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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천우신조’ 9명의 대학생, 미국 게임시장을 느끼다

넥슨 글로벌 인턴십 수료, 3개 팀이 만든 게임 공개

남혁우(석모도) 2013-02-25 15:25:17

지난 1 14일 오리엔테이션으로 시작된 넥슨 글로벌 인턴십이 2월 20일 수료식과 함께 마무리됐습니다. 이번 인턴십은 ‘북미 게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게임 제작’을 주제로 약 한 달 동안 참가자들이 주어진 과제와 다양한 활동을 벌이며 진행됐습니다.

 

인턴십 참가자들은 810일 동안 미국에 가서 일렉트로닉아츠(이하 EA)와 밸브, 넥슨아메리카 등 미국 게임회사를 찾아가고 UCLA나 워싱턴 대학에서 현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신들이 만든 게임의 현지 반응을 살펴보거나 북미의 게임 개발 방식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죠.

 

모든 인턴십 참가자는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학생으로 구성됐습니다. 그래픽과 기획 모두 직접 해결했는데요, 부족한 그래픽 리소스는 넥슨 IP(지적재산권)를 참조하기도 했다네요.

 

20일 열린 수료식에서는 인턴십 기간 동안 북미 게임회사 견학과 설문을 통해 얻은 자료를 토대로 참가자들이 만든 게임을 직접 발표하고 평가를 통해 순위를 매겼습니다. 이들은 한 달이라는 인턴십 기간에 어떤 게임을 만들었을까요?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올해로 9회째를 맞는 넥슨 글로벌 인턴십은 게임산업 인재 육성 및 발굴을 위한 대학생 대상의 장학 프로그램으로 매년 10여 명의 대학생들에게 해외 게임산업 시찰과 인턴십 기회를 제공해 왔다.


 

 

글로벌 인턴십 수료식은 넥슨 인재개발팀 박세호 파트장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각 팀이 만든 게임 발표에 앞서 참가자들이 미국에서 활동한 모습을 담은 영상이 소개됐다.

 

이번 인턴십은 810일 동안 미국에서 EA, 밸브, 넥슨아메리카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구성됐는데, 그 외에 남는 시간에는 다른 게임회사를 섭외하는 등 세부 일정과 방문지를 모두 참가자들이 직접 결정해야 했다.

 

이에 팀에 따라 구글, 라이엇게임즈,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UCLA, 워싱턴 대학교 등 다양한 지역을 찾아가 활동했다.

 

발표의 심사를 맡은 인재개발팀 권도영 팀장(왼쪽)과 넥슨 프로그래밍 직군위원 .

 

첫 번째로 발표한 천우신조팀. 남녀노소 누구나 갖고 있고 자주 움직이는 휴대폰의 특성을 강조해 쉽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러닝 장르에 퍼즐을 조합한 게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고슴도치가 장애물을 피해 안전하게 앞으로 갈 수 있도록 길목에 사다리와 구름을 설치하는 게임인 <런투유>를 기획했다.

 

 

어떤 동물을 가장 좋아하는지 북미에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고슴도치가 압도적으로 높은 표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고슴도치로 정했죠.


북미에서 사람들에게 게임을 해보게 했는데 재미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올라갈 때 쓰는 사다리와 내려갈 때 쓰는 줄을 구분하는 것을 너무 어려워해서 이를 통합했습니다.

 

만들어진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보는 심사위원.

 

 

어떤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자신이 만든 것을 보여주고 설문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할 수 없었던 일인데 이렇게 미국에 가서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다들 한 번씩 몸이 아파서 게임을 만들거나 미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었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어요.

 

두 번째로 발표한 ‘참조팀은 북미 유저들은 업적시스템과 스토리를 선호한다는 설문결과를 바탕으로 <푸얀>의 게임 방식에 업적시스템을 조합한 <엘리나로빈>을 제작했다.

 

이 게임은 오른쪽에 있는 캐릭터를 상하로 움직이며 풍선을 맞추는 게임이다. 풍선을 맞추면 안에 들어있던 버섯이 떨어지며 저에게 바나나를 던지는 원숭이를 공격할 수 있다.

