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이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전 세계 상황을 보자면 여전히 클라이언트 기반의 PC 온라인게임 시장은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
21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2013 글로벌 게임산업 전략포럼 중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게임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토론에서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모은 의견이다.
이날 토론은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의 사회로 미국 게임시장에 밝은 조현선 키야트게임즈 대표, 일본 시장을 잘 아는 미요시 헤이타 아이지에이웍스 이사, 중국 시장에 밝은 배영진 모빌팩토리 대표가 참석했다. 주요 토론 내용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해외에서 달라진 한국게임의 위상
임상훈: 예전에는 한국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신작의 진출도 활발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게임을 보면 손에 꼽힐 정도로 적고, 특히 클라이언트 기반의 온라인게임은 성적이 좋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시장 상황에 대해 어떻게들 생각하는가?
토론의 사회를 맡은 임상훈 디스이즈게임 대표
조현선: 미국을 보면 최근에는 ‘모바일게임 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모바일게임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 한국게임이 있나 찾아보면 게임빌의 <에어펭귄> 정도만 주목받았을 뿐 거의 없었다. ‘온라인게임은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불과 몇 년 전 상황과 비교해 보면 정말 극단적으로 상황이 바뀌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의 규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과도한 규제로 오픈마켓에 ‘게임 카테고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열려 있지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을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결국 이런 결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
미요시 헤이타: 일본에서는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한국 온라인게임들이 많은 활약을 했었다. 하지만 약 3년 전부터는 정체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모바일게임에서는 아예 한국게임이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일본 협회 쪽에서 일하는데,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면 한국게임을 소싱해서 서비스하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한국게임이 일본에서 이전과 같은 주목을 받지 못한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배영진: 중국시장을 보면 일단 클라이언트 기반의 온라인게임 시장은 텐센트 게임들이 거의 독보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까지 텐센트 게임이고, 다른 후발주자들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다만 웹 기반의 게임 쪽을 보면 아직은 해볼 만한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지난해 웹게임 <신선도>가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현재 중국시장은 텐센트가 독주하는 가운데 많은 업체들이 웹게임을 비롯한 틈새시장에서 해볼 수 있는 여지를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 온라인게임 개발, 지금 도전해도 괜찮다
임상훈: 이런 상황에서 현재 클라이언트 기반의 온라인게임 신작의 양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픽 외주 관계자와 이야기해 보면 예전에는 9:1로 온라인게임이 모바일게임에 비해 비중이 높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4:6으로 오히려 모바일게임의 비중이 높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지원사업을 하겠다고 하는데 온라인게임 개발사가 적어서 지원을 못해주는 그런 상황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굉장히 우울한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과연 지금 온라인게임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조현선: 개인적으로 온라인게임 개발에 도전하겠다는 회사가 있다면 정말 응원하고 싶다. 물론 온라인게임은 모바일게임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하는 비율이 낮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게이머들이 있는 시장이고, 또 그들의 ‘좋은 신작’에 대한 요구도 계속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전에는 그래픽 퀄리티가 높고 콘셉트도 좋은 신작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 모바일게임 붐으로 인해 그런 작품을 완성하지 못하고 일단 개발을 멈춘 회사가 많다고 들었다. 정말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미요시 헤이타: 조현선 대표의 말이 맞다. 최근 한국에서 모바일게임이 선풍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이는 사실 각 게임사들이 온라인게임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런 만큼 온라인게임의 개발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영진: 실제 시장 측면에서 봐도 온라인게임 신작을 개발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고 본다. 올해 주요 게임사들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의미 있는 MMORPG를 개발하겠다고 한 게임사가 거의 없었다. 이는 다시 말해 2~3년 뒤에는 분명 온라인게임 시장에 빈틈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온라인게임을 만든다면 분명 그 틈을 공략할 수 있지 않을까?
또 하나 첨언하자면, 게임이라는 콘텐츠는 개발자들의 ‘성향’을 따른다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을 좋아하는 개발자는 온라인게임을 만들어야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 그런 만큼 만약 온라인게임을 좋아하고, 이에 대한 기술력이 있다면 지금은 뚝심 있게 믿고 밀어붙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
■ 세계시장을 노린 모바일게임을 만든다면
임상훈: 모바일게임 쪽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최근 중국은 중국적 문화를 가진 타이틀이 성공하고, 일본은 카드배틀 장르의 게임이 성공한다고 한다. 이는 모바일게임이 지역색이나 문화적 장벽이 높고, 하나의 게임을 만들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성공하는 것이 온라인게임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세계시장에 포인트에 두고 모바일게임을 개발한다면, 과연 어떤 타이틀을 만드는 것이 답일까?
조현선: 그런 것은 모바일게임만이 아니라 온라인게임 역시 마찬가지인 이야기다. 실제로 동양적인 <삼국지> 같은 소재로 개발된 게임은 모바일과 온라인을 불문하고 모두 북미시장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아무래도 세계시장에 포인트를 두고 게임을 만든다면 아서왕 이야기나 십자군 같이 그들에게 친숙한 문화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진 IP(지적재산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요시 헤이타: 일본시장을 보면 소위 말하는 카드배틀 장르가 대세를 이루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카드배틀 외에 캐주얼게임이나 RPG 같은 미들코어-하드코어 게임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NHN 재팬의 ‘라인’(LINE) 같은 플랫폼의 전략을 보면 카드배틀 외에도 높은 ARPU(가입자당 평균수익)를 거둘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미들코어나 하드코어 게임에 대한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게임을 잘 서비스할 수 있는 플랫폼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창업한다면 자신감을 갖고 시장에 도전하라
임상훈: 최근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창업 등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도 많이 있는데, 진짜 창업을 한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조현선: 이제 회사를 설립한 지 2개월 된 따끈따끈한 창업자라 말하기 조심스럽다. 일단 개인 경험을 말하자면, 과거 미국에 가서 실리콘 밸리의 환경을 보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했을 때, 그들은 한국을 항상 온라인게임 No.1으로 인정해주었다. 거기에서 자신감을 얻어 결국 창업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창업에 도전하겠다는 분들에게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하고 싶다. 특히 온라인게임의 경우 북미 퍼블리셔 등 관계자들과 이야기해 보면 한국 사람들과 정말 많이 일하고 싶어한다. 영어 등 커뮤니케이션 준비를 많이 하고 도전하면 분명 기회는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요시 헤이타: 일본에서는 여전히 한국을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보고 있고, 개발력이나 기술 측면에서 봐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도 의지가 있고, 시장조사를 잘하고, 좋은 개발자들을 확보한다면 온라인게임이든 모바일게임이든 아직은 성공할 만한 여지가 크다고 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보면, 지금은 캐주얼게임이 대세지만 한국 게임 개발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역시 그래픽 좋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그런 ‘게임다운 게임’, 즉 미들코어나 하드코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각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배영진: 당연히 창업을 하겠다면 응원하고 싶다.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을 보면 아직은 정형화된 틀이 존재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며, 또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모바일게임 시장이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남들보다 더 빠르게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 아닐까? 실제로 선데이토즈를 봐도 징가 등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남들보다 빠르게 소셜게임, 모바일게임 등에 도전했기에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남들보다 가장 먼저 성공할 수 있었다. 만약 모바일게임에 도전한다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