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부업에 심취한 게이머 박 모씨. 박씨가 하는 부업은 온라인게임과 관련됐지만 장소에 구애를 받거나 시간을 많이 뺐지도 않는다.
바로 온라인게임 클로즈베타테스트 계정 판매.
인기게임이 공개되지 않는 기간에는 부수익이 전혀 없지만 대작게임이라도 공개된다면 별다른 수고 없이 50~100만원을 손쉽게 번다.
박씨가 부수익을 올리기 위해 하는 노력은 친척, 친구들의 개인정보를 확보하고 돈이 될만한 게임을 정해 집중적으로 클로즈베타테스터에 신청하는 게 전부다. 물론 이와 같은 작업을 위해선 게임을 보는 안목이 어느 정도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게임이 뜨지 않더라도 그냥 묵혀두면 그만이라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박씨가 이처럼 독특한(?) 부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 블리자드의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접하면서부터다. 이 게임을 너무 해보고 싶었지만 테스터에 당첨되지 못한 박씨는 아이템거래 사이트에서 무려 13만원이라는 돈을 주고 클베계정을 구입했다. 그리고 떠오른 아이디어가 게임계정을 팔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후 그는 수시로 포털사이트나 게임전문매체에서 기대작으로 내세우는 게임들을 주의깊게 관찰하기 시작했고 소위 말하는 ‘블록버스터 게임’이 클베 테스터를 모집하면 데이터베이스로 쌓아둔 100여개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청에 참여했다.
그런 박씨에게 올 6~7월은 최고의 성수기다. 이미 ‘에버퀘스트2’ 계정을 팔아 어느 정도 수익을 챙겼고 최근에는 넥슨의 온라인게임인 ‘제라’ 계정판매에 나섰다.
현재 아이템베이에서 거래되는 ‘제라’ 계정 하나당 가격은 5만원 안팎. 10개만 팔아도 50만원을 챙길 수 있다. 게다가 7월부터 ‘그라나도 에스파다’, ‘썬’ 등 대작게임들의 클베가 시작되면 수익은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씨는 “계정을 판매하면서 불로소득을 얻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계정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유용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당당히 말한다.
박씨처럼 클베계정을 손쉽게 팔 수 있는 것은 게임회사의 무관심과 아이템거래 사이트의 상술이 한몫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서로 다른 신상기록으로 클베계정을 신청하고 이것을 거래한다면 게임 서비스사 입장에서는 이 같은 거래를 막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 중에선 유일하게 블리자드코리아가 클베계정 거래를 막기 위해 세부적인 조사에 착수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아이템거래 사이트의 상술은 더욱 교묘하다. 국내 대표적인 아이템거래 사이트 I사의 경우 인기게임의 클베가 시작되면 해당게임 거래방을 가장 돋보이는 곳으로 위치시키고 메인화면에 신규유망게임이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어 계정거래를 유도하고 있다.
한편 게임업체들은 온라인게임 게시판을 모니터링하거나 게임속에서 주고 받는 대화를 체크하는 등의 원시적인 방식으로 모니터링하거나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나 아이템거래 사이트에 협조를 구해 계정거래를 막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