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MMORPG 시장이 ‘빅뱅’을 앞두고 있습니다. 수많은 신작들이 쏟아지기 때문이죠.
여름방학 시즌인 6월 말부터 7월말까지 공개를 앞두고 있는 MMORPG는 무려 20여 개. 대한민국이 온라인게임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게임들이 특정기간에 집중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도 MMORPG만 말입니다. 캐주얼게임까지 합하면 40개를 훌쩍 넘어섭니다.
재미있는 점은 상당수의 상위 게임업체들 역시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게임을 내놓는다는 사실입니다. 엔씨소프트가 ‘시티 오브 히어로’를, 넥슨이 ‘제라’를, CJ인터넷이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웹젠이 ‘썬’을, 한빛소프트가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7월중 각각 시장에 선보일 계획입니다.
네오위즈, NHN 등 일부 게임업체들이 안보이죠? 네오위즈와 NHN은 최근 캐주얼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운 좋게도(?) 이번 대열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그라비티는 '라그나로크2'나 '레퀘엠'의 공개를 가을 동경게임쇼에 맞췄기 때문에 역시 경쟁을 피해갔습니다. 또 중견업체들 상당수는 최근 시장의 흐름을 따라 캐주얼게임으로 주종목을 바꾸면서 대오에서 빠져 나왔죠.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MMORPG들이 특정시점에 몰려서 나오는 것일까요. 게임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대충 정리해보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와 ‘캐주얼 게임’의 영향으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말까지도 게임업체 마케터들은 차기작의 론칭 시점을 두고 많은 고민들을 했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도, 또 성공한다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이렇다 보니 게임을 공개하고 홍보하는 시기를 잡는 것도 큰 골치거리였습니다. 결국 게임업체들이 신작을 공개할 최적의 시점으로 잡은 시기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태풍이 지나간 올 여름이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카트라이더’, ‘프리스타일’, '팡야' 등의 인기몰이가 개발사들을 캐주얼게임으로 유혹할 경우 MMORPG 시장에서 경쟁이 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점입니다. 결과는 많이 빚나간 셈입니다. 상당수 개발사들이 캐주얼게임 개발에 착수했지만 여전히 그에 못지 않은 수의 개발사들이 MMORPG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캐주얼게임으로 눈을 돌렸던 개발사들이 회귀하기 전인 올 여름방학 시즌에 차기작을 선보이겠다고 계획을 잡았지만 ... 다들 같은 전략을 세웠던 것 같습니다.
그외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아무튼 결과적으로 올 여름시장은 ‘춘추전국시대’ 못지 않은 각축전이 예상됩니다. 그런데 정말 MMORPG만 20개가 넘는지 궁금하다고요? 그럼 어디 한번 살펴볼까요.
게임명 서비스사(개발사) 공개시기
대항해시대 온라인
CJ인터넷
7월 초 클베 시작
그라나도 에스파다
한빛소프트
7월 초 클베 시작
제라
넥슨
6월 28일 클베 시작
썬
웹젠
7월중 클베 예정
로한
써니YNK
7월 1일 4차클베 시작
시티 오브 히어로
엔씨소프트
7월중 클베 예정
인피니티
윈디소프트
7월중 3차 클베 예정
건틀렛 온라인
이젠
7월중 클베 예정
DAOC:카타콤
버프엔터테인먼트
프리테스트 진행중
에버퀘스트2
감마니아코리아
2차 클베 진행중
항해세기
나인브라더스
7월중 클베 시작
루니아전기
오렘
7월중 3차 클베 예정
SOS 온라인
아레아인터랙티브
6월 30일까지 클베 진행
라플레 크리에
엔플레버
7월중 4차 클베 예정
샤이야
소노브이
7월중 3차 클베 예정
드래곤 젬
이네트
7월중 3차 클베 예정
노스테일
엔트웰
7월중 2차 클베 예정
데코 온라인
락소프트
7월중 4차 클베 예정
라테일
액토즈소프트
7월초 클베 예정
테오스 온라인
아라마루
7월중 클베 시작
카발 온라인
이스트소프트
7월 1일 클베 시작
오더 온라인
위플라이엔터테인먼트
7월중 4차 클베 예정
던전 앤 파이터
네오플
6월 28일 3차 클베 시작
귀혼
엠게임
7월 초 2차 클베 시작
헥헥… 정말 많죠? 이중에는 처음 공개하는 게임도 있고 순차적으로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진행하는 게임도 있습니다. 리스트를 쭉 훑어보면 6월 말부터 7월말까지 베타테스트만 참여하는 것만으로 한달을 충분히 보낼 수도 있을 것 같죠? 이쯤 되면 가히 전쟁이라고 말해도 될 상황입니다.
