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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아티스트가 그림만 잘 그리는 시대는 끝났다”

[BDC] 3D 게임아트의 기술적 이해

안정빈(한낮) 2013-03-21 10:43:43

게임 아티스트가 예쁜 것만 그리면 다되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의 게임 아티스트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다른 파트와 협력작업을 할 수 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테라>의 배경아티스트를 맡고 있는 심지원 팀장은 블루홀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BDC)에서 이렇게 밝혔다.

 

블루홀 스튜디오는 지난해부터 내부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블루홀 개발자 컨퍼런스(이하 BDC)를 진행 중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BDC에서는 <테라>의 개발과정을 비롯해 개발자로서의 자세, 개발자들이 느낀 이슈들이 공유됐다.

 

아직은 작은 내부 컨퍼런스에 불과하지만 블루홀 스튜디오는 BDC의 규모를 점차적으로 늘려 향후 외부 개발자까지 초대하는 대규모 컨퍼런스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과연 게임 아티스트에게 어떤 기술적인 이해가 필요할까? 최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배운 아티스트는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에서 아티스트에게도 기술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심지원 팀장의 강연을 들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블루홀의 심지원 배경아트팀 팀장


강연에 기술적인 이야기가 많습니다. 3D 아티스트를 꿈꾸는, 혹은 3D 아트에 관심 있는 지망생들을 위해 원론적인 내용도 기사에 포함시켰습니다. 이점 양해바랍니다.

 

 

■ 빠르게 달라지는 시대. 빠르게 달라지는 기술

 

멋진 3D 게임아트란 무엇일까? 심 팀장은 3D 게임아트가 멋지다는 평을 듣기 위해서는 2가지 요소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싱게임처럼 극한의 사실성을 통해 현실 같은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거나, 판타지게임들처럼 아예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현실 같은 시뮬레이션과 아예 새로운 판타지 세상. 두 요소는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사용자가 진짜라고 믿을 수 있는 세상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3D 게임은 진화를 거듭했다. 16년 전 3D로 구현된 세상을 보여주며 유저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던 <파이널 판타지 7>의 그래픽도 지금 보면 한정된 정보에 간단한 라이팅 효과 정도를 넣은 단순한 작업에 불과하다.

 

하지만 각종 텍스쳐와 셰이딩 기술을 만난 지금의 3D 그래픽은 잘만 이용한다면 사용자가 진짜라고 믿을 수 있는 사실성 넘치는 세상도, 상상 속에서 봐오던 몽환적인 판타지도 만들어낼 수 있다. 심 팀장은 이를 위해 먼저 3D 게임 아티스트들이 흔히 사용하는 텍스쳐와 셰이딩 기술에 대한 원론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빛과 색의 원리를 구현하는 디퓨즈맵과 스펙큘러맵

 

현재 3D 게임아트는 다양한 텍스쳐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빛의 반사를 표현하는 디퓨즈맵과 스펙큘러 맵, 3D 그래픽의 입체적인 정보를 하나의 평면 이미지로 저장해주는 노말맵, 빛이 들어오는 정도를 미리 저장해주는 라이트맵 등이 대표적인 텍스쳐들이다.

 

먼저 디퓨즈맵과 스펙큘러맵은 빛의 반사를 담당한다. 다만 두 텍스쳐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디퓨즈맵은 빛의 난반사를 표현한 텍스쳐다. 현실의 모든 물체는 거친 표면을 갖고 있다. 아무리 매끈한 물체도 빛의 파장 단위에서 확대 보면 그 표면은 거칠기 마련이다.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모든 물체는 모든 방향으로 빛을 반사한다. 빛의 난반사효과다. 물체의 빛을 받지 않는 방향이 눈에 보이는 것도 난반사 효과를 통해 반사된 빛이 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난반사 과정에서 물체는 일부 빛을 흡수한다. 그리고 남은 빛은 우리 눈에 색깔로 표현된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운 빛과 색의 기본 원리다. 결국 난반사를 표현하는 디퓨즈맵은 물체의 색을 보여주는 텍스쳐라고 보면 된다. 형태만 갖춰진 어떤 물체 위에 디퓨즈맵을 씌워서 물체의 색을 표현하는 것이다. 색을 표현하는 텍스쳐인 만큼 디퓨즈맵은 어떤 상황에서도 수정되지 않는다.

 



빛은 난반사와 함께 정반사 효과도 일으킨다. 물체의 재질과 거친 정도와 빛이 들어오는 각도,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 반사되는 빛의 양이 다르다. 일종의 밝기라고 보면 된다. 이를 표현한 것이 스펙큘러맵이다.

