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은 앞으로 페이스북, 혹은 텐센트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아이러브커피>를 만든 파티스튜디오의 이대형 대표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콘텐츠 2012 어워드&컨퍼런스’에서 ‘아이러브커피를 사례로 보는 모바일 게임사업의 현황과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파티스튜디오 이대형 대표
2012년에 들어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빅뱅’이라는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맞이했다. 특히 카카오톡에 ‘게임하기’ 서비스가 열리면서 인기를 얻은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아이러브커피> 같은 게임들은 기존 게임업계의 상식을 깨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뒀다.
일례로 카카오톡 게임하기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애니팡>은 최대 동시접속자 수 300만 명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온라인게임 중 동시접속자 수 50만 명을 기록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다.
그런데 이를 잘 살펴보면 페이스북,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징가(Zynga)의 성공과정과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수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소셜 플랫폼 페이스북에서 징가는 그 회원들이 서로 어울리며 놀 수 있는 <시티빌> <팜빌> 같은 소셜게임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이는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페이스북과 카카오톡은 하드코어 게이머들만이 아니라 기존에 게임을 즐기지 않던 ‘논게이머’ 층을 잡아 크게 성공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카카오톡과 카카오톡을 통해 서비스하는 게임들은 페이스북-징가와 유사한 길을 가게 될까?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택하기에 따라서 카카오톡은 페이스북이 될 수도, 혹은 텐센트가 될 수도 있다고 이 대표는 주장했다.
예측 ① 카카오톡이 페이스북과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카카오톡은 앞으로 페이스북과 같은 형태의 오픈 API 정책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고 쉽게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게 정책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카카오톡은 앞으로도 ‘가장 많은 유저층을 가진 게임 플랫폼’으로 계속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이 대표는 예측했다.
그는 게임사들이 너도나도 ‘카카오톡의 징가’가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에서는 징가 게임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사실상 징가가 1인 천하로 군림하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이 카카오톡에서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게임사들은 너도나도 카카오톡의 ‘넘버 원’이 되기 위해 경쟁을 펼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만약 카카오톡이 페이스북과 같은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면, 동시에 페이스북과 징가의 실패 역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징가는 페이스북에서도 독점적인 위치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팜빌> 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동일 포맷의 게임을 반복적으로 출시하면서 최근에는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또한 광고비용이 증가하고, 수익구조와 맞지 않는 인수합병(M&A)을 남발하면서 회사가 어려움에 빠져 있다. 페이스북에서 독점적인 위치에 올랐다고 해서 페이스북 외에 다른 플랫폼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 역시 지금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측 ② 카카오톡이 텐센트와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카카오톡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독점적인’ 모바일 소셜 플랫폼이다. 따라서 카카오톡이 마음만 먹는다면 QQ메신저 등을 통해 중국의 소셜 플랫폼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텐센트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로 텐센트는 철저하게 시장을 통제하고,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게임을 서비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대표는 “실제로 <아이러브커피>를 중국에서 서비스하기 위해 텐센트와 이야기할 때 제시받은 조건이 수익 배분 9:1에 계약기간 12년, 그것도 텐센트 독점이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개발사들이 텐센트를 통한 서비스를 택할 정도로 텐센트의 중국 지배력은 대단하고, 또 매력적이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QQ메신저를 통해 처음으로 인터넷을 접하고, 다른 유저들과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게임을 하는 방법을 접했다. 그렇기 때문에 텐센트는 자연스럽게 메신저 시장, 포털 시장, 게임 시장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스마트폰을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카카오톡 역시 텐센트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만약 카카오톡이 텐센트와 같은 길을 걷기로 결정한다면 앞으로 게임하기 기능을 카카오톡에서 서비스할 것이며, 게임하기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 서비스를 잇따라 시작할 것이다. 페이스북이 될지, 텐센트가 될지, 결정은 카카오톡이 하겠지만 어느 쪽이 되더라도 모바일게임사들은 카카오톡의 행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