글을 쓰는 저나 게임을 기다리는 유저분들이나 정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스포츠축제인 월드컵에도 관전포인트가 있듯이 이번 ‘MMORPG 7월전쟁’에도 재미있는 경쟁구도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7월전쟁’을 앞두고 있는 MMORPG들의 몇 가지 핵심사항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MMORPG '7월전쟁' 관전포인트
1. [그라나도 에스파다] vs [제라] vs [썬]
2. [EQ2] vs [COH] vs [DAOC:카타콤]
3. [대항해시대 온라인] vs [항해세기]
4. 횡스크롤 MMORPG 4종
5. 반란을 꿈꾸는 신생업체들
1. 그라나도 에스파다 vs 제라 vs 썬
많은 게임들이 7월중 공개를 앞두고 있지만 이들 3개 게임만큼 게이머들의 이목을 끄는 신작도 없을 것입니다.
현재까지 몇몇 게임전문매체에서 조사한 인기도를 살펴보면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단연 앞서나가는 형국입니다. 개발자인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초반기세를 잡긴 했지만 넥슨의 ‘제라’와 웹젠의 ‘썬’이 지금처럼 뒤따라가는 형국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게이머들의 기대도를 좌우하는 게임세부정보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게임전문매체 기자들 역시 ‘제라’와 ‘썬’의 정보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충분히 판세가 바뀔 수 있다고 점치고 있습니다.
특히 ‘그라나도 에스파다’, ‘썬’ 보다 빠른 시점인 6월 28일부터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시작하는 ‘제라’는 초반에 유저들을 유혹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제라'는 넥슨의 스타일처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 MMORPG의 진입장벽을 낮춘 후 서서히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복안입니다.
웹젠의 ‘썬’도 칼을 갈고 있지만 잠시 주춤하는 모양세입니다. 일단 6월 말로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하면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웹젠 관계자는 “E3에서 보여줬던 내용들을 다시 보여줘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행사일정을 미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썬’ 역시 구체적인 정보들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7월이 접어들면 새로운 경쟁구도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한가지 빼놓지 말고 봐야 할 것. 세 게임 모두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겠죠.
2. EQ2 vs COH vs DAOC:카타콤
국내 온라인게임업체 3곳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만큼 해외 온라인게임 3인방의 경쟁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현재까지의 판세를 보면 감마니아코리아의 ‘에버퀘스트2’가 선봉에 서고 버프엔터테인먼트의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 카타콤’과 엔씨소프트의 ‘시티 오브 히어로’가 뒤치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은 역시 ‘에버퀘스트2’. 아시아 게이머들을 위해 ‘이스트 버전’까지 별도로 만드는 노력을 기울였던 감마니아가 국내시장에서 성공할지는 게임업계 안팎에서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1편 서비스에서 참담함을 맛봤던 엔씨소프트가 ‘에버퀘스트2’를 깰 용병으로 ‘시티 오브 히어로’를 들고 나오면서 묘한 분위기도 연출되고 있습니다.
감마니아코리아가 1편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에버퀘스트2’를 들고 나왔다면 엔씨소프트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 ‘길드워’의 아픔을 씻어내기 위해 ‘시티 오브 히어로’에 기대를 거는 눈치입니다. 특히 이번 ‘시티 오브 히어로’는 북미에서 이미 발매된 ‘시티 오브 히어로즈’와 발매를 앞둔 ‘시티 오브 빌런즈’를 묶어 한꺼번에 서비스한다는 점에서 중량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중세시대나 판타지 일색의 MMORPG 시장에서 SF라는 새로운 장르가 국내에서 통할지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관심거리입니다.
위 두 게임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대작이라면 DAOC: 카타콤은 그야말로 숨겨진 복병입니다. DAOC는 에버퀘스트와 함께 현존하는 가장 완성도 높은 온라인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아직도 해외에선 3대 온라인게임 중 하나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에버퀘스트가 MMORPG에 ‘레이드’라는 개념을 도입시켰다면 DAOC는 ‘RVR(대규모 공성전)’의 진수를 보여준 게임입니다.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때 서비스 이관 소문까지 나돌았던 버프엔터테인먼트가 이번 ‘DAOC: 카타콤’으로 화려하게 부활할지 기대됩니다.
3. 대항해시대 온라인 vs 항해세기
비슷한 시기에 같은 소재, 같은 장르의 게임이 론칭하는 것도 드문 일입니다. CJ인터넷에서 서비스하는 ‘대항해시대 온라인’과 나인브라더스에서 서비스하는 ‘항해세기’는 모두 16세기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바다에서 모험을 시작하는 게임입니다.