 

 

 

중간 발표에서 화면에 나오는 것이 너무 많아 어지럽고 운에 의지하며 난사하는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풍선의 숫자를 줄이고 화살의 수에 제한을 둬서 난사를 막았습니다.

 

‘자료구조팀은 국내에서 사전조사를 통해 북미 유저가 전투가 강조된 게임을 선호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토대로 용의 머리를 벤 후 타이밍에 맞춰 화면을 터치하면 멀리 날려버리는 게임을 제작했다.

 

하지만 실제 북미에서는 액션보다 퍼즐을 선호하고 있었기 때문에 장르를 바꿨다바뀐 게임은 용의 머리를 멀리 날린다는 콘셉트는 같지만 타이밍에 맞춰 화면을 누르는 원버튼 방식이 알파벳을 조합하는 퍼즐로 단어를 조합할 때마다 날아가는 머리에 가속도가 붙는 방식이었다.

 

 

 

개발 시간도 많지 않았을 텐데 왜 게임의 근간인 장르를 바꿨어요?”

 

북미 유저가 액션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보다 퍼즐을 더 선호했기 때문에 바꿨습니다. 그리고 초기 기획할 때부터 미국을 다녀온 후 유저의 성향에 맞춰 게임을 바꿀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래픽적인 리소스는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프로그래밍 루틴만 수정하는 정도여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 권도영 팀장은 짧은 기간에 만들었음에도 완성도가 높아서 다들 열심히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자신이 만든 게임에 대한 반응을 북미 유저에게 묻는 것은 좋았지만 선호하는 장르 등 이미 검증된 데이터가 있는 내용을 따로 설문한 것은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하지만 프로그래머만을 대상으로 해서 프로그래머가 코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시장을 파악하고 게임을 기획하고 그래픽 리소스도 만들고 또한 낯선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개발자 또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표가 끝난 후 순위를 정하기 위해 심사위원이 자리를 떠나고 잠시 쉬는 시간. 한 달 동안 서로 많이 친해진 듯 오리엔테이션 때와는 달리 장난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사 결과, 천우신조 팀이 1등을 차지했다. (왼쪽부터 카이스트 장동한, 성신여자대학교 김지인, 숭실대학교 김지수)

 

이번 인턴십 심사는  6단계에 걸친 과제 평가를 통해 초기 기획을 얼마나 구체화했으며 프로그래밍 직군 위원들로 구성된 멘토단의 피드백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게임을 발전된 방향으로 수정해 나갔는지를 주요 평가했다.

 

이외에도 팀원들 사이의 협업과 업무배분시간관리, 조별 커뮤니케이션 방식업무분장마감시간 준수프레젠테이션 능력 등 개발자가 가져야 할 자세와 전체 조별 활동을 입체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인턴십 1등을 수상한 천우신조 팀.(왼쪽부터 김지인, 장동한, 김지수)

 

TIG> 어떻게 넥슨 글로벌 인턴십에 참가하게 됐나? 또 1등 소감은?

 

김지인: 친구가 좋은 인턴십 자리가 있다고 해서 같이 지원하게 됐다. 그런데 친구는 안 되고 저만 인턴십에 참가하게 됐다. 덕분에 이렇게 해외에서 경험도 쌓고 1등도 할 수 있었다. 마치 1년치 운을 몰아서 쓴 느낌이다.

 

장동한: 작년 10월에 전역한 후에 무슨 일을 할지 방황하고 있었는데 글로벌 인턴십을 후배가 추천해줘서 지원하게 됐다. 지원하기 전까지는 방황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었는데 인턴십 덕분에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김지수: 동아리 선배가 알려줘서 지원하게 됐는데 정작 알려준 선배는 지원하지 않았었다. 나이가 어려서 안 될 줄 알았는데 인턴십에 참가하게 되고 결과도 좋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해외도 가보고 팀으로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TIG> 해외를 돌아봤는데, 어디가 가장 인상적이었나?

