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이용가 게임에 등장한 10대 남학생들의 키스 장면. 문제는 없는가?
지난 17일 북미에서 정식 발매된 플레이스테이션2용 학원 액션게임 <불리>(Bully)가 10대 남학생 간의 키스 장면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해외 게임매체 'Gamebrink.com'에 <불리>의 게임 속 남학생들이 진한 키스를 나누는 플레이 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이 영상에는 게임의 주인공인 15세 남학생 지미 홉킨스(Jimmy Hopkins)가 다른 남학생에게 꽃을 준 뒤 자연스럽게 키스를 나누를 장면이 담겨있다. 남학생간의 키스는 수초에 걸쳐 진한 신음소리와 함께 이어진다.
이 동영상이 퍼지면서 해외 게임 커뮤니티와 주요 게임매체들은 <불리>의 '동성애 장면'에 대한 논란을 다루고 있는 상황이다. <불리>의 남학생간 키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게임이 13세 이용가 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북미 게임등급 심사기관인 ESRB는 <불리>에 대해 T(Teen, 13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주면서 게임 패키지에 '노골적인 농담과 언어 표현', '흡연과 음주', '폭력', '성적인 묘사'가 등장한다고 표시해 놓았다.
최근 과도한 폭력을 문제 삼아 <불리>의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했던 미국의 잭 톰슨 변호사는 이번 상황에 대해서 매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이미 미국과 영국의 주요 단체에 <불리>에게 T 등급을 준 ESRB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한 상태다.
ESRB의 관계자는 북미 게임스팟과을 통해 "(남학생간의 키스 장면은) 이미 등급심의를 할 때 알고 있었고, 참고했던 장면이다"라고 밝혔다. <불리>의 유통사인 테이크투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학원판 GTA'로 불리며 발매전부터 화제가 되었던 <불리>는 ‘불워스 아카데미(Bullworth Academy)’란 가공의 사립학교에서 벌어지는 집단 괴롭힘, 학교폭력 등의 사건을 플레이어가 직접 해결해 나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가 된 <불리>의 한 장면. 주인공이 다른 NPC 남학생에게 꽃을 준다.
분위기가 묘해지는 두 사람.
격렬하게 키스를 하는 두 남학생. 사운드가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 <불리>의 남학생 키스, 제 2의 <GTA> 핫커피 사태될까?
<불리>를 개발, 유통한 록스타게임즈와 테이크투는 <GTA: 산 안드레스>의 숨겨진 외설 컨텐츠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05년 발매됐던 <GTA: 산 안드레스>는 당시 게임 속 여성의 누드장면과 섹스 미니게임을 알리지 않은 채 등급심사를 받았다가 해당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매점에 진열됐던 게임이 철수되고 긴급 패치를 내놓는 등 곤혹을 치렀다.
결국 <GTA>의 핫커피 사태는 지난 6월 미국 연방 통상위원회가 테이크투와 록스타게임즈에 엄중히 경고하고, 향후 유사 사태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벌금을 부과하는 조항을 마련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이에 따라 테이크투와 록스타게임즈는 신작을 출시한 뒤 등급심사에서 공개하지 않은 컨텐츠가 밝혀져 문제시 될 경우 '한 건'당 11,00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되어 있다. 이 '한 건'의 의미는 미국의 주마다 법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출시된 게임 1개'가 될 수도, '판매돈 게임 1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불리>의 상황은 <GTA: 산 안드레스>의 경우와는 다르다. 핫 커피 모드는 등급심사 때 공개되지 않았던 컨텐츠였고, <불리>의 남학생간 키스 장면은 이미 ESRB가 등급심사에 참고를 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때문에 <GTA> 때 연방 통상위원회와 한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
내놓는 게임마다 구설수에 휘말리는 록스타게임즈와 테이크투. 그들의 전공과목인 자유도 높은 액션과 거침 없는 표현은 게이머들과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회적인 공감대를 조성하는 데는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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