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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혹독한 부진’ 패미콤 30주년에 기로에 선 닌텐도

Wii U 등 연말 판매성적 부진, 실적전망 또 하향

이재진(다크지니) 2013-02-01 11:13:08

닌텐도가 혹독한 실적 부진에 빠졌다. 지난 연말 판매경쟁에서 저조한 결과가 나왔고, 실적예상은 또 다시 하향조정됐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차익 덕분에 순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 연말 판매경쟁에서 부진, 실적전망 또 하향조정

 

닌텐도는 지난 31일 ‘2013 회계연도’ 3분기(2012년 10월~12월) 연결실적을 발표했다. 2012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거둬들인 매출은 5,430억 엔(약 6조4,65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이고, 영업이익은 58억 엔(약 690억 원)의 적자를 봤다. 다만, 엔화 가치 하락에 힘입어 3분기 순이익은 145억 엔(약 1,727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Wii U 타이틀 중에서 200만 장을 넘긴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U>와 <닌텐도 랜드>.

 

지난해 미국·유럽·일본에서 발매한 신형 가정용 게임기 Wii U의 성적은 기대치를 밑돌았다. 2012년 말까지 전 세계에서 팔린 Wii U는 306만 대였고, 소프트웨어는 1,169만 장이 판매됐다. 이에 따라 닌텐도는 2013 회계연도 전체 실적예상을 다시 하향조정했다.

 

닌텐도는 지난 2012년 10월에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전망을 이미 낮춘 바 있다. 당시 연매출을 8,100억 엔으로 낮췄는데 이번에 6,700억 엔(약 7조9,768억 원)으로 더 하향조정했다. 영업이익은 200억 엔 흑자전망에서 200억 엔(약 2,380억 원) 적자전망으로 나빠졌다. 3DS 연간 판매량은 1,750만 대에서 1,500만 대로 낮췄고, Wii U는 기존의 연간 550만 대 예상치를 400만 대로 낮춰 잡았다.

 

연간 순이익은 140억 엔(약 1,665억 원)의 흑자전망으로 바뀌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해 달러 및 유로 환차익을 거두게 됐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회계연도 말(2013년 3월 31일) 예상환율을 당초 발표했던 1 달러당 80 엔에서 90 엔으로, 1 유로당 100 엔에서 120 엔으로 변경했다.

 

 

■ 문제는 해외,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 고전

 

일본 정부의 ‘엔저 정책’ 덕분에 순이익은 흑자를 보게 됐지만 닌텐도의 2013 회계연도는 스스로 ‘혹독하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가시밭길이다.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실적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연말 판매경쟁에서 충분한 결과를 내지 못해 실적예상을 하향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닌텐도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의 부진이다. 지난 9개월 동안 주요 3대 시장(일본·미국·유럽) 중에서도 미국에서 가장 고전했다. Wii U의 발매로 Wii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 가운데 정작 Wii U 자체의 판매량이 신통치 않았다.

 

2012년 미국 가정용 게임기 판매 추이. 하늘색 선(Wii)과 점(Wii U)이 가장 낮다.

 

미국에서 3DS는 2012년 8월 화면이 커진 XL 모델과 <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2>의 발매로 잠시 기세를 높였지만 더 뻗어나가지 못했다. 3DS 주간 판매량에서 일본이 미국을 앞설 정도로 미국의 성적은 나빴다.

 

유럽에서도 좋았다고 보기 어렵다. Wii는 존재감이 현저히 약해졌고, Wii U는 발매 후 바로 그래프가 곤두박질쳤다. 3DS는 2012년 11월 하순까지는 기세가 괜찮았지만, 연말로 접어들면서 그래프가 고꾸라졌다. 특히 유럽에서 콘솔 시장이 가장 크게 형성된 영국에서 가장 부진했고, 그 악영향이 컸다.

 

2012년 말 유럽 가정용 게임기 주간 판매 추이. Wii와 Wii U가 제일 낮다.

 

2012년 말 유럽 휴대용 게임기 주간 판매 추이.

 

물론 차세대 콘솔의 등장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하드웨어 판매량 자체가 전체적으로 줄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Wii와 Wii U는 더 부진했다. 닌텐도 사장이 승부처(연말 성수기)에서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밝힌 배경이다.

