자산 10억 원을 장만하려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삼은 게임이다. 게임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룰렛을 돌려 ‘월급’이나 ‘로또’ 같이 돈을 벌 수 있는 이벤트에 당첨돼야 한다.
문제는 돈을 벌 수 있는 이벤트보다 돈을 잃는 이벤트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설령 재수 좋게 돈 버는 이벤트만 계속 당첨된다고 해도 게임의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 자산이 5억 원을 넘기 시작하면 주식 폭락, 꽃뱀의 갈취, 교통사고 등 돈을 잃는 이벤트만 일어나기 때문이다.
게임을 오래 해도 게임머니를 더 많이 벌 수 없다는 점, 게임 속에서 보다 힘 있는 사람이 되기는커녕 더 비참한 사람이 된다는 점, 플레이어에게 무력감을 심어줘 게임을 끄게 만든다는 점 때문에 여성가족부 평가표를 가장 충족하는 게임으로 뽑혔다. 심사위원의 총점 평균은 14.5점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