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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내가 둠가이! 가상현실 헤드셋 리프트 써봤더니…

KGC 2012 오큘러스 리프트 체험기+개발자 인터뷰

김승현(다미롱) 2012-10-09 20:04:09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이하 리프트)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 2012에서 실체를 드러냈다. 개발사 오큘러스는 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KGC 2012 현장에서 < 3 BFG>의 리프트 적용 버전의 기자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과연 차세대 가상현실 기기가 보여주는 게임은 어떤 모습일지 체험해 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내가 둠가이! 높은 몰입감

 

리프트의 시제품을 착용한 기자의 모습. 헤드셋은 별도의 기기다.

 

직접 써 본 리프트는 묵직해 보이는 검은색 외관과 달리 상당히 가벼운 기기였다고무띠를 뒷머리에 둘러 고정하는 방식이어서 머리를 움직이는 데 별다른 불편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연버전의 기기에서는 안경을 함께 착용할 수 있었지만, 추후 정식으로 발매될 소비자 버전에선 안경 없이 착용자의 시력을 보정해 주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리프트를 착용하니 눈앞에 < 3 BFG>의 으스스한 화성 우주기지 정경이 펼쳐졌다. 이전에 체험할 수 있었던 헤드 트랙킹의 민감함은 여전했다. 고개를 들거나 돌리면 캐릭터의 시야도 움직임에 맞춰 이동했다. 혹시나 해서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여 보니 시야 또한 실제 고개를 기울인 듯 비뚤어졌다. 일반적인 모니터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게임을 시작하니 리프트에 맞춰 변화된 인터페이스(UI)가 눈에 띄었다. 기존처럼 화면 가장자리에 표시되던 정보들은 모두 게임 배경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조준점은 크로스 헤어 대신 레이저 포인터로 변해 보다 자연스러워졌고, 잔탄 수도 총기에 직접 표시됐다.

 

리프트 버전 <둠 3 BFG>의 화면. 원작에 없던 레이저 포인터가 생겼다.

 

이런 두 요소의 결합은 착용자에게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도 느껴지는 거리감은 3D 안경 같은 기기와는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3D 안경이 물체를 튀어 나온 것처럼 보이게 한다면, 리프트는 깊이를 주는 것 같았다. 평소라면 마우스나 조이패드를 이용해 주위를 살피던 것도 직접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마치 자신이 ‘둠가이’가 된 것만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수시로 나타나는 악마에 놀라 고개를 도리질하는 기자의 모습은 관계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였다.

 

 

■ 낯선 조작 방법, 적응시간이 문제

 

이번 체험에 사용된 조작방법은 리프트의 헤드 트랙킹 기능과 조이패드를 같이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캐릭터의 시야는 기본적으로 착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따라간다. 여기에 추가로 착용자는 조이패드를 이용해 콘솔용 FPS게임을 하는 것처럼 캐릭터의 시야와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다. 만약 착용자가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조이패드로 같은 조작을 하면 시야가 움직이는 속도는 2배가 된다.

 

 

< 3 BFG> 플레이는 기기의 성능을 실험하고자 최대한 리프트의 시야조종 기능만을 활용해 진행했다. 기기의 높은 민감성 덕분에 몰입도는 높았지만, 익숙치 않은 조작법은 한동안 기자를 고생하게 만들었다.

 

불편함의 원인은 이동방법이었다. 게임의 이동방법은 캐릭터의 시야를 중심으로 전후좌우 이동하는 FPS게임의 정석을 따른다이를 리프트의 시야조종 기능에 적용하면 캐릭터의 정면은 착용자의 정면과 일치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착용자가 측면으로 고개를 돌려 캐릭터를 전진시키면 캐릭터는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려 앞으로 가는 셈이다. 이런 점 때문에 조작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멀미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큘러스의 부사장 네이트 미첼은 조작이 생소하다 보니 적응의 문제가 크다. 접근성을 위해 시야이동과 캐릭터 이동을 분리하는 등 여러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리프트는 게임만을 위한 가상현실 기기

 

다음은 오큘러스의 창립자 파머 럭키와 부사장 네이트 미첼과의 미니 인터뷰를 정리한 내용이다.

 

리프트의 개발자이자 오큘러스의 창립자 '파머 럭키'

 

TIG> 시연버전은 가상현실을 눈앞에 보여주는 데 집중한 느낌이다. 혹시 더 나은 가상현실을 위해 스피커나 마이크, 진동기능 등을 추가할 생각은 없나?

 

네이트 미첼: 가상현실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진동기능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가상현실 기기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시각적인 요소다. 당분간은 화면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파머 럭키: 최근 많은 게임들에 마이크가 반쯤 필수적이기 때문에 마이크 기능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소리를 듣는 헤드셋의 오디오 기능은 개발자나 게이머나 자기에 맞는 특정 기기를 애용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아직 계획이 없다. 이 부분은 게이머들이 직접 원하는 기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TIG> 신형 게이밍 기기의 성공에는 탄탄한 지원게임이 필수다. < 3 BFG> 외에 지원되는 타이틀이 있는가?

 

네이트 미첼: 올해 12월에 출시되는 메카닉 액션게임 <호큰>이 지원된다. 연말에 개발자 키트를 받을 수령자들은 리프트로 < 3 BFG> <호큰>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후 개발자 키트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되면 많은 게임들이 리프트의 라인업에 오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인디게임 개발자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의 열린 마음으로 혁신적인 게임이 나오기를 바란다.

 

 

TIG> 소니와 밸브도 가상현실 기기를 만들고 있다. 다른 가상현실 기기에 비해 리프트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파머 럭키: 소니가 보여준 뛰어난 화질에 놀랐다. 하지만 소니의 기기에는 헤드 트랙킹 기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영상을 감상한다면 모를까 게임을 즐기기에는 리프트의 헤드 트랙킹 기능이 더 높은 현실감을 줄 것이다. 게임만을 위한 가상현실 기기가 바로 리프트다.

 

스크린 사이즈 또한 강점이다. 현재 지원되는 1280 X 800 사이즈 외에도 정식 버전에는 2, 4배의 해상도가 지원될 예정이다. 여기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시야까지 추가되면 리프트의 실제 화면은 훨씬 커진다.

 

네이트 미첼: 밸브는 직접 가상현실 기기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기기로 어떻게 가상현실을 구현할지 고민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밸브는 오큘러스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TIG> 기존 게이머들에게 리프트는 옵션에 가까운 위치다. 리프트로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상현실을 체험하기 위해 기기를 사기는 가격이 부담된다.

 

파머 럭키: 체험해 보면 알겠지만, 기존의 게이밍 기기들로 게임을 하는 것과 리프트로 게임을 하는 것은 몰입감 자체가 다르다. 초기엔 조금 힘들지 모르기만, 체험해 본 유저들이 늘어난다면 판매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리프트는 리프트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향후 리프트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탄생도 배제할 수 없다.

 

 

TIG> 가상현실 기기를 만드는 개발자로서 앞으로 꿈이 있다면?

 

파머 럭키: 너무 많아 말하기 힘들다(웃음). 우선은 저렴하게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 싶다. 또한 가상현실은 보는 것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실사와 같은 화질을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여력이 된다면 키보드나 마우스 같은 별도의 컨트롤러 없이 자신의 손으로 조종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고 싶다. 아마 그쯤 되면 진정한 가상현실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