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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멀티플레이 게임 레벨 디자인의 ‘5가지 팁’

KGC 2012: 위플게임즈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

정우철(음마교주) 2012-10-09 18: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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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 디자인. 말로는 쉽다. 맵을 만들고 플레이 난이도를 맞추는 것이니까. 하지만 실제로 이를 맞추기는 어렵다. 이렇다 할 공식이 없기 때문이다. 흔히 밸런스가 잘 맞는다. 게임의 난이도가 적절하다는 반응을 얻는 게임을 흔히 레벨 디자인이 잘 되어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는 게임의 재미와 맞물리면서 유저들의 호평을 받는다. 쉬워 보이지만 어럽기 때문에 수많은 개발자들이 고민한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답이 안나올 때가 많아서. 답은 없을까? 그래서 게임의 재미와 직결된 레벨 디자인의 5가지의 비밀을 공개한 위플게임즈의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의 강연을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위플게임즈 이용태 수석 레벨 디자이너.

 

레벨 디자인의 이론은 많습니다. 하지만 이를 책이나 원리로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레벨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서 다양한 책을 봤다. 그리고 GDC 등을 통해 관련한 많은 강연을 들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굳이 이론적으로 배워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 관련 내용이 많고, 어렵고, 복잡했다. 게다가 영어였다.

 

그는 레벨 디자인의 노하우를 몸으로 체득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레벨 디자이너가 되자마자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안 것이다. 레벨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론을 공부하는 것과 사내 스터디 모임을 통해 의견을 주고 받는 것, 혹은 자신이 만드는 게임을 한 판 하는 것 중에서.

 

 

 

■ 게임을 먼저 이해하고 디자인하라

 

정답은 자신이 만드는 게임은 무조건 먼저 해보라는 것이다. 그는 책을 통해서 레벨 디자인의 원리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대신 자신의 게임을 플레이하고 분석하고 완벽히 이해하는 과정에서 레벨 디자인의 원리를 깨달았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에 대한 이해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아는가를 말한다. 유저가 가능한 동작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또 특수 동작을 한다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구성하는 맵의 디자인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나더데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먼 거리를 점프로 뛰어 넘을 수 있는 특수동작이 있었죠. 그런데 맵의 천장에 머리가 닿으면서 땅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임에 어떤 동작이 있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 채 맵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디렉터와 레벨 디자이너의 서로 다른 게임의 이해에서 온 결과다. 그래서 레벨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서 의문사항도 내놓을 줄 알아야 한다. 드럼통을 쏘면 터지면서 대미지를 입히는 등의 아이디어를 제시한다고 하면, 실제 맵에서는 이것이 어떻게 활용되고 적용되는지 직접 플레이해 보면서 수정, 보완을 거치라는 것이다.

 

 

 

■ 규격을 설정하고 테마에 맞는 플레이를 고민하자

 

 

현재의 게임 개발 시스템은 한 명의 디자이너가 게임의 모든 것을 다루지 않는다. 몇 명에서 수십 명의 디자이너들이 하나의 게임에서 다양한 맵을 만든다. 철저한 분업 시스템이다.

 

때문에 이들이 통일된 오브젝트를 만들고 사용할 수 있도록 규격을 정해야 한다. 만약 규격이 없다면 각자 다른 규격의 맵을 만들고, FPS의 경우 엄폐물의 크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애니메이션의 규격을 정할 수 없게 되면서 전체적으로 맵의 밸런스를 잡기 힘들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규격이 없이 만들어진 맵의 레벨은 수정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다면 이 규격은 누가 설정해야 할까? 바로 레벨 디자이너의 몫이다. 규격을 설정함에 있어서 기획자와 배경 모델러와 협의를 갖고 레벨 디자이너가 규격을 정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게임 플레이에 맞는 테마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고정관념에서 오는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다.

 

그는 많은 개발자들이 맵 제작을 시작할 때 테마와 게임 플레이를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플레이 콘셉트를 근접 전투로 설정하고 테마는 시나리오에 맞게 사막으로 해달라는 요청이다.