 

대부분 디퓨즈맵을 만든 후 이를 약간씩 조절해서 스펙큘러맵으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2종류 이상의 재질을 가진 물체는 재질과 상관없이 모두 반사가 같아지는 현상이 벌어진다.

 

청동으로 된 장신구가 흙 속에 묻혀있을 때, 햇빛 아래에서 보면 청동부분이 유난히 밝게 비칠 것이다. 청동이 빛을 반사하는 정도가, 흙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체의 재질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스펙큘러맵을 만든다면 흙 속에 묻힌 청동장신구가 전혀 빛나지 않거나, 반대로 흙과 함께 빛나는 현상이 벌어진다.

 

실제 3D 그래픽에서는 여기에 물체의 음영 등을 표현해주는 각종 셰이더효과를 넣음으로써 빛과 색의 표현을 마무리 짓는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말맵과 라이트맵

 

텍스쳐의 발전은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에 있어서도 더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노말맵을 이용해 원래대로라면 불가능한 수준의 자세한 굴곡을 표현하고 라이트맵을 이용해 실시간 광원효과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노말맵은 3D로 구성된 물체의 모양을 한 장의 이미지로 표현해주는 텍스쳐다. 캐릭터의 얼굴처럼 굴곡이 많은 작업을 할 때, 모든 굴곡을 폴리곤으로 깎아서표현한다면 게임에 엄청난 부하를 주게 된다. 그래서 노말맵을 이용해 평평한 물체라도 굴곡이 있는 것처럼 표현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인물의 얼굴에 수많은 여드름이 있다면 이를 직접 표현하는 대신 깨끗한 얼굴을 만들고  수 많은 여드름이 있는 것처럼노말맵을 이용해 음영만을 덧씌워주는 것이다. 노말맵은 여기서 물체의 각 부위별 X, Y, Z 축의 값을 포토샵의 R, G, B에 대응시켜 모든 것을 으로 저장한다.

 




라이트맵은 움직이지 않는 배경 등에서 미리 광원효과를 덧씌우는 방식의 텍스쳐다. 고정된 배경이나 물체에 미리 고정된 광원을 입력하고 이를 텍스쳐로 입력해서 실시간 광원효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노말맵과 라이트맵은 게임에서 그래픽적인 부하를 최소화하는 기술로, 이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다양한 텍스쳐를 조합할 때 각 텍스쳐의 역할이나 구성방식 등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으면 각종 상황이 벌어졌을 때 해당 기능을 하는 텍스쳐만 조절해서 일을 쉽게 끝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빛의 정도를 달리한다면 디퓨즈맵을, 오브젝트의 재질을 바꾼다면 스펙큘러맵만을 손보는 식이다.

 

여기에 텍스쳐에 사용된 기술들은 현실세계의 원리에 대해 고찰하고, 이를 그래픽으로 구현하기 위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들인 만큼 원리를 제대로 알고 있으면 보다 효율적인 응용이 가능하다는 게 심 팀장의 주장이다.

 




최적화를 위해서라도 필요한 3D 아티스트의 기술

 

3D 아티스트가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최적화 작업도 한층 쉬워진다. 최근 온라인게임의 최적화는 대부분 그래픽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게임이 느려질 경우에는 렌더링 과정에서 랙이 발생한 경우가 많다. 메모리 부족으로 게임이 다운되는 일 역시 텍스쳐 양이 주범이다.

 

이때 3D 아티스트가 기술적인 부분을 잘 알고 있다면 문제를 빠르게 파악하거나 아예 예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이 느리다면 실시간 광원의 개수를 의심하고, 라이트맵을 더욱 활용할 방법을 생각해 본다거나, 게임이 중간에 멈춘다면 텍스쳐 용량부터 분석해보는 식이다.

 

특정 구간에서 느려지는 걸 막을 수 없다면 오히려 다른 파이프라인에서 속도를 끌어올릴 수는 없는지 고민해볼 수도 있다. 단순히 프로그래머가 원인을 찾고 분석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3D 아티스트가 적절한 지식을 갖추고 최소한의 점검만 먼저 해볼 수 있다면 게임개발 과정이 한층 수월해진다는 것.

 

심 팀장은 그래픽에 관련된 기술들은 점점 사실적인 묘사를 위해 발전해 나간다. 실제로 노말맵 기술이 주목 받은 것 역시 비교적 최근의 이슈다. 단순히 기술을 편하게 사용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최신 이슈와 혁신적인 기술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나간다면 멋진 그래픽은 물론 협업이 강조되는 게임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며 강연을 마무리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