 

미국(위)과 유럽의 게임기 판매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 일본에서 자리 잡은 3DS, 미국·유럽 적극 공략


3DS는 일본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발매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1,000만 대가 넘게 보급됐는데, 지난해 말 일본에 출시된 커뮤니케이션게임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의 대성공이 3DS 연말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이 게임은 2개월 만에 270만 장 이상 팔렸다.

 

닌텐도는 3DS가 일본 게임시장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이 있으며 확산 궤도에 접어들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3DS가 출시된 후 8분기 동안의 판매량을 살펴보면 DS의 페이스를 웃돈다. 문제는 해외, 즉 미국과 유럽이다. 닌텐도는 DS 때도 일본에서 먼저 빠르게 시장이 형성된 다음, 유럽에서 판매량이 본격적으로 올랐고,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DS와 3DS의 발매 후 전 세계시장에서의 판매 추이. 3DS의 속도가 더 빠르다.

 

오는 2월 7일 국내에서도 출시되는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

 

자연스레 닌텐도의 미션은 3DS의 흐름을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됐다. 단,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로 과거 DS 때와는 상황이 달라진 점이 걸림돌이다.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지난해 일본에서도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이 나오기 전까지는 비슷한 질문을 받기도 했지만, 플레이하고 싶은 독자적인 타이틀이 있으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결국 3DS가 미국과 유럽에서 일본만큼 성장하지 못한 데는 연말 히트 타이틀의 부재가 컸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닌텐도는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3DS의 판매를 이끌 수 있는 유력 타이틀을 공격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포켓몬스터 X>와 <포켓몬스터 Y>는 일본과 같은 10월에 해외에서도 출시된다. <튀어나와요 동물의 숲> 역시 상반기 중으로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다.

 

<포켓몬스터> 신작의 경우 해외에서도 동시에 발매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일본 개발사들이 만든 3DS 타이틀을 닌텐도가 앞장 서서 적극적으로 미국과 유럽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3DS 이용자들의 네트워크 접속률이 높아지고 있다. 1년 전 60%에서 더 올라 80% 수준이 됐다. 해외에서도 패키지 다운로드 판매 등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 Wii U의 시나리오 붕괴, 통합개발본부의 출범

 

최신 하드웨어 Wii U는 고민거리다. 지난해 말 발매됐지만 사회적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기세가 떨어졌다. 게임 타이틀 개발이 늦어지면서 올해 초에는 신작 발매도 끊겼다. 닌텐도가 ‘플랫폼 보급 시나리오의 붕괴로 이어졌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닌텐도는 ‘Wii 때처럼 한눈에 매력을 알 수 없다’는 지적도 있어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게임 타이틀을 제대로 선보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올 봄과 여름에는 본체 업데이트도 예정돼 있다. 닌텐도는 Wii U 가격인하라는 선택은 예정에 없다고 못 박았다.

 

일본·미국·유럽 콘솔 시장 점유율. 닌텐도는 종합해서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

 

닌텐도는 Wii U 게임패드와 미버스(Miiverse)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게임 개발 규모가 커져 외부 개발사가 단독으로 가정용 콘솔게임을 만들기 힘들어진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협업할 예정이기도 하다. 현재 Wii U의 네트워크 접속률은 74% 정도인데, 닌텐도는 당초 계획대로 거실에서 즐기는 TV 오락의 확대를 콘셉트로 Wii U를 보급할 계획이다.

 

닌텐도는 다음 달인 2013년 2월, 9년 만에 개발부문을 재편한다. 지금까지 독립된 본부에서 따로 개발해 왔던 휴대용 게임기와 가정용 게임기 주관부서를 통합, 통합개발본부가 조직된다. 아울러 미래의 플랫폼 아키텍처를 통합하기 위한 프로젝트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기초 기술이나 노하우를 공유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패미콤 30주년이 되는 2013년, 갈림길에 선 닌텐도가 어디까지 혁신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다음 회계연도에서는 환율 동향을 전제로, 해외에서의 추진력을 되살려 영업이익 1,000억 엔(약 1조1,900억 원) 이상을 목표로 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