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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매스 이펙트 3부작의 교훈, 기획의 진화

KGC 2012: 바이오웨어 프레스턴 와타마니욱 강연

정우철(음마교주) 2012-10-08 20:28:44

<매스 이펙트> 시리즈는 바이오웨어에서 개발한 3부작 SF 롤플레잉게임이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서 게임의 진행이 달라지고, 엔딩도 바뀐다. 그 안에 들어간 텍스트와 시네마틱 영상은 한 사람의 기획자나 게임 디자이너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분량이다.

 

바이오웨어에서 3부작 개발에 모두 참여했던 수석 디자이너(기획자) 프레스턴 와타마니욱은 8일 열린 KGC 2012 강연에서 각각의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바뀌어온 개발 시스템과 이를 통해 얻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가 지난 8년 동안 <매스이펙트> 시리즈를 개발하면서 온몸으로 체득했다는 교훈을 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프레스턴 와타마니욱 수석 디자이너다. 바이오웨에서 <네버윈터 나이츠>의 시스템 디자이너로 게임 개발을 시작했고, <매스 이펙트>를 통해 수석 디자이너로 일을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매스 이펙트>로 팀을 관리하고 운영하면서 게임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 나간 것이다.

 

지금 그는 스토리, 레벨 디자인, 시네마틱 디자인, 게임 플레이 디자인이라는 4개 부서를 관리하는 입장이다. 이들을 관리하면서 게임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수석 디자이너의 임무다.

 

 

<매스 이펙트>의 탄생 시기 권위적 기획 시스템

 

그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수석 디자이너를 <WoW>의 리치왕, 혹은 매드 사이언티스트 같은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게임의 전체적인 기획과 밸런스를 주도하면서 자신의 밑에 있는 개발자들에게 지시하고 결과물을 얻는 위치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매스 이펙트>는 이런 시스템에서 만들어졌다. 48명의 기획자와 190여 명의 개발자가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혼자서 기획하고 이를 문서화한 것만 수백, 수천여 장에 이른다. 세계관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했기에 세계관에 관련된 기획문서만 600여 장이 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게임의 철학과 개발의도, 전투선의 모습과 캐릭터, 전투의 방식까지 모든 것을 문서화해서 만들어야 했다. 결국 게임을 만들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기획서를 만들기 위해서 일하는 입장이 됐다.

 

문제는 시스템이 중앙 집권식으로 고정되어 버린 것이었다. 수석 디자이너가 모든 일을 기획하다 보니 개발자들 사이의 커뮤니티가 단절되고, 기획서에 대한 권위가 생겼다. 다시 말해 기획서가 명령서처럼 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히 개발자와 개발팀의 창의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매스 이펙트>의 개발기간은 4. 게임은 완성됐고 인기도 얻었지만 문제가 생겼다. 차기작을 만들기 위해서 기획을 수정하려면 수백 장에 달하는 기획문서를 변경해야 했고, 이를 혼자서 감당하는 것은 무리였다. 뭔가 변화가 있어야 했다.

 

 

 

권한의 분배와 커뮤니케이션의 단계로 진화

 

<매스 이펙트 2>에 43명의 기획자와 163명의 개발자가 투입됐다. 개발기간은 2. 전작의 개발 시스템과 다르게 기획자에게 권한을 분배하고, 책임은 자기가 지는 형식을 취했다.

 

권한을 분배하고 나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획의 수정과 새로운 내용의 적용이 원활해졌다. 하지만 혼자서 책임을 지게 되면서 각자의 업무에 대한 원활한 분석과 파악이 힘들었다. 문제가 발생해도 어디서 왜 생겼는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매스 이펙트 2>를 개발하면서 프로그래밍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어떤 기획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다시 기획하는 경험을 수없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 이펙트 2>는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유는 권한을 나누어 주고 나서 더 창의적이고 빠른 개발환경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 기획의 문서화 대신 개발자들의 대화를 유도하다

 

<매스 이펙트 3>는 48명의 기획자와 209명의 개발자가 2년 동안 개발했다. 3편에서는 멀티플레이, 즉 온라인 인프라가 처음으로 적용됐다.

 

1~2편까지는 대화와 선택에 따른 결과가 중요했지만, 온라인 환경으로 넘어오면서 여기에 멀티플레이 환경에 따른 일관성 있는 기획이 되도록 개발환경을 만들어야만 했다. 이때 수석 디자이너인 그가 한 일은 각 팀에 비전과 콘셉트를 주는 것이었다.

 

레벨 디자인 팀에는 복잡한 전투를 구성하도록, 시나리오 팀에는 적은 선택을 통한 다양한 결말을 보여주는 식의 콘셉트만을 전달했다.

 

이때 그는 지금까지 문서화했던 기획의 방식을 개발자 사이의 대화로 풀어 나가도록 지시했다. 과거에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논의했지만, 문서를 작성하는 시간에 서로 대화하면서 각 팀의 경험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 수석 디자이너가 팀을 이끄는 방법은?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수석 디자이너인 자신은 콘텐츠를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게임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 필요도 없었다. 다만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파악하기만 하면 됐다. 자신이 제시한 콘셉트에 따라서 이를 검수하면 끝이었다. 당연히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쉬웠다.

 

그는 사람들에게 지시를 하면 그들의 의지가 꺾인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문제를 던져주고 문제를 알아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을 통해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하면 된다. 우리는 오래 같이 일하면서 같은 시리즈를 만든 경험이 풍부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우리 같은 방식을 다른 개발사에서 그대로 응용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대화만으로 일을 진행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때 문서가 없다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는 것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수석 디자이너의 역할을 정의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수석 디자이너는 콘텐츠를 만들지도, 각 부서에 명령을 내리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그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일까? 아니다. 그는 수석 디자이너는 소비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나는 <매스 이펙트> 시리즈를 15번이나 엔딩을 보면서 1,200여 개의 버그를 찾아냈다. 게임에 대한 리뷰를 했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각 부서에 전달해줬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말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지시를 하는 것이 아닌, 팀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것. 이것이 나의 역할임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