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를 보면 음악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훌륭한 매체인지, 가수가 얼마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인지 알려준다. 게임 개발자도 그런 자부심을 갖길 바란다.”
넥슨 프로모션팀 김지원 팀장은 10월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GC 2012에서 ‘나는 게임 개발자다’는 주제로 강연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게임 개발자라는 꿈을 갖고 어떻게 게임업계에 입문했고 이후 10년 동안 어떻게 게임을 만들었는지를 이야기하며 자신이 원하는 꿈을 포기하지 말고 게임의 가치에 자부심을 느낄 것을 강조했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넥슨 프로모션팀 김지원 팀장.
■ 10년 동안 바뀌지 않은 개발자의 꿈
김 팀장은 1988년 아버지가 선물로 준 재믹스를 통해 처음 게임을 접했다. 그는 당시 기존 영화나 만화와 달리 자신의 조작이 반영되는 게임에 흥미를 느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가 게임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파이널 판타지 3>를 만나면서부터다. 이 게임을 통해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게임이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좋은 내용을 담아 감동을 줄 수 있고 그것이 명작 영화나 소설 못지않다는 것을 느끼고 게임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그의 꿈은 바뀌지 않았다.
김 팀장은 어렸을 적 미야모토 시게루의 단순하지만 많은 철학이 담겨 있는 게임을 통해 그가 얼마나 고심했는지 느끼고 <파이널 판타지>의 기획자인 사카구치 히로노부를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게임 개발자라는 꿈이 있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 개발자가 될 수 있을지 방향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당시엔 일본에 개발사가 많으니 일본으로 건너가 취직할 생각도 있었지만 일본어에 막혀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김 팀장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게임을 하고, 영화를 보고, 비평을 쓰기도 했다. 한마디로 놀았다. 그렇게 노는 동안 정량적으로 측정할 순 없지만 이것이 게임 개발자가 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것은 부분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실제로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장래희망이야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단순한 동경이나 망상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었고 포기하기 싫었다, 이것을 위해 다른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언제나 배고픔과 간절함을 잊지 말라
우여곡절 끝에 그는 이스트소프트에 취업했다. 그렇게 원하던 개발자가 되긴 했지만 배운 게 없었기 때문에 실무에는 쓸모가 없었다. 당시엔 회사가 생긴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자신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선배도 없었고 무조건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발전은 없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회사에서 퇴직 권고를 받기도 하고 스스로도 거의 매일 같이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했다. 10년 동안 꿈꿔온 일이고 본인이 잘하고 싶은 일인데도 너무 못하다 보니 방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고 회사를 그만두기 위해 고민하던 중 그는 왜 자신이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었는지 의미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내가 느낀 즐거움을 전달하고 싶었고 그것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 ‘일을 잘해야겠다’, ‘편했으면 좋겠다’, ‘칭찬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김 팀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꿈과 이상을 전달하겠다는 초심을 다시 잡고 게임 개발에 매진하기로 결심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보면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구절’이 있는데 실제로 이뤄졌다. 마음을 다잡은 이후 좋은 사수를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됐고 일도 풀리기 시작했다. 꿈과 동경은 있었지만 간절함이 없지 않았나 하는 반성하게 됐다. 어떤 자리에 있고 어떤 위치에 있든 항상 배고프고 항상 부족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더 넓은 세계로
2006년 김 팀장은 비즈니스를 위해 미국 LA에서 열린 E3 게임쇼에 참가했다. 그 곳에서 한 금발머리의 중학생이 김 팀장에게 그가 만든 게임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했다. 김 팀장은 그 학생의 말에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장르가 MMORPG고 어떻게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뻔한 대답이 아니라 내가 이 게임에 무엇을 담았고 유저가 무엇을 느끼길 바라는지를 표현하려고 하니 막막해졌다. 내가 만든 하나의 작품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게임을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할지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금발머리의 중학생과 대화를 나눈 이후에도 김 팀장은 수 많은 관람객과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게임에 대해 느끼는 것과 자신이 의도한 것의 차이를 직접 확인했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간과한 부분을 깨닫기도 하고 전혀 다르게 해석하는 것에 대해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다.
김 팀장은 E3를 다녀오면서 세계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성장 수 있는 콘텐츠라고 느꼈다. 그래서 같은 해에 열린 도쿄게임쇼에 참가했고 이곳에서는 게임이 생활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기도 하고 콘텐츠가 가진 힘을 체감했다.
이후 그는 유럽, 아시아, 남미 등 80여 개국을 돌아다니며 그들이 어떤 생황을 하고 어떤 삶을 살고 어떤 즐거움을 느끼는지 체험하고 이를 게임에 녹여내려 했다.
■ 게임에 자부심을 갖자
김 팀장은 게임 개발에 자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게임 개발이라고 하면 기술적인 어려움, 한정된 시간, 고된 일, 상대적으로 적은 보상 그리고 부정적인 사회 인식, 어려운 건강관리 등 안 좋은 점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왜 게임을 개발할까? 좋아하니까 만드는 것이다. 게임이 좋고 만드는 것도 좋고, 내가 만드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좋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고 가치가 있으니 그런 것이고 게임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이 가치 없는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게임을 통해 충분히 감동을 받거나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게임에 대한 몰이해가 불러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처럼 규제를 하건 발전을 시키건 간에 우선 게임을 알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게임 관계자들도 게임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게임 개발자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도 허황된 꿈이 아닌 현실적이고 의미가 있는 꿈. 사람에게 즐거움 주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유명한 영화를 본 것이 자랑이 되는 것처럼 게임이 그렇게 되길 함께 꿈을 꾸길 바란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