지난 4월 스피노소프트가 바다를 소재로 한 해양 MMORPG인 ‘나비스 온라인’을 선보였지만 4차 클로즈베타테스트 이후 별다른 소식이 없는 틈을 타 두 게임이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게임은 일본의 코에이가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중국의 스네일게임이 ‘항해세기’를 각각 개발했습니다. 묘하게도 최근까지 역사왜곡 문제로 각을 세웠던 일본-중국 게임이 한국에서 맞붙은 형국이군요.
인기 면에서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이 일본지역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며 기세를 잡았지만 알파테스트를 마친 ‘항해세기’가 게임성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고 오히려 능가한다는 평마저 나오면서 혼전양상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누가 누구 것을 베꼈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주고 받기도 했습니다.
현재까지 게이머들의 평을 종합해보면 ‘대항해시대 온라인’은 PC게임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해 완성도 높은 게임성을 이뤄냈고 ‘항해세기’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항해를 쉬운 인터페이스와 박진감 넘치는 해상전으로 발전시켰습니다.
또 다른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현재 북미에서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파이어릿 오브 더 버닝 시’와의 대전입니다. ‘파이어릿 오브 더 버닝 시’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의 무대가 됐던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으로 현재 한창 개발이 진행중인 온라인게임이랍니다. 이들 3개 해양게임이 해외에서 맞붙으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4. 횡스크롤 MMORPG 전성시대
‘메이플스토리’를 통해 국내에 첫선을 보였던 횡스크롤 MMORPG가 올 여름시장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오늘날 넥슨의 성공신화를 열었던 ‘메이플스토리’ 이후 이렇다 할 횡스크롤게임이 없었다는 점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니지만 올 7월을 기점으로 무려 4개의 횡스크롤 MMORPG가 시장에 선보인다는 점은 이채롭습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여는 게임은 네오플의 ‘던전 앤 파이터’. 정통 2D 횡스크롤 액션게임을 표방하고 있는 ‘던전 앤 파이터’는 오락실에서 봐왔던 전형적인 형태의 횡스크롤 게임입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랜덤던전 생성’과 화끈한 PVP를 위한 ‘결투장 시스템’을 도입했고 특유의 손맛과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뒤를 이어 선보일 게임은 엠게임의 ‘귀혼’과 이네트의 ‘드래곤 젬’이 될 것 같습니다. 두 게임은 모두 7월 중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특히 ‘귀혼’은 호러장르를 표방하고 있어 올 여름시장을 최적의 공략시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협과 귀신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고 ‘귀혼’은 혼령을 빨아들이는 ‘귀력시스템’, 시나리오형/전설형 등의 독특한 ‘퀘스트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트라비아’의 개발사로 널리 알려진 이네트 역시 ‘드래곤 젬’이라는 횡스크롤 MMORPG를 들고 나왔습니다. 용의 눈물이 굳어져서 생긴 진귀한 보석을 뜻하는 ‘드래곤 젬’은 깜찍한 캐릭터와 다양한 직업, 수많은 아이템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외 류엔터테인먼트가 개발중인 ‘플로라’도 조만간 게임서비스 일정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5. 반란을 꿈꾸는 신생업체들
기존 온라인게임업체 못지 않게 MMORPG를 통해 ‘제2의 웹젠’ 또는 ‘제2의 엔씨소프트’를 꿈꾸는 업체들도 올 여름에는 유난히 많습니다.
특히 웹젠과의 경영권 분쟁까지 있었던
이외 락소프트의 ‘데코 온라인’, 엔트웰의 ‘노스테일’, 오렘의 ‘루니아전기’, 위플라이엔터테인먼트의 ‘오더 온라인’, 아레아인터랙티브의 ‘SOS 온라인’ 등의 선전도 기대됩니다.
지금까지의 게임판을 쭉 돌이켜보면 언제나 ‘무서운 신인’은 있었습니다. 제가 게으른 탓에 여기에서 미처 언급하지 못한 게임들이 더 있을 겁니다. 더운 날씨만큼이나 치열한 올 여름 게임시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이와 같은 새로운 개발사들의 ‘선전’이 예상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게임이 많아도 일정 기간에 성공할 수 있는 게임은 많아야 2개 정도라고 합니다. 올 여름 선보이는 MMORPG중 2~3개를 제외한 상당수 게임이 쓴맛을 볼 수도 있다는 얘기죠.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재미있는 게임은 성공한다’는 진리겠죠.
마지막으로 앞에서 언급한 모든 개발사&서비스사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