 

 

얼핏 보면 문제없어 보이지만 아무런 엄폐물이 없는 사막에서 근접전을 한다는 것은 아무런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반대로 사방이 막히고 엄폐물이 많은 화물선 내부에서 스나이퍼를 적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임 플레이에 맞는 테마는 시가전에서의 돌격소총, 개활지에서의 스나이퍼 등의 콘셉트에 맞는 플레이를 설정하고, 이에 맞는 맵을 만드는 것이다.

 

 

 

■ 빠를수록 좋은 테스트와 정확한 피드백의 전달

 

이용태 디자이너는 게임의 플레이가 들어가는 테스트는 빠를수록 좋다고 말한다. 그가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한 것이 바로 <스카이림>이다.

 

일반적인 비디오게임의 개발 과정은 디자인-개발-플레이-수정-플레이-마무리 단계를 거친다. 각각의 단계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입하는 것인가의 차이에 다라서 레벨 디자인의 차이가 보인다. <스카이림>은 개발과정을 짧게 가져가고 테스트와 수정에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마무리에 최선을 다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고 좋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개발자는 작업 중간에 결과를 공개하는 것을 꺼린다. 비난받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빠른 테스트와 함께 감정적이지 않은 확실한 피드백이다.

 

좋은 게임 중 하나로 평가받는 밸브의 <포탈>. 실제로 <포탈>은 개발 초기 첫 번째 스테이지는 퍼즐도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빠른 테스트를 통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밸브에서는 계속된 플레이와 피드백을 통해서 지금의 <포탈>을 만들어 냈다.

 

밸브의 개발 문화, 바로 ‘실패했다고 비난하거나 퇴사하는 일이 없다’는 기조 덕분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빠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다수의 개발사 특히 국내에서는 윗선에서 당장 질책을 한다. 그래서 더 감추고 보여주지 않는다.

 

이용태 디자이너는 일단 감정적인 비난을 해서는 안 된다. 적절한 피드백을 주면서 관찰, 느낌, 욕구, 부탁 등의 의도를 전달해야 한다. 반대로 레벨 디자이너라면 맵을 비난하는 것을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는 자세가 필하다고 밝혔다.

 

 

 

■ 설문지는 필요 없다. 뒤에서 지켜봐라

 

맵을 만들고 나서 소규모 테스트를 진행한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 보통 설문지를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수백~수천 명이 진행하는 테스트가 아닌, 수십 명 수준의 테스트에서 설문지는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은 처음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은 보통 불편을 느껴도 말하지 않는다. 잊어버리거나, 느끼지 못하거나, 혹은 애매한 경우 입을 닫기 때문이다.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애매하게 말할 뿐 정확하게 요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맹목적인 피드백의 반영은 위험하다. 게임은 아니지만 실제 이와 비슷한 경우는 다른 산업계에서도 많이 벌어진다.

 

초기 제트스키는 서서 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당시 업계 선두를 달리던 가와사키는 이용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탈 수 있을까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결과는 서 있는 자리에 패딩을 더하면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경쟁 업체에서는 앉아서 타는 제트스키를 먼저 만들었다. 서서 타는 것보다 앉아서 타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를 제조하는 가와사키는 앉으면 편하다는 생각보다, 유저의 피드백을 우선 따랐다. 결국 점유율은 6% 미만으로 선두에서 멀어졌다.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맹신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유저들의 피드백 대신 플레이 자체를 말없이 지켜보는 것이 더 낫다.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이 설문지를 돌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태 디자이너는 플레이 순간의 상황, 유저의 반응, 해당 맵 특정 부분에서의 움직임 혹은 유저의 표정 등에서 얻는 정보는 설문지를 통해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피드백들이다. 묻지 말고 지켜보는 것. 그것이 가장 확실한 피드백일 수 있다며 강연을 마쳤다.

 

자신의 게임을 이해하고, 규격과 테마를 정한 뒤 피드백을 받는다.

그리고 말 없이 관찰하는 것. 이것이 레벨 디자인의 5가지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