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덕 장규식 사운드 디자이너.
“총소리를 직접 녹음하면 비용이 엄청난데 왜 그러냐는 핀잔을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녹음하면서 희귀한 총 하나를 연사했더니 100만 원 이상 들었고요.”
8일 한국게임컨퍼런스(KGC) 2012에서 ‘총기 사운드 녹음 및 프로덕션 과정 연구’를 발표한 레드덕 장규식 사운드 디자이너는 총소리를 녹음하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사격이 허용되는 나라에서 총기를 구해야 하는 일부터 수많은 녹음용 마이크를 종류별로 챙기는 일, 총기사고를 대비해 보험과 안전요원을 구하는 일 등 크고 작은 일이 많았다.
그렇다면 왜 굳이 불편함을 감소하면서 총소리를 직접 녹음하려고 한 걸까? 미국 라스베이거스 인근 사막에서 총소리를 녹음한 <아바>와 <메트로 컨플릭트> 개발사 레드덕의 일화를 통해 그 이유와 결과물을 확인해 보자.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총소리 구하기는 쉽다. 하지만 게임과 어울린다는 보장은 없다”
사실 총소리는 직접 녹음하지 않더라도 구할 방법은 많다. 당장 할리우드로 가면 총소리, 폭발소리 제작에는 이골이 난 스튜디오에 외주를 줄 수 있다. 불법이든 합법이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 공짜로 얻을 수 있는 음원도 넘쳐난다.
다만 그렇게 구한 음원은 1인칭 슈팅(FPS) 게임과 안 어울릴 가능성이 높다. 일단 공짜 음원은 총기 사고를 피해 멀리서 녹음한 것이 많다. 이런 소리를 1인칭 시점으로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에게 들려주면 십중팔구 ‘잡음이 섞여서 직접 총을 쏘는 듯한 느낌을 못 받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외주를 주고 개발한 음원도 문제가 있다. 총소리가 주는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개발자가 스튜디오에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 달라’고 아무리 열심히 설명해도 의도와 다른 소리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레드덕의 특색이 잘 나타난 총소리를 원했던 장규식 사운드 디자이너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던 셈이다.
게임에 어울리는 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44종의 총을 직접 쏴 본 레드덕.
■ “연예인 섭외만큼 힘들었던 총기 대여, 결과는 만족”
직접 총소리를 녹음하겠다는 결심은 섰지만 바로 실행할 수는 없었다. 신뢰할 만한 총기 대여업자를 수소문하고 총소리를 녹음하기 좋은 장소와 날씨를 고려해 일정을 잡는 등 6개월의 사전준비기간을 거쳐야 했다.
특히 총기 대여일정을 조정하는 과정이 까다로웠다. 인기 있는 총기는 세계 각지의 영화사나 게임사가 앞다투어 빌려 가기 때문이다. 장규식 사운드 디자이너는 “스케쥴이 꽉 찬 인기 연예인을 섭외하는 것 같았다”며 당시 바삐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했다.
치밀하게 사전준비를 했지만, 막상 현장에 가니 정신이 없었다. 다양한 총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각종 마이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장전, 단발 사격, 2점사, 3점사, 연사 순으로 녹음하는 등 체계적인 작업 방식을 고안하는 등, 신경 써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바람이 거세지거나 비행기가 지나가는 등 녹음을 중단해야 하는 돌발상황도 종종 일어났다.
다행히 고생한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최초, 해외에서는 <배틀필드 3>의 뒤를 이어 총기별로 16채널로 녹음된 총소리를 얻은 것이다. 또한 다른 게임과 달리 노리쇠에서 직접 터져 나오는 듯한 폭발음을 더해 레드덕만의 총소리를 완성했다.
<배틀필드 3>와 <메트로 컨플릭트: 프레스토> 총소리 비교 영상
새로운 총소리는 <메트로 컨플릭트: 프레스토> 포커스그룹테스트(FGT) 참가자들에게도 호평을 얻었다. 만족감을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까지를 1점에서 5점으로 표시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배틀필드 3>와 <모던 워페이> 시리즈 등 경쟁 게임의 총소리와 비교하는 문항에 전체 24명 중 15명의 테스터가 4점과 5점을 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른 설문 문항에서도 전체 인원 중 절반 정도가 4점 이상의 점수를 줬다.
다양한 마이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사격 소리, 총알이 날아가는 소리 등을 녹음했다.
<메트로 컨플릭트: 프레스토> FGT 설문조사 결과. 각 항목에 4점을 부여해
만족감을 나타내는 테스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