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가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타이니팜>은 매일 1200만 명이 즐기는 대표적인 모바일 SNG다. 귀여운 동물들을 교배하고 수집하는 재미를 강조한 이 게임은 게임에 대한 경험이 없는 여성 유저를 노리고 개발한 게임이다. 그런데, 게임을 제작한 사람은 하드코어한 게임을 좋아하는 남성이었다. 어떻게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유저를 대상으로 한 게임을 만들 수 있었을까?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GC2012 행사에서 컴투스 개발본부의 이승민 프로듀서(이하 PD)는 ‘대중적인 모바일 SNG가 가져야 할 방향성’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타이니팜>의 기획을 맡아 ‘게임을 안 하는 여성’을 위한 게임을 개발했던 경험과 교훈을 공유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컴투스 개발본부 이승민 PD.
■ 타깃 유저를 분석하고 맞는 게임을 만들기 까지
이승민 PD는 원래 하드코어 유저를 노린 RPG <이노티아 연대기>를 개발했던 기획자였다. 실제로도 그는 하드코어 RPG게이머였다. 그런데 그가 2011년에 <타이니팜>의 기획을 맡으며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유저를 위한 게임을 만들어야 했다. <타이니팜>은 철저하게 게임을 하지 않았던 유저와 여성을 위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먼저 게임을 하지 않는 여성 유저의 특징부터 분석했다. 게임 기획의 방향성을 설정할 때 스스로의 기준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게임을 하지 않는 여성 유저의 특징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현실적인 게임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서양 판타지같이, 나름의 세계관을 가진 게임들 보다는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등 현실을 반영한 게임을 좋아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두 번째는 사회적 관계성이다. 이런 유저들은 주변 사람들이 게임을 권하면 함께 게임을 할 확률이 높다.
세 번째는 시각적인 부분에 예민하다는 것이다. 그는 “주변 사람이 머리 스타일을 바꾸면 남자는 못 알아차리지만, 여성들은 귀신같이 알아차린다”는 예를 들었다. 마지막 특징은 쉽고 단순한 게임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게임 하는 방법을 많이 배워야 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타이니팜>의 기획은 게임 안 하는 여성 유저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소재부터 현실을 반영할 수 있도록 농장을 택했고, 여기에 게임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육성 요소를 넣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여성 유저들이 게임을 보고 시각적으로 끌리게끔 하기 위해 귀여운 동물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우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동물들의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을 넣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시켰다. 감정을 불러일으킬만한 부분도 시각적 요소에서 나왔다. <타이니팜> 개발자들은 농장이 알프스 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어서 농장 배경으로 알프스 산맥과 비슷한 그림을 넣고, UI도 구름 모양을 사용했다.
게임을 쉽게 만들기 위한 기획은 UI와 게임 시스템을 통해 풀어냈다. 게임 화면에는 많은 정보를 표시하지 않도록 했고, 상점이나 동물 보관소 같은 기능들은 건물로 분리했다. 메뉴에 상점이 있는 대부분의 게임들과는 다른 시도를 통해 배우기 쉬운 게임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게임 시스템을 쉽게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핵심 하나만을 강조했다. 동물 수집을 <타이니팜>의 핵심 시스템으로 정한 뒤, 대부분의 요소들은 동물 수집을 돕는 방향으로 기획했다. <타이니팜>에 있는 동물 교배나 상점 등은 모두 동물을 모으기 위한 방법이다. 한 예로 ‘사냥꾼의 집’은 돈을 주고 일정 시간을 기다리면 해당 동물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인데, 교배를 통해 얻기 힘든 동물들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리고 사회적 관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멀티 플랫폼 전략을 채택했다. 친구가 게임을 추천해 줬는데 내 핸드폰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게임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로 <타이니팜>은 주요 앱 마켓에 서비스를 시작할 때 마다 유저 수가 늘어났다.
■ 타이니팜의 서비스로 매출을 늘려나가기 까지
그는 <타이니팜>을 통해 이벤트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꾸준히 이벤트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들은 ‘시즈널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시즈널 이벤트는 계절이나 특정 기념일에 맞춘 이벤트인데, 부활절, 크리스마스, 발렌타인데이 등 특별한 날에 맞춘 이벤트를 꾸준히 연 것이다. 봄에 특별한 날이 별로 없어서 ‘봄꽃 이벤트’를 만들어낼 정도로 이벤트를 자주 했다.
물론, 여기에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초창기에 시도했던 이벤트는 스토리를 추가한 것이었다. 크리스마스에 병이 난 루돌프를 도와주라는 내용을 걸고 이벤트를 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왜 반응이 신통치 않았는지는 <타이니팜>의 유저들의 시간 대 별 활동 추이에서 알 수 있었다.
유저들이 가장 활발하게 게임을 하는 시간은 오후 11시였다. 보통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저들이 이렇게 드라마를 보다가 게임을 하는 유저들이 게임에 너무 깊게 몰입하며 빠져들기 싫어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결국 효과적인 이벤트의 답은 ‘수수께끼’였다. 힌트를 알려주지 않고 특정 동물을 얻어보라는 퀘스트를 주자 유저들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실제로 <타이니팜>의 봄꽃 동물 업데이트나 해적 동물 업데이트 때에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유저들이 동물 조합법이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기 때문이다.
<타이니팜>이 성공적으로 인기몰이를 하자, 다음은 매출을 늘려야 했다. 50만 명 이상의 유저를 모은 시점이었다. 그가 택한 방법은 ‘가챠’라고 불리는 뽑기 시스템이었다. 부활절 이벤트로 어떤 동물이 나올 지 알 수 없는 ‘부활절 달걀’을 업데이트 했는데, 기간에 맞춘 이벤트와 새로운 기능을 동시에 추가해 시너지효과를 노린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원칙을 더했다. 싼 가격을 추구하는 정책이다. <타이니팜>은 게임 내 현금 화폐인 ‘벨’을 결제하지 않고도 조금씩 얻을 수 있었는데, 전혀 결제를 하지 않는 유저들도 캐시 아이템을 써 볼 수 있을 정도로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
결과는 적중했다. 기존에 결제를 하지 않은 유저들도 결제를 하기 시작했고, 이제 뽑기 아이템은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강연자는 “뽑기는 상품 수가 많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그래서 동물의 수가 충분히 늘어난 다음에 이런 시스템을 업데이트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제 매일 1200만 명이 즐기는 <타이니팜>의 다음 목표는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것이다. 그들은 카카오 게임들의 성공 사례를 보며 소셜 인맥를 활용하기로 했고, 카카오톡 친구를 초대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이승민 PD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타이니팜>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키울 계획이다. <타이니팜>을 하나의 소셜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유저들이 끈끈하게 뭉칠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을 고민했다. 앞으로 게임 내 커뮤니티를 추가할 것”이라며 다음 업데이트 계획을 살짝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