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게임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전통의 강호였던 콘솔 게임은 이젠 성장한계에 이르렀고, 대신 PC와 모바일이 그 뒤를 매섭게 뒤쫓고 있다. 플랫폼 뿐만 아니라 업체들도 변하고 있다. 소매점 중심의 기존 유통체제는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앞세운 IT업체의 공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굵직한 게임사들은 혼란스러운 시장 속에서 새로운 도전보단 기존의 성공에 기대려 한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을 것 같은 시장이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는 몇 가지 흐름을 엿볼 수 있다. 미국의 게임전문 시장조사업체 DFC 인텔리젼스의 윤인선 애널리스트는 KGC 2012 행사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게임시장 변화 및 트랜드'라는 주제로 이를 설명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2차전이 시작된다. 클라우드 게이밍
"클라우드 게임 업체만의 대결이 아닙니다. 이제는 클라우드 게임과 콘솔 게임의 대결입니다."
올해 7월 소니는 대표적인 클라우드 게임업체 '가이카이(Gaikai)'를 인수했다. 가이카이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이브(OnLive)'는 한달 뒤 모든 자산이 새로운 회사에 매각되었다며 전 직원을 해고했다. 클라우드 게임 분야의 선두를 달리던 두 회사의 소식은 한때 블루오션으로 각광받았던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식게 했다.
하지만 윤인선 애널리스트는 이런 사람들의 인식을 부정했다. 물론 아직도 게이머들이 원하는 언제 어디서든 별도의 절차 없이 인터넷 상에서 동일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클라우드 게임의 구현은 아직 완전치 못하다. 클라우드 게임의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부족한 콘텐츠와 수익모델 또한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가 클라우드 게이밍을 미국 게임시장의 이슈로 선정한 것은 케이블TV 제공자와의 연합 때문이다. 플레이캐스트(Playcast), 씨나우(Ciinow), 아가위(Agawi) 등 후발 클라우드 게이밈 업체들은 타임워너 등의 케이블TV 제공자들과 손잡고 콘솔기기 없이도 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연말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케이블TV 제공자라는 힘이 실렸다고 클라우드 게임이 다시 뜬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TV는 PC보다 더 넓은 유저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완성도만 갖춰진다면 미국의 게임시장은 다시금 요동칠 것입니다."
■ 주류 게임계에 대한 반란? 크라우드 펀딩
<원숭이 섬의 비밀> 개발자의 신작 게임에서부터 가상현실 헤드셋까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는 올해 꿈은 많지만 돈은 없는 개발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주인공 중 하나였다. 윤인선 애널리스트는 이런 게임계의 크라우드 펀딩 붐을 주류 게임계에 대한 거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정의했다.
급변하는 시장 때문인지 최근 대형 게임사의 신작 중에선 기존 IP를 활용하지 않은 것을 찾기 힘들다. 설사 중소개발사라 하더라도 게임을 출시하려면 퍼블리셔로부터 '잘 팔리는 게임'이 되기 위해 크고 작은 간섭을 받게 된다. 그는 이런 시장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개발자와 게이머들이 지금의 킥스타터 붐을 불러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바로 새로운 콘솔 플랫폼 '오우야(OUYA)'다. 오우야는 지난 8월 클라우드 펀딩으로 860만 달러 모금을 성공한 신규 콘솔 플랫폼이다. 오우야는 기존 플랫폼과 달리 열린 생태계를 추구하는 초 저가형(99달러) 콘솔 기기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폐쇄적인 콘솔 생태계를 꺼려하는 인디 개발자들은 물론, 스퀘어에닉스와 같은 대형 게임사에게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만능으로 보이는 크라우드 펀딩도 완전하진 않다. 그것은 크라우드 펀딩이 가지는 '기부'의 성격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부의 개념이기 때문에 기부자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완성품이 나왔을 때의 특전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 문제는 기부한 제품이 대성공 했을 때다. 과연 나의 기부금으로 몇십 배의 수익을 얻은 제품이 나타난다면 기부자는 티셔츠와 같은 특전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윤인선 애널리스트는 이런 기부자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크라우드 펀딩의 롱런을 위해선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콘솔 IP와 모바일을 잡아라
"얼마 전만 해도 게임이라 하면 오락실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게임을 거대한 전용기기에서 손 안의 작은 휴대기기로 옮겨왔습니다. 그리고 기기가 변한 만큼 시장 또한 변하고 있습니다."
윤인선 애널리스트는 게임기기의 변화를 예로 들며, 현재 미국시장은 격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콘솔의 IP와 모바일을 잡는 업체가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콘솔게임 시장은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지만, 콘솔게임의 IP는 아직도 유저들에게 유효하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기기의 성능 때문에 게임구동이 힘든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그는 콘솔의 IP를 다른 플랫폼으로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양하느냐가 게임사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모바일 시장은 현재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이다. 모바일은 아직까지 이윤의 성장세는 높지 않지만, 대신 기존에 게이머가 아니었던 유저조차 게임의 소비자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아는 블루오션은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 듯, 이미 모바일은 그 규모에 비해 경쟁이 심한 시장이다. 윤인선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시장에 대해 "맹목적인 접근보단 장기적인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혼란은 위기임과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유통망과 플랫폼이 다양화된 미국의 게임시장은 중소업체에겐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윤인선 애널리스트는 "이런 시장일수록 작은 회사라도 고객의 욕구만 파악할 수 있다면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하게 말하며 강연을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