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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마비노기가 액션을 만났다’ 마비노기2 해봤더니…

마비노기 2: 아레나, 지스타 2012 버전 체험기

안정빈(한낮) 2012-11-09 11:44:04

<마비노기 2: 아레나>(이하 마비노기 2)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전작과 너무 달라졌다는 평은 기본이고, <마비노기 영웅전> 혹은 <던전앤파이터>의 아류작이다, 전투가 지루해 보인다 등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죠. 써놓고 보니 어째 전부 안 좋은 이야기들이네요.

 

지스타에서 직접 플레이한 소감부터 전하자면 모두 맞는 이야기입니다. (최소한 지스타에서 공개한 부분만 보면) 전작과 몰라볼 만큼 달라졌고, <마비노기 영웅전>이나 <던전앤파이터>를 떠오르게 만드는 부분도 많습니다. 전투도 영상으로 보면 지루하죠.

 

다만 실제 플레이할 때의 느낌은 영상과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가위바위보 방식의 물고 물리는 전투, 자연스럽게 파티가 합쳐지는 매칭 시스템은 지금까지의 온라인 3D 액션게임과 선을 그었고, 아군과 힘을 합치거나 때로는 아군을 집어 던지고, 온갖 물체를 부수고 던지며 싸우는 상황들은 잘 만든 콘솔게임을 보는 듯했습니다.

 

적을 때려 비트(BEAT)를 얻고 악기로 적을 날리는 음유시인이나 대놓고 <던전앤드래곤>을 떠오르게 만드는 물약 구입, 대충 아이템 감정하기처럼 데브캣 스튜디오 특유의 센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작 특유의 느긋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죠.

 

지스타 2012의 화제작. <마비노기 2>를 찬찬히 훑어봤습니다. 민감한 반응이 이어지는 게임인 만큼 이야기가 다소 길어지는 점 양해 바랍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지스타 2012 체험버전 설명

 

<마비노기 2>는 지스타 체험버전에서 전투와 던전 부분을 집중적으로 선보였습니다. 이번 체험버전에서 공개된 지역은 ‘알비 던전’과 ‘페란 지하감옥’ 두 곳입니다. 이 두 곳은 실제로 지스타 이후 버전에도 등장하며 관전 시스템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캐릭터는 전사, 궁수, 검사, 음유시인의 4개 직업이 공개됐습니다. 아쉽게도 마법사는 공개되지 않았죠. 뒤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직업 못지않게 격투 스타일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격투 스타일에 따라 액션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지스타 체험버전에서는 직업마다 정해진 격투 스타일이 선택된 상태였습니다.

 

나중에 실제 플레이에서는 여기에 마을과 관전, PvP 등의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시작은 혼자지만 끝은 파티로! 자연스러운 파티매칭

 

<마비노기 2> 지스타 체험버전의 진행은 간단합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다른 신의 영역에 진입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전투가 시작됩니다. 던전은 방과 방이 이어져 있으며, 한 방에 있는 몬스터를 모두 처치하면 다음 방으로 이동할 수 있죠.

 

재미난 점은 던전 진행에 따라 파티플레이와 솔로플레이가 자연스럽게 교차된다는 사실입니다. <마비노기 2>의 지스타 체험버전에서는 특별한 파티 없이 혼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후 진행상황이 비슷한 유저들(관람객들)을 하나의 파티에 몰아주죠.

 

예를 들어 A B 3번째 방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참 늦게 게임을 시작한 C 3번째 방에 도착했다면 C는 자연스럽게 A B가 진행 중인 3번째 방으로 합류하는 방식입니다. 분명히 혼자서 시작했는데 문을 열어 보니 다른 유저가 먼저 와 있던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총 파티인원은 5명이고 2~3명씩 짝을 이룬 유저들끼리 합쳐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스전에서는 대부분 풀파티로 게임을 진행하게 되더군요.

 

전작인 <마비노기>에서는 던전에 바친 제물에 따라 던전의 구성이 달라졌고, 같은 제물을 바친 유저들끼리는 던전에서 만날 수도 있었는데요, <마비노기 2>의 방으로 연결된 던전과 자연스러운 파티매칭 역시 <마비노기>의 던전을 의식하고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디아블로> 시리즈처럼 적의 공격력이나 방어력은 파티 인원에 따라 자동으로 조절됩니다특정 인원이 지나치게 떨어져 있으면 다른 파티원 부근으로 자동으로 이동되죠. 액션게임의 경우 사람이 많고 북적거릴수록 전투가 재미있어지는 만큼 <마비노기 2>의 자동 파티매칭은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오더군요.

 

아무리 봐도 MORPG 같았던 <마비노기 2>를 넥슨에서 MMORPG라고 꿋꿋하게 우기던(?) 이유도 이 매칭 시스템 때문으로 보입니다.

 

 

 

가위, 바위, . 물고 물리는 전투

 

<마비노기 2>의 전투는 지금까지의 액션게임들과 다릅니다. 정확히는 <마비노기>에 더 가까운데요, <마비노기 2>에서는 손이나 발로 적을 때리는 격투와 무기를 이용하는 무기공격, 잡기 3가지 일반공격과 4개의 스킬을 이용해 적을 공격합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게임과 비슷하지만 상성에서 큰 차이가 납니다.

