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흥미 있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 재미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 기반에 감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허영만)
넥슨 서민 대표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넥슨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2013’ 오프닝 무대에 올라 <타짜> <식객> 등으로 유명한 만화가 허영만 화백과 이야기를 나눴다.
넥슨 서민 대표(왼쪽)와 허영만 화백이 NDC 2013 오프닝 무대에서 대담을 나눴다.
■ “그 기반에 감동이 있어야 재미도 있다”
이번 오프닝은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지’, ‘재미란 무엇인지’ 등 게임과 만화를 오가며 서 대표가 질문하고 허 화백이 대답하는 대담 방식으로 진행됐다.
“만화를 그릴 때 어떤 재미를 추구하냐”는 서 대표의 질문에 허 화백은 “어떤 서부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총을 쏘는데 재미가 없다”는 말로 답변을 풀어 나갔다.
이어서 그는 “물론 배우의 연기나 자본의 투입도 영화의 재미에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결국은 그 기반에 감동이 깔려 있어야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게임에도 그러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반복활동을 하고 점수가 올라가는 것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 대표는 “만화의 감동과는 다른, 정형화된 패턴을 익혀서 자신의 능력을 높이고 남을 이기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재미가 게임에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출판사 사장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타짜>
만화나 게임 모두 매번 새로운 소재를 찾아야 하는데 어떻게 소재를 찾는지 궁금하다는 서 대표의 질문에 허 화백은 전쟁으로 예를 들었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는 것도 작은 전쟁이라고 볼 수 있듯이 만화를 그릴 때도 총알이 많은 게 유리하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총알이 되는 소재를 수집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리고 아직도 총알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타짜>의 경우 지리산 밑에 은퇴한 노름꾼이 있다는 출판사 사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작됐다. 그 사람은 이미 은퇴했기 때문에 노름을 하진 않고 노름판에 모인 사람들과 술만 마시곤 했다. 그러던 중 그 사람이 노름판 사람들이 앞에서 화투패를 사라지게 하는 기술을 보여줬는데 이후 그의 몸을 아무리 뒤져도 화투패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허 화백은 “그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흥미로워서 <타짜>를 그리게 됐다. 또, ‘눈보다 손이 빠르다’는 의미를 알게 된 셈이기도 하다. 전에 <48+1>이라는 도박 만화를 그린 적이 이었는데 당시에는 심의가 심해서 말할 수 없었던 것이 있었기에 하고 더 말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프닝 무대에 오르긴 전 객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서민 대표와 허영만 화백.
■ “인상 쓰며 살 것 뭐 있나? 모두 즐겁게 살자”
이 밖에도 허 화백은 책을 보면서 흥미로운 구절을 적어 두거나 이야기를 모아 만화 소재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라는 서 대표의 질문에 허 화백은 “너무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리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면 어느 순간 미래의 가운데에 서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는 “그리고 즐거워야 한다. 세상이 나를 즐겁게 해주지 않기 때문에 즐겁지 않더라도 스스로 즐기는 능력을 개발하면 어떤 역경이 와도 그건 역경이 아닐 것이다. 누구의 인생도 아니고 내 인생이니 인상 쓰며 살 것 뭐 있는가? 모두 즐겁게 살길 바란다”며 대담을 마쳤다.
허 화백은 “모두 즐겁게 사십쇼”라며 대담을 마쳤다.
허 화백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기념품을 전달하는 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