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게임을 만들었던 건 한게임 창업의 경험 덕분입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ECC 이삼봉홀에서 열린 케이큐브 스타트업 컨퍼런스에서 ‘스타트업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지금의 카카오톡을 만들기까지 자신이 걸어 왔던 발자취를 소개했다.
카카오 김범수 의장
김 의장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인 1991년에 PC통신을 처음 경험하고 큰 감명을 받았다. 처음으로 통신망을 통해 ‘연결된 세상’을 보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구조에서 가능성을 봤다. 논문을 PC통신과 관련된 주제로 제출했을 정도로 PC통신에 빠졌던 김 의장은 1994년에 유니텔에서 일하며 온라인 서비스를 경험했다.
1995년이 되자 이번에는 인터넷의 시대가 왔다. 김 의장이 바라본 PC통신과 인터넷의 차이는 누구나 많은 장비를 구비하지 않아도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PC통신은 엄청난 장비가 있어야 서비스할 수 있었던 반면, 인터넷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김 의장은 그때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게임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고스톱이나 바둑, <테트리스> 같은 게임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 김 의장은 한게임을 창업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한게임을 네이버와 합병시키고 난 김 의장은 미국에서 지내다가 2007년에 아이폰 출시를 본고장에서 지켜봤다. 세상이 스마트폰 시대로 바뀌는 광경을 한국보다 먼저 체험했던 것이다. 이후 카카오를 창업해 웹 기반 서비스에 도전하던 김 의장은 2009년 9월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되는 것을 보고 준비하던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그리고 스마트폰 시대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다시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으로 세상이 바뀌는 과정을 경험했던 김 의장은 스마트폰 시대에 맞춘 서비스에 대해 고민했다. 스마트폰의 핵심은 전화기이고,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 카카오는 무료 메시지 서비스를 내세운 카카오톡을 개발했다.
이렇게 카카오톡이 탄생하게 됐고, 지금은 실제 사용자 7,600만 명에 국내 최대 일일방문자 2,800만 명이라는 성과를 거두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카카오톡이 플랫폼으로서 사용자를 모으고 나자 김 의장은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바로 대기업식 ‘규모의 경제’ 대신 여러 업체가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 것이다.
카카오식 생태계의 시작은 이모티콘 스토어였다. 그리고 웹툰 작가 등이 직접 이모티콘을 판매해 수익을 낼 수 있게 되자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했다. 바로 ‘카카오 게임’이었다.
이 부분에서 김 의장은 “한게임 창업 당시의 경험이 있었기에 카카오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했다. 한게임을 창업하고 게임을 서비스하며 게임에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게임을 통해 충분한 사용자가 모인 곳에서 게임을 서비스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경험을 얻었고, 친구들 사이에서 확산되는 바이럴 마케팅 효과로 카카오스토리가 8일 만에 1,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지표를 보며 성공을 확신했다.
하지만 처음 카카오 게임을 열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친구끼리 하는 게임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보일 것이며, 얼마나 수익을 거둘 것이냐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래서 카카오는 비교적 소규모인 업체 6곳과 손잡고 처음으로 게임을 서비스했다.
결국 <애니팡>과 <드래곤 플라이트> 등의 카카오톡 연동 게임이 잇따라 유저 수와 수익 면에서 대성공을 거두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가진 파급력이 증명됐다. 카카오가 원했던 생태계가 구축되는 성과도 거뒀다.
김 의장은 “이어지는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지만, 게임들 사이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항상 동시에 온다”며 현재 카카오 게임의 상태를 자평했다.
한편, 김 의장은 강연장에 온 창업자들에게 “비즈니스의 핵심을 명확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즈니스의 핵심은 차별화”라고 강조하며 “창업의 성공확률을 높이는 건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팀이다. 관점을 서로 다르게 볼 수 있는 다양성을 갖추고, 항상 충돌하고 싸울 수 있는 팀이 좋은 팀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