 

<마비노기 2> 3종류 공격은 서로 상성을 갖고 있습니다. 격투는 무기공격에 이기고, 무기공격은 잡기에 이기고, 잡기는 다시 격투에 이깁니다. 전투가 액션으로 이뤄지는 만큼 그냥 빠르게 때리면 장땡일 것 같지만 상성이 맞으면 공격을 강제로 무시하고때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상성에 신경을 쓰며 전투를 벌이게 됩니다.

 

 

이를 위해 적의 공격과 약점도 보여줍니다. 머리 위에 주먹과 칼, 손바닥 표시로 적이 어떤 공격을 할 지를 알 수 있고 몸의 색깔로 어떤 공격에 약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적이 무기공격을 한다면 머리 위에 ‘무기공격을 한다’는 칼 표시가 떠오르고 몸은 무기공격의 약점상성인 붉은색으로 빛나는 식입니다.

 

단순히 색깔대로 적을 공격하면 될 것 같지만 동시에 4~5곳에서 서로 다른 색깔과 공격표시가 뜨는 걸 보면 당황스러워집니다. 우선순위를 빠르게 파악해야 하죠다만, 지스타 버전은 난이도를 낮춘 만큼 적의 공격횟수가 굉장히 적어 전투 시스템을 제대로 맛보기 어려워 조금 아쉬웠습니다.

 

 

 

단순한 조작, 생각보다 두터운 볼륨

 

방향키를 빼면 8개 버튼만 사용하는 만큼 <마비노기 2>의 조작은 간단합니다. 사실 모든 것을 무시하고 공격일변도로만 게임을 즐긴다면 Z, X, C 키만 적당히 연타해도 될 정도입니다. 잡든 때리든, 칼로 베든 무슨 행동이라도 할 테니까요.

 

반면 시스템을 이해한다면 전투의 폭은 굉장히 넓어집니다. 상성을 통해서 적의 공격을 무시하며 전투를 이끌 수도 있고, 딜레이를 이용해 자신만의 연속기를 만들 수도 있죠. 예를 들어 전사의 해머는 공격속도는 느리지만 무시무시한 경직을 줍니다. 그만큼 다음 공격을 잇거나 적을 잡기가 쉽죠. 대신 공격에 쉽게 노출되는 만큼 상성을 이용해서 적의 공격을 무시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직업마다 몇 가지 종류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고, 무기와 직업이 같더라도 격투스타일에 따라서 액션이 또 달라집니다.

 

 

폭발물이 가득 찬 통을 던져 대미지를 주거나 아군을 집어 던지고 내치는 등 주변 사물을 이용한 다양한 전투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에서도 많이 선보였던 방법인데요, <영웅전>에 비해 시야가 넓고 적의 숫자도 많다 보니 한층 효율적으로 사용되더군요.

 

공룡을 닮은 탈것도 등장했습니다만 효율도 안 좋고 <마비노기 2> 특유의 전투 시스템에도 어울리지 않다 보니 쓰지 않게 되더군요. 그냥 <황금도끼>나 쿼터뷰 액션 게임들에 대한 오마쥬 정도로 보였습니다.

 

 

 

데브캣 특유의 센스, 마비노기다움은 아직 부족

 

데브캣 특유의 센스도 살아 있습니다. 던전을 진행하다 보면 중간에 데브고양이가 등장해 플레이어들에게 물약과 감정주문서 등을 판매합니다. 그런데 이를 판매하는 장면이 <던전앤드래곤>의 그것을 쏙 빼 닮았죠. 심지어 플레이어의 행동이 건틀렛으로 표시되는 점까지 똑같습니다. 대놓고 패러디한 부분입니다.

 

적을 때려서 비트(BEAT)를 쌓은 후 곡을 연주하고 무기로 스매시를 날려대는 음유시인이나 감정주문서가 없을 때 아이템에 대충 감정하기메뉴가 뜨는 등 세세한 재미를 주는 부분도 많습니다. 전투에 맞춰서 플레이어들을 응원하거나 팁을 주는 메시지도 인상적이더군요.

 

게임이 전반적으로 시원시원하고, 최고 대미지 기록이나 적을 처치한 방법 등을 화면에 계속 뿌려주다 보니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다만 전작 특유의 느긋함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투는 액션게임처럼 진행되고, 파티매칭은 자동으로 이어지며, 멀리 떨어진 파티원은 강제로 끌어옵니다. 느긋함보다는 자극적이고 빠른 콘텐츠를 택한 셈입니다. 스토리부터가 아예 신들의 싸움에 껴서 줄곧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이니까요.

 

전투도 기본적인 정보를 배우고 어느 정도 손에 익어야 재미가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요즘 MORPG에 비해 투박해 보일 뿐이더군요. 체험기와 영상을 위해 플레할 때도 서너 차례 던전을 클리어한 이후에야 전투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깨달았을 정도입니다.

 

전작처럼 던전에서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판타지 라이프다운무언가를 기대했던 유저들이라면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향후 나올 관전 시스템이 이 부족한 훈훈함커뮤니케이션을 보충해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