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게임쇼 지스타 2012가 지난 11일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 지스타는 민간이 주최한 첫해이자, 시대의 흐름에 맞춰 최신 모바일게임과 온라인 게임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던 행사였습니다.
부산 벡스코의 확장공사를 통해 전시장의 공간확보 등 인프라 면에서도 지난 행사와는 많은 차이를 보였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이런 변화를 디스이즈게임 기자들은 어떻게 느꼈을까요? 그동안 지스타를 계속 취재해 왔던, 그리고 올해 처음 지스타를 경험한 TIG 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편집국
참가 기자: 음마교주, 깨쓰통, 한낮, 석모도, 다미롱·아퀼리페르(선배→후배 순, 선후배 관계에 따라 본문의 말투가 달라집니다.)
■ 달라진 지스타, 단점은 줄이고 장점은 늘었다
음마교주(정우철): 버스 타고 부산에 내려간 게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지스타가 끝났네. 이번 지스타는 민간에 의해 개최된 첫 행사였는데 다들 감상이 어때?
깨쓰통(현남일): 행사 자체는 예년에 비해 무난하게 진행됐죠. 다만 게임쇼에서 가장 중요한 기대작이 적어서 아쉽네요.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 지스타는 뭔가 임팩트 있는 신작이 조금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어요. 3일차엔 시간이 조금 남아서 게임 체험을 하려는데, 어떤 게임을 해야 할지 고민할 정도였으니….
한낮(안정빈): 에이, 기대작이야 업체와 유저 기대도에 따라서 기준이 정해지는 문제라서 지스타라는 행사자체로 흠잡기 애매하죠. 오히려 전 운영 측면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민간 이양 첫해였는데도 지난 행사보다 발전된 점을 볼 수 있었어요. 공간도 넓어졌고 업체나 관람객 편의성도 높아졌고요. 집계방식 변경 등 변화를 추구한 점에도 추가 점수를 주고 싶네요.
석모도(남혁우): 저도 출전 라인업에 대해서는 조금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어요. 캐주얼 유저들도 즐길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 늘어나면서 예전엔 보기 힘든 미취학 아동이나 여성, 중장년 관람객도 많이 볼 수 있었거든요. 게이머뿐만 아니라 가족·시민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로서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해요.
다미롱(김승현): 게임 전시회는 (인산인해란 말도 모자란)차이나조이만 경험해 봐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니 공간도 넓고 운영도 깔끔해서 만족스러웠어요. 또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생각보다 많아서 신선했어요. 게임쇼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이미지는 많이 희석된 것 같아요.
한낮: 캐주얼 라인업 중에서 가장 화제는 <마법천자문 한자배틀> 부스가 아니었을까? 올해로 3년째 지스타에 참여하고 있는데 토너먼트 때문인지 정말 많은 가족 관람객이 모였어. 부스가 블리자드 맞은편에 있었는데도 관람객 동원 면에선 손색이 없었지.
음마교주: 아마도 가족 관람객이 늘어난 부분은 스마트폰게임의 힘이라고 봐야겠지? <애니팡>이나 <캔디팡> 등은 남녀노소 모두 즐기고 있다 보니 예전 처럼 게임은 아이들이나 하는 놀이라는 생각보다, 누구나 접할 수 있는 문화로 접근하는 모습이야.
많은 가족 관람객이 찾았던 <마법천자문 한자배틀> 부스.
아퀼리페르(전승목): 전 야외 부스가 많이 신선했어요.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야외부스와 이벤트가 굉장히 많더라고요. <야구의신>이나 <열혈강호 2>는 야외부스에서 도루나 멀리뛰기 이벤트를 실시해 가족 단위 관람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죠. <캔디팡>은 대회 중간중간에 로고송까지 틀어서 현장 분위기가 한결 밝아지더군요.
한낮: 광장 조형물도 호응도나 실용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어. 올해 <월드 오브 탱크>의 탱크나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의 조형물은 사진촬영 배경이나 약속 장소로 많이 활용됐지. 개인적으로 벡스코 건물은 굉장히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졌다고 생각하는데, 조형물들이 이런 이미지도 완화해 주고 관람객들도 잘 유도하는 것 같아.
