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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폭력과 게임의 연관성’ 논란에 휩싸인 미국

잇단 총기사고로 논란 가중, 부통령-게임업계 미팅

홍민(아둥) 2013-01-15 16:22:16
미국에서 폭력적인 게임과 실제 폭력의 관계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가 미국 50개 주에서 18세 이하의 자녀를 둔 1,050 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학부모의 약 75%가 폭력적인 게임이 실제 폭력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적인 게임 퇴출 법제화에 앞장서고 있는 ‘르랜드 이’ 캘리포니아 주 상원의원.
 
설문조사 응답자 중 93%의 학부모는 관리감독 소홀이 아이들을 폭력적이 되는 데 기여하고 있으며, 왕따 문화가 폭력에 기여했다고 보는 답변도 92%나 됐다. 이 밖에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범죄와 폭력적인 TV 콘텐츠가 문제라는 답변도 각각 86%와 77%에 달했다.
 
암살액션게임 <히트맨: 앱솔루션>의 광고에 대해서는 84%의 학부모가 아이들이 보는 시간대에 TV 광고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고속도로 휴계소에서 퇴출당한 <타임 크라이시스>.
 
지난달 발생한 코네티컷 주 뉴타운 총기사고의 후폭풍으로 미국에서 폭력적인 게임에 대한 비난이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매사추세츠 주는 주민의 항의로 주 소유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폭력적인 아케이드게임을 모두 철수했다. <갤러그> <팩맨> <크루즌 이그조티카>와 같은 게임은 살아남았지만, <타임 크라이시스>와 <비치 헤드 2000>는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퇴출당했다. 공공장소에 있는 게임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이 퇴출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타운에서 3시간 떨어진 멜로즈타운은 폭력적인 게임을 몰아내자는 “새해, 새 목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폭력적인 게임, 영화, 장난감을 도시 쓰레기 처리장에 버리면 지역 상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주는 캠페인으로 오는 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계속되는 총기사고의 해결법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인 미국 부통령 조 바이든(Joe Biden)은 지난 14일 미국 게임업계와 모임을 가졌다. 그는 게임업계와 만나기에 앞서 미국총기협회(NRA), 영화 및 TV 업계와 소매상과도 만났다.
 

총기사건과 관련해 게임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미팅에 참석한 그는 “난 이 미팅에 (폭력적인 게임과 실제 폭력의 연관성에 대해) 결론을 내린 상태로 참가한 게 아니다”고 밝히고 앞으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을 얻고자 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미팅에는 액티비전블리자드, EA, 에픽게임스, 게임스탑, 테이크투 등 대표적인 게임업체와 유통업체, 게임등급을 관리하는 ESRB(Entertainment Software Rating Board), 학계가 두루 참석했다.
 
미국 게임업계는 이 자리에서 게임과 폭력적인 사건에는 어떤 연관성도 증명된 바 없으며, 통계를 봐도 게임판매와 범죄율은 연관성이 없다고 전했다. 아울러 게임이 이번 사건의 희생양이 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FBI 통계에 따르면 게임 매출이 늘어날 수록 범죄율은 줄어들었다.
 
최근 FBI의 통계를 보면 게임판매율은 오르고 있으나 범죄율은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2011년 미국 게임 판매기록은 270억 달러(약 28조4,742억 원)가 넘지만, 범죄율은 3.8%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2년과 비교 15.5%나 낮아진 수치로, 이 기간은 <콜 오브 듀티>나 <헤일로>와 같은 게임이 폭발적으로 흥행했던 시기다. 미국 대법원을 포함한 연방정부의 법원들은 게임을 포함한 정부의 미디어 법률이 위헌이란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시간으로 15일까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총기 사건에 대한 포괄적인 제안을 제출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며칠 안에 총기 관련 규제안을 발표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