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개발자컨퍼런스(KGC) 2012 첫날(8일) 중앙대학교 위정현 교수는 ‘넥슨의 천하통일과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전략’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성숙기에 들어선 한국 게임산업의 현재와 미래의 전략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넥슨의 천하통일은 사실상 확정… 다음 인수대상은 한게임이 될 수도”
위 교수는 먼저 올해 한국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소식 중 하나인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인수에 대해 “사실 어떻게 보면 오래 전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 강연을 시작했다.
그가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인수를 예정된 수순이라고 생각한 근거는 넥슨이 ‘자본력을 이용해 유먕한 IP를 확보하고 회사 스케일을 키운다’는 전략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알고 있으며, 또 실천하는 회사라는 점이다.
실제로 넥슨은 지난 2008년 <던전앤파이터>의 네오플을 인수한 이래로 <서든어택>의 게임하이, <프리스타일>의 JCE, <아틀란티카>의 엔도어즈 등 수많은 회사를 인수했으며, 그 결과 2011년에는 한국 게임업계 최초로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등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위 교수는 “이에 반해 엔씨소프트는 개발력에만 의존하는, 어찌 보면 순진무구한 전략을 취했기 때문에 넥슨만큼의 성장을 기록하지는 못했고, 결국 피인수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어찌되었든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이제 사실상 넥슨의 천하통일 직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독과점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이 다음 수순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위 교수는 “넥슨의 다음 인수대상은 한게임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게임이 국내 보드게임 시장 넘버원 사업자인 것은 맞지만, 사행성 이슈로 인해 보드게임만으로는 성장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물론 이는 한게임도 잘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다양한 MMORPG를 퍼블리싱하면서 보드게임 의존도를 줄이려고 노력해왔지만, 잘 알려진 것처럼 모두 실패를 거두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설상가상으로 최근에 한게임은 내부·외부 개발 및 사업조직마저 약해져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이렇게 한계에 부딪혀 있기 때문에 아마 조만간 넥슨과 인수합병에 대한 ‘딜’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사회 인식으로 인해 한국 게임 개발자의 사기가 너무 떨어졌다”
위 교수는 넥슨이라는 절대강자의 등장은 한국 게임산업이 ‘성숙기’에 들어서는 것과 맞물려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게임산업은 기업 간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며, 중견기업의 활력도 떨어지고, 신규 개발사의 창업 시도도 적다. 이는 한국 게임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던 성장의 시기를 마무리 짓고, 명확하게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문제가 되는 점은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다. 최근 3~4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굉장히 나빠졌으며, 적대시하게 되었다. 이는 게임 개발자들의 사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실제로 우리나라 개발자들의 사기는 지금 굉장히 낮은 상태다”고 덧붙였다.
위 교수는 “사실 개발자의 사기란 것은 별 게 아니다. 자식이 ‘아빠 어느 회사 다녀?’라고 물을 때 자신 있게 ‘게임회사 다녀’라고 할 수 있으면 높은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슴을 펴고 이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가족들 앞에서도 ‘IT회사 다녀’라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굉장히 씁쓸한 일이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게임산업은 위기… 소셜과 모바일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위 교수는 현재 한국의 PC 온라인게임산업은 명확한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며, 덕분에 시장의 활력도 많이 사라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과연 소셜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이 이런 활력을 채워줄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위 교수는 한국 게임시장의 특수성으로 인해 소셜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이 새로운 활력이 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며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먼저 소셜게임의 경우, 한국 게임시장은 이미 모든 사용자들이 ‘PC로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것’에 익숙한 상태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북 소셜게임이나 싸이월드 소셜게임 같이 PC로 즐기는 다른 형태의 게임은 자리를 잡을 수 없는 구조라고 위 교수는 주장했다.
그나마 모바일게임은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소셜게임에 비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애니팡> <룰더스카이> 같은 몇몇 성공신화도 등장했다.
하지만 위 교수는 “모바일게임 시장인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 등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강자들이 모두 모이는 시장이다. 게다가 100개의 신작을 내면 그중 2개가 성공할까 말까 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그야말로 다생다사한 시장이라고 할까?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게임 개발사들이 장점으로 갖고 있는 개발력이나 노하우를 마음껏 펼칠 수가 없으며, 성공하는 회사가 있다면 그보다 실패하는 회사가 훨씬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PC 플랫폼을 부정하면서도 그 노하우를 계승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위 교수는 한국 게임시장은 새로운 플랫폼으로의 ‘혁신’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들다면서, 그 이유로 성숙단계에 들어선 PC 온라인게임 시장을 꼽았다.
그는 “일본에서는 그리(GREE)와 디엔에이(DeNA)가 부분유료 방식의 카드배틀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연 2조 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같은 성공신화가 나오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그리와 디엔에이의 모바일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부분유료 방식의 카드배틀 게임을 접하는 유저가 많았기 때문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반면, 우리나라 게이머들은 이미 온라인게임으로 이런 방식의 게임을 수도 없이 접해 봤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에서도 알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게임시장의 혁신과 새로운 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바로 PC 온라인게임시장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으로 이런 PC 온라인게임시장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PC 온라인게임을 부정해서는 안 되며, 온라인게임을 통해 얻은 기술 및 서비스 노하우를 계승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게임산업은 게임 외에도 의학·교육 등 다른 산업과의 융합전략이 필요하다. PC 게임에 사용되는 기술 중에는 교육이나 의학 등에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이런 것들을 보다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또한 동시에 사회 전반에 깔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자들이 보다 높은 사기와 목적의식을 갖고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사회적 방어막’을 구축해야만 한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