음마교주: 종합해 보자면 다들 쾌적한 운영에 대해서는 좋게 평가하고 있네. 아무래도 민간이양 첫해인지라 주최 측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고,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게임업체들이 모인 집단이다 보니 업체끼리 잘 의기투합한 것 같아. 전시회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서로 최적의 방법을 협의하고, 합의해서 도출한 결론이니까.
라인업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나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호평이군. 개인적으로는 기대작이 적어 아쉽긴 했지만 대중적인 행사로 탈바꿈한 것은 좋게 평가하고 있어. 광장을 거니는데 엄마와 아들이 같이 <캔디팡>을 하는 모습이 보였는데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
<캔디팡>을 함께 플레이하고 있는 모자.
■ 인프라는 만점! 물론 옥의 티는 있다
음마교주: 그럼 본격적으로 지스타를 평가해 보자. 앞서 다들 운영이 좋아졌다고 많이 얘기했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꼈어?
한낮: 역시 인프라가 좋아진 것이 크죠. 올해는 제2전시장이 신설돼 B2C와 B2B가 분리됐잖아요? 덕분에 B2C 공간이 넓어져 이동통로도 넉넉해졌고 카페와 같은 편의시설도 추가됐어요. 관람객 편의를 여러모로 고려한 느낌이에요.
석모도: 업체 입장에서도 건물확장은 좋은 점이죠. 예년엔 B2C 공간의 각종 소음 때문에 B2B에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 힘들었는데, 이번엔 B2B가 신관으로 자리를 옮겨서 훨씬 쾌적해졌어요.
깨쓰통: 소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올해는 정말 얌전하게 이벤트를 한 것 같지 않아? 작년에는 무조건 호응을 유도하고 소리지르는 이벤트가 주력이었다면 올해는 관람객을 무대로 초대해 인터뷰하는 등으로 변화가 많았잖아. 덕분에 지나가면서 이벤트를 보는데도 예년보단 거부감이 덜하더라고.
음마교주: 주최측에서도 사전에 가이드라인도 배포하고 행사 중엔 수시로 소음체크를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했지. 또한 올해는 인터넷 문제나 기기 문제도 거의 없었잖아? 인프라 면에서는 역대 지스타 중 최상급이 아니었을까?
다미롱: 도우미 운영도 괜찮지 않았나요? 올해는 여러 게임사가 게임존마다 도우미들을 배치해 게임을 모르는 사람도 쉽게 체험할 수 있게 운영했잖아요.
한낮: 작년부터 이런 경향은 있었지. 올해 어지간한 대형 게임사는 체험 PC마다 1:1로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도우미 운영에 신경 썼어. 사전에 도우미 교육을 해서 그런지 게임에 대한 이해도도 높았고.
음마교주: 너무 좋은 점만 나오는데? 다들 불만사항은 없었나? 개인적으론 역시 대형업체가 빠져 라인업의 임펙트가 없었던 점이 아쉬워. 그리고 일부 부스의 운영 미숙도 눈에 띄였고.
아퀼리페르: 전 일부 경품 이벤트를 지적하고 싶어요. 특이하거나 비싼 경품은 게임을 많이 했던 유저들만 얻을 수 있게 이벤트가 기획돼 있어 적지 않은 관람객들이 불만을 가지더라고요. <사이퍼즈>만 하더라도 ‘다이무스 우산’이나 ‘핵펀치 쿠션’은 소수의 체험자들만 얻을 수 있었죠. 때문에 몇몇 관람객은 차라리 스토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한낮: 이미 상용화된 게임에서 기존 유저를 일부 배려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 않을까? 실제로 메리트가 있는 경품을 모두에게 제공할 수는 없고. 가장 실력이 있는 관람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 싶은데. 다만 사람을 약 올리는 수준의 뽑기 이벤트는 조금 거슬리더라.
깨쓰통: 예전엔 게임 하나만 즐겨도 무언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저희 부스의 게임을 다 하시면 뽑기 권한을 드립니다’ 식의 이벤트가 많았지. 자사 부스로 관람객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선 좋겠지만, 가볍게 게임을 즐기려는 관람객에겐 불리한 구조였어.
