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 ID/PW 찾기

취재

‘좌절금지’ 초보자를 위한 FPS 레벨 설계하기

NDC 2013 강연: 위플게임즈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

정우철(음마교주) 2013-04-24 16:37:07

1인칭 슈팅, FPS게임에서 초보자를 배려하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서비스를 시작하는 많은 FPS가 초심자를 위해 이른바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말한다. 그런데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낮췄는지 알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FPS를 즐기면서 소위 유리한, 혹은 불리한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플레이에 응용한다. 그런데 고수는 이를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응용하지만, 초보자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다. 초보자에게는 게임의 난이도가 높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레벨 디자이너들은 왜 그 자리에서 많이 죽을까를 생각해 봐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이론으로 자리 잡은 것은 없다. 위플게임즈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가 24일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에서 디자인을 통해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법론을 소개했다.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강연을 맡은 위플게임즈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

 

 

■ 레벨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는 초심자 배려

 

많은 개발사들이 진입장벽을 낮췄다는 말을 한다. 이는 게임이 어렵지 않다는 말과 비슷하다. 최근 론칭한 여러 FPS PvE 모드, 자동매칭, 시점, 튜토리얼 등을 통해서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레벨 디자인에서는 어떤 배려가 있는가? 레벨 디자인은 맵의 설계에 따라서 초보자가 느끼는 난이도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게 만드는 기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초보자가 FPS를 어렵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뒤에서 공격받는 것과 시야의 제한 때문이다.

 

 

뒤에서 공격받는 것은 공간 디자인을 따라 플레이가 전개되면서 벌어지는 일반적인 패턴이다. 숙련된 유저들은 이를 전술적인 공간 디자인이라 말하지만, 초보자들은 어떤 일이 벌어진 줄도 모르고 죽어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레벨 디자이너가 본인이 만든 맵을 이해하고 있는가’다.

 

많은 레벨 디자이너들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건물을 만들면서 당연하다는듯이 방을 만들고 이를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즉 의도하지 않은 공간이 난이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레벨디자이너가 이해하지 못하는 맵은 난이도가 애매해질 수밖에 없다.

 

이용태 레벨 디자이너는 맵의 오브젝트, 즉 간단한 박스가 10cm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서도 난이도가 달라진다. 약간의 틈만 있어도 고수는 이를 이용해 공격하지만, 초보자는 알 수 없는 공격을 당하고 만다”고 설명했다.

 

 

 

■ “단순한 맵이 쉬운 맵은 아니다

 

레벨 디자이너가 난이도를 조절할 때 ‘단순하게 맵을 만드는 것이 결코 쉬운 맵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난이도 조절은 ‘접근 방향’에 따라서 달라진다. 즉 상대편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방법이나 보고 있는 방향에 상대편이 있는가에 따라서 바뀐다. 시야 안에서 적이 접근해 오는 경우는 쉽다. 반면 시야 옆에서 다가오면 조금 어려워지고, 먼 곳이나 뒤에서 접근하게 만들면 난이도가 대폭 증가한다.

 

 

이는 ‘교정주기’와 연계해서 조절하게 된다. 교정주기는 유저가 상대를 겨눌 때 거리를 추정하고, 조준점을 이동하고, 관찰하는 반복시간을 말한다. 적이 앞뒤로만 움직이는 경우 교정주기가 짧아지고, 좌우로 움직이는 경우 교정주기가 길어진다. 이 단순한 움직임만으로도 난이도가 달라진다.

 

그렇다면 실제 적용 사례를 들어 보자. 좁은 통로를 지나서 넓은 공간이 나오는 맵을 보면 이해하기 쉽다. 아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좁은 통로를 지나서 오는 유저는 불리하고, 넓은 공간 안에서 기다리는 유저는 유리하다.

 

 

B 유저는 앞뒤로만 움직일 수 있고 자신의 시야에서 상대는 벗어나 있다. 반면 A 유저는 좌우로도 움직일 수 있고 B 유저의 위치를 시야 안에서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맵의 구조가 난이도를 만들어낸 가장 기본적인 사례다.

 

다만, 이러한 구조를 평가할 때는 명확한 이론이 필요하다. 유저의 실력에 따라서 상황의 유불리를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예시에서 B가 고수일 경우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 맵에서 유리한, 혹은 불리한 자리에 대한 방식을 확실히 해야 한다.

 

 

 

■ “맵의 오브젝트는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거의 모든 맵에는 건물이 있고, 방이 있다. 또한 좁은 공간과 넓은 공간이 있고, 2층 구조에 창이 있는 공간도 있다.

 

레벨 디자인상 모두 유리한, 혹은 불리한 지역이 있고, 유저들은 서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 싸운다. 이를 통해서 FPS의 재미가 발생한다. 그런데 이런 맵을 의도하지 않고 만들었다면 수많은 문제가 생긴다.

 

모든 맵에는 방, 넓은 공간, 2층의 창문이 있다. 맵에는 유리하고 불리한 지역이 있고 이를 탈환하기 위해 교전이 벌어지면서 재미가 생긴다. 만일 생각 없이 이런 공간을 만들면 난이도가 높아진다. 일부러 난이도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의도가 없었다면 레벨 디자인 자체가 무너지는 셈이다.

 

 

흔히 방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생각 없이 만들면 의도치 않게 난이도가 올라간다. 일부러 난이도를 높이려는 의도적 디자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의도 없이 방을 만들어 게임에 적용하면 레벨 디자인이 무너지는 셈이다. 방을 만들 때는 접근 방향을 생각해 디자인을 정해야 한다.

 

넓은 공간의 경우도 대부분 유저들이 쉽게 캠핑하는 지역이 된다. 해당 공간에 접근하는 유저에 비해 기다리는 유저는 상대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기 쉽다. 2층 창문이라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공간을 의도하지 않고 만들기만 하면 수많은 오류가 생기고, 이는 곧 난이도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를 방지하는 것은 바로 오브젝트의 배치다. <블랙옵스 2>의 맵을 살펴보면 오브젝트 배치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사각을 없앴다. 유저의 입장에서는 맵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장식물이 레벨 디자이너에게는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이용태 디자이너는 맵을 제작할 때 초심자를 배려해야 한다. 지금까지 난이도를 조절할 때 이를 고려하거나 의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접근 방식과 교정주기를 통해서, 그리고 맵의 디자인을 통해서 FPS 초심자를 충분히 배려할 수 있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