 

김지인: 워싱턴 대학교가 가장 인상 깊었다. 설문조사도 가장 잘 해줬고 실제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은 어떤 엔진을 쓰고 어떻게 공부하는지 알아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도 모르는 사람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자신이 만든 게임을 평가해 달라고 할일이 없는데 해외에서 해봤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었다.

 

장동한: 개인적인 팬의 마음인지는 모르겠지만 라이엇게임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그들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직원 모두가 자신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관계자도 퇴근을 더 빨리하면 되니 일찍 회사에 와도 상관없다고 했었다.

 

김지수: 나도 팬의 마음 때문인지 라이엇게임즈가 인상 깊었다. 출퇴근도 상당히 자유롭고 회사 분위기도 어디를 봐도 우리가 <리그오브레전드>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잘 꾸며져 있었다. 밸브도 비슷하게 자유로운 분위기지만 외부인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다.

 

 

TIG> 해외에서 본인들이 만든 게임의 반응은 어떻게 나왔나?

 

김지인: 게임 자체에 대해서는 대부분 재미있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헤매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부분을 많이 수정했다.

 

장동한: 서양은 귀여운 그래픽보다 사실적인 그림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동물 등 귀여운 캐릭터를 선호했다. 그래서 초기에는 <메이플스토리>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나중에는 유저의 성향에 따라 그림체를 바꿀 예정이었는데 오히려 반응이 좋아서 그대로 사용했다.

 

김지수: 처음부터 학생이라고 밝혀서인지 모르겠지만 그래픽 퀄리티에 대해서는 다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칭찬을 많이 들어서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TIG>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김지인: 처음 가는 곳이라서 길을 정말 많이 잃어버렸다. 버스에서 내려야 하는 정거장을 잘못 알아서 중간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고 한 번은 길을 잃어버린 후 숙소로 돌아온 뒤에 또 목적지의 반대 방향으로 가버린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업무로 간 것이 아니라 그런지 크게 화가 나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장동한: 아무래도 다들 인턴십 기간에 많이 아팠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 명은 노로바이러스에 걸리고 한 명은 위경련이 일어나고, 감기에 걸린 나는 명함도 못내밀 정도였다.

 

김지수: 라이엇게임즈가 기억에 남는다. 원래는 미국에 가기 전에 미리 해외 회사에 연락을 해서 일정을 짜야 했는데 우리가 요청한 곳은 대부분 답변이 없었다. 그래서 미국에 와서야 겨우 일정을 잡아서 인터뷰를 하거나 설문조사를 할 수 있었다.

 

 

TIG> 상금은 어떻게 쓸 생각인가?

 

김지인: 장난식으로 30만 원씩 나누고 나머지 10만 원으로 회식을 하자고 했었다. 아니면 33만 원씩 나누고 1만 원으로 밥을 먹는 방법도 있었다. 그런데 사실은 1등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장동한: 그리고 상금보다 미국에 다녀온 비행기 값과 식비가 훨씬 가격이 높다는 걸 생각하면 이미 많이 혜택을 봤다고 생각한다.

 

김지수: 개인적으로 새 컴퓨터를 맞추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덕분에 시간이 단축된 것 같다.(전원 동의)

 

 

TIG> 이번 인턴십이 어떤 의미가 있었는가?

 

김지인: 학교가 여대라서 남자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인턴십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서로 배워온 것도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다른 만큼 일하면서 충돌이 없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런 부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주로 나보다 나이가 많거나 친구와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일을 주도할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팀장을 맡으면서 일의 무게도 많이 느끼게 됐다. 그리고 팀원들이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부분도 있어서 많이 배웠다.

 

장동한: 미국과 한국에서 우리가 만든 게임을 사람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더 재미있는 것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재미만 알았다면 이제는 게임을 만드는 일의 재미를 알게 된 것 같다.

 

김지수: 같은 학교에서 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배운 것이 비슷하다보니 생각하거나 나오는 결과물도 비슷해질 수 있다. 하지만 서로 배운 것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