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드와 게임패드의 차이는 확실히 컸다. 22일 개막한 PAX EAST에서 공개된 <디아블로 3>의 PS3 버전은 기존의 PC 버전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등장하는 몬스터와 배경, 기술과 아이템은 똑같았지만 패드를 이용한 즉각적인 조작은 게임의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RPG보다는 진짜 액션에 가까워진 <디아블로 3>의 PS3 버전을 해봤다. 먼저 PS3 버전 플레이 영상부터 보자. /보스턴(미국)=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더 이상 인벤토리 정리는 없다! 확 달라진 인터페이스
PS3 버전 <디아블로 3>는 모든 조작을 게임패드로 옮겼다. 먼저 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고,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회피가 가능하다. 이 ‘회피’는 콘솔 버전에서 새로 도입된 기능이다. 게임패드 오른쪽에 위치한 6개의 버튼은 각각 6개의 스킬에 대응하며, R1 버튼으로 체력물약을, 십자키의 위쪽 버튼으로 장비창을, 아래쪽 버튼으로 지도를 열 수 있다.
시스템 조작도 확 달라졌다. 인벤토리에서는 모든 아이템을 종류별로 나뉜 ‘링커맨드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기와 투구, 갑옷, 반지, 신발 등으로 나뉜 아이콘에 맞춰 아날로그 스틱을 움직이면 해당하는 장비가 나오는 방식이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던 칸칸이 나뉜 인벤토리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게임패드로 아이템 정리가 어려운 점을 고려한 셈이다. 스킬 역시 ‘링커맨드 방식’으로 각 버튼의 위치에 맞춰 스킬과 룬을 선택하면 된다.
아이템의 습득이나 NPC와의 대화는 X버튼(아시아 버전에서는 O버튼으로 변경 예정)으로 가능하며, 아이템 옵션에 따른 능력을 공격력/방어력/생명력으로 구분해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예를 들어 한 야만용사가 방금 얻은 갑옷이 지금 장착 중인 갑옷보다 방어력은 대폭 높고 힘 옵션이 조금 떨어진다면 방어력에 녹색화살표 3개가, 공격력에 빨간색 화살표 1개가 표시되는 식이다.
아이템 옵션은 아이템을 얻는 순간에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일일이 아이템을 눌러서 확인해 보지 않아도 된다. 이 역시 게임패드로 아이템을 일일이 클릭하며 비교하는 게 쉽지 않은 점을 고려한 방식이다.
■ 보고, 때리고, 피한다. 매끄러운 전투
키보드 대신 게임패드를 사용하면서 전투는 한층 매끄러워졌다. 약간의 과장을 더해, PC 버전 <디아블로 3>가 RPG였다면 PS3 버전은 액션게임에 가까운 느낌이다. 일단 아날로그 스틱을 이용하는 만큼 캐릭터의 방향전환(왼쪽 스틱)과 회피(오른쪽 스틱)가 빠르다.
캐릭터의 오른쪽에 있던 마우스 커서를 왼쪽으로 옮긴 후 클릭하는 것과, 오른쪽에 있던 게임패드의 아날로그 스틱을 왼쪽으로 기울이는 건 차이가 크다. 대응이 빠른 만큼 적의 광역공격이나 스킬을 피하기도 쉽다. PAX EAST에서는 야만용사와 악마사냥꾼을 체험할 수 있었는데, 야만용사의 경우 순간적인 도약공격으로 적의 공격을 ‘보고’ 피하는 것도 가능했을 정도다.
악마사냥꾼 역시 기존의 게임패드에 익숙한 유저라면 도약과 회피사격의 이동 스킬을 PC 버전보다 훨씬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다. 모든 스킬이 오른손에서 해결되는 만큼 스킬과 스킬의 연계도 매끄럽다. 예를 들어 야만용사로 소용돌이 도중에 잠깐씩 광분으로 적을 공격하며 공격속도 증가 버프를 유지하는 것도 게임패드로는 전혀 어렵지 않다.
여기에 오토타겟팅 기능을 추가해 자신이 향한 방향의 적에게 쉽게 공격을 맞출 수 있다. 예를 들어 악마사냥꾼으로 연발사격을 연사한다면 일직선상에 위치한 적 A를 맞춘 후, 적 A가 죽으면 곧바로 그 옆에 있는 적 B에게 방향을 바꿔 화살을 쏘게 된다.
오토타겟팅의 변환이 빠르고 추적률(?)도 좋아서 ‘다수의 적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특정 적만 공격해야 하는 드문 경우’가 아니라면 속 편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에 비해 손의 피로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반적으로 PS3 버전 <디아블로 3>는 전투가 매우 쉬워진 느낌이다. 게임패드에만 익숙하다면 PC 버전에서는 불가능했던 조작이나 빠른 반응속도를 보여줄 수 있다. 버튼을 하나하나 누르며 적을 처치하는 ‘손맛’도 좋다. 캐릭터의 크기도 PC 버전에 비해 많이 커져 액션이 시원시원해졌다.
특히 다수의 회피기술을 가진 악마사냥꾼은 게임패드만 잘 이용할 경우, 적이 쏟아지는 3장에서도 거의 공격을 받지 않고 지나갈 수 있다. <디아블로 3>의 3장을 플레이해 본 유저들이라면 기억에 남는 바닥의 역병 광역공격을 보고 피할 수 있다는 점은 거의 신세계다.
PC 버전과 차이점이 많은 만큼 PS3용 <디아블로 3>는 별도의 서버를 통해 운영된다. PC 버전에서 키운 캐릭터를 이용하거나 PC 버전 친구와 함께 즐길 수 없다는 뜻이다. 그 대신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디아블로 3>를 즐길 수 있는 ‘오프라인 모드’가 추가될 예정이다. PC 버전과 PS3 버전에서 확 달라진 아이템과 조작 난이도 등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그나마 수긍이 가는 선택이다.
경매장이 삭제되는 점도 아쉽다. 아예 아이템 교환이 불가능하다.(친구와도 불가) 여기에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다 보니 체력 흡수나 아이템 확률처럼 특수한 옵션의 경우 아이템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게임패드를 이용한 조작이 가진 한계다.
아직 개발 중인만큼 확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PC 버전에 비해 그래픽 완성도가 낮아 보이는 점도 아쉬웠다. 결국 <디아블로 3>는 콘솔 게임기인 PS3에 맞춰 조작의 재미는 강화하고, 아이템이나 커뮤니티 요소들은 적당히 추려낸 절충안으로 보인다.
다만 그렇더라도 게임패드 하나를 통해 확 달라진 전투만큼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PC 버전에서도 게임패드를 이용해 비슷한 옵션을 제공해 줄 수 없는지 바랄 정도다. PS3로 즐길 만한 액션게임을 원하는 유저라면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