석모도: 예전에는 열쇠고리나 마우스 패드와 같은 진짜 기념품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것이 부족했죠. 한게임 말고는 기념품 쪽으로 이슈가 된 업체가 거의 없었잖아요. 지스타에 와서 뭔가 한몫 챙기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지스타에 왔었다고 기념할 만한 것은 없었어요.
다미롱: 한게임의 ‘나뭇잎 머리띠’는 호응이 정말 좋았죠. 나중엔 물량이 없어서 관계자들 머리띠까지 동원했을 정도니까요. 덕분에 <던전스트라이커> 존은 항상 사람들이 바글바글대더군요. <아스타>의 삿갓이랑 부채도 많이들 썼었고요.
TIG의 지스타 흥미기획 ‘쿠폰마스터 달식’에도 사용된 <아스타>의 삿갓 경품.
■ Smart killed the Online star
음마교주: 게임쇼에 게임 이야기가 빠지는 것도 섭섭하지. 다들 올해 지스타에서 가장 핫이슈가 되었던 게임이 뭐라고 생각해?
한낮: 이슈만 따지만 <마비노기 2> 만한 것이 있을까요? 행사 전부터 워낙 말이 많아 뜨거운 감자, 아니 불타는 감자 수준이었잖아요.
깨쓰통: <마비노기 2> 뿐만 아니라 넥슨 부스의 게임들이 전반적으로 관심도가 높았지. <사이퍼즈>는 입장 시작 5분도 되지 않아 대기시간이 5시간을 넘어갔고, <피파 온라인 3>에도 사람들이 몰렸잖아.
다미롱: <블레스>도 그래픽이 좋아서 관람객들이 많이 몰렸던 신작이던데요, 부스 앞에 있는 대형 모니터는 진짜 신의 한 수 같았어요. 게임도 재밌었고요. 어떻게 본다면 지난해 영상만 나왔던 <블레스>가 올해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이슈가 되었죠.
석모도: 관람객 대상으로 설문을 해보니 가장 가고 싶은 부스가 <사이퍼즈> <피파 온라인 3> <마비노기 2> <블레스> 순이더라고요. 이 외에도 캐주얼한 게임들이 선전하긴 했지만, 어쨌든 넥슨이 지스타 이슈를 주도했네요.
음마교주: 그도 그렇고 Never Ending Develop라 불렸던 <NED>가 <이카루스>로 다시 재탄생한 것도 좋았는데. 그나저나 올해 지스타가 보여준 게임 트렌드는 뭐라고 생각해? 역시 모바일인가? 아니면 타켓팅으로 회귀한 MMORPG?
깨쓰통: 개인적으로는 얼마 전에 다녀왔던 도쿄게임쇼(TGS) 2012의 느낌을 받았어요. 새로운 시류를 탄 회사는 잔치판이었고, 그렇지 못한 회사는 생존인증을 한 수준이랄까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는 대표적인 예가 위메이드죠. 적절하게 선택과 집중을 한 덕분인지 부스 분위기가 좋았어요.
아퀼리페르: 확실히 스마트폰 게임이 강세라고 느껴지는 것이, 나우콤이나 선데이토즈, 게임빌은 올해 첫 출전이잖아요? 그런데 관객 호응도는 개근 업체 못지않았어요. 나우콤 같은 경우 코어 게이머들에겐 인지도가 높지 않음에도 <모두의마블> BJ 매치나 <테일즈런너> 결승전 중계로 현장 반응이 좋았고요. 물론 게임은 아니고 아프리카TV 방송이었지만.
한낮: 이 참에 올해 처음 참가한 게임사들을 한번 꼽아볼까요? 나우콤, SK플래닛(T스토어), 게임빌, 선데이토즈, 닌텐도…. 첫 참가치고는 다들 네임 밸류가 상당한데요? 작년 지스타에 컴투스 혼자만 참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모바일 쪽 성장이 무섭네요.
석모도: 가장 의미 깊은 것은 선데이토즈가 아닐까요? <애니팡>의 대박 덕분에 예정에 없었던 지스타 참가를 결정하게 됐잖아요. 급히 결정하느라 부스 할인도 받지 않고 나온 것 같던데….
음마교주: 사실 게임시장 전체를 놓고 본다면 PC 온라인게임 시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야. 그 결과를 지스타에서 보게 된 셈이지. 누구나 MMORPG에 뛰어들던 몇 년 전과 달리, 올해는 대작 중심의 프로젝트만 선보였어. 어쨌든 이렇게 처음 지스타에 참가한 스마트폰게임 관련 업체들은 충분히 효과를 봤을까?
한낮: 적어도 인기 면에서는 성공한 케이스 아닌가요? 현장 분위기가 정말 열광적이었잖아요. 원래부터 인지도가 있는 업체들이긴 하지만, 지스타 현장에서의 홍보효과도 무시하지 못할 듯해요.
다미롱: 그런데 투자 대비 효과가 적절할까요? T스토어는 쿠폰만 억 단위로 뿌린 것 같던데.
깨쓰통: 한 사람이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인데 억 단위는 너무 높게 잡은 거 아니야? 어차피 1,000 원짜리 쿠폰 뿌려 봤자 얼마나 썼겠어.
한낮: 어? T스토어 쿠폰은 1만 원짜리도 있어요. 그거 쿠폰 마스터(달식)한테 받은 거였는데.
깨쓰통: 뭐? 그런데 얘는 왜 나한테는 1,000 원짜리 쿠폰을 준거지? 이 녀석 오기만 해봐라!
80부스의 대규모로 지스타에 처음 나온 SK플래닛(T스토어).
■ 게이머와 대중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쇼를 기대하며
음마교주: 자, 그럼 총정리를 해보자. 나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과거 걸스타의 느낌이 줄고 대중을 위한 게임 전시회의 성격이 강해진 점이 마음에 들어. 이젠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정말 다양한 게임과 대중을 위한 문화행사가 됐지.
B2B를 보더라도 세계 각국에서 비즈니스를 위해 모이고, 또 성과도 봤고, B2B에서도 해외 업체인 블리자드, 워게이밍, 닌텐도, 세가 등이 참여하고 있어. 인프라나 운영 면에서도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고.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운영과 동원력이라면 글로벌 게임쇼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한낮: 이렇다 할 기대작이 없었음에도 실관람객을 19만 명이나 동원한 것은 정말 대단하죠. 라인업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스마트폰게임과 훈훈함으로 잘 커버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집계방식이 달라졌는데 19만 명이 몰렸다는 점도 중요하죠.
지스타 2012는 실관람객 기준 19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다미롱: 그래도 코어 게이머로선 큼직한 기대작이 적었다는 것이 못내 아쉬웠죠. 취재하다가 쓰러져도 좋으니 내년에는 중량급 온라인 라인업도 늘었으면 좋겠네요.
석모도: 그런데 예년과 같은 코어게임 라인업이 주력이었다면 올해 지스타가 이렇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되었을까요? 코어 게이머와 라이트 게이머 모두를 만족시키려면 업체나 주최 측에서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깨쓰통: 민간주도로 진행된 첫해라서 그랬을지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론 해당 부스에서의 행사가 너무 많았던 같아서 조금 아쉽네. 예전에는 메인 무대를 만들어서 그곳에서 전체 관람객 대상의 행사도 많이 했었잖아. 물론 올해는 야외부스가 있긴 했지만 좀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고. 내년에는 유저를 위한 행사도 많았으면 좋겠어.
아퀼리페르: 내년엔 오디토리움까지 동원해서 행사장이 커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유저행사를 위한 자리도, 코어와 라이트를 아우르는 라인업도, 올해보다 한층 더 쾌적한 환경도 가능하잖아요. 물론 시간과 예산이라는 최종 보스를 이겨야겠지만….
음마교주: 그 전에 행사 장소가 부산으로 다시 선정돼야겠지. 아무튼 다들 지스타 기간 동안 고생 많았어~. 내년에 또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