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RPG <폴아웃>(Fallout)의 MMOG 버전 개발이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다.
2004년 파산한 인터플레이가 최근 <폴아웃> MMOG 개발을 위해 투자 제안서를 작성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이런 사실은 지난 11월 30일 인터플레이가 미국 증권감독원에 등록한 '폴아웃 MMOG 투자 제안서'를 통해 확인됐다.
■ 내년초 개발 착수, 2010년 런칭 예정
제안서에 따르면 '폴아웃 MMOG' 프로젝트는 2007년 초에 개발 착수, 2010년 7월에 정식 런칭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총 7,500만 달러(약 690억원)의 개발·마케팅 비용을 책정해 놓고 있다. 비즈니 모델은 패키지 판매, 월정액 기반의 유료 서비스로 명시되어 있다.
인터플레이는 제안서를 통해 핵전쟁 후 황폐화된 지구를 배경으로한 <폴아웃>의 세계관을 살린 MMOG를 개발할 예정이며, 정식 런칭 1년 내에 유료 회원 100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 '폴아웃 MMOG' 런칭 3년 안에 투자금이 회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어놓았다.
재미있는 것은 투자 제안서에 적혀 있는 '경쟁 업체'에 한국 온라인게임 회사가 들어가 있다는 사실. 제안서에는 '폴아웃 MMOG'과 경쟁할 게임을 서비스할 회사로 엔씨소프트, 웹젠, 샨다, 비벤디 게임즈가 나열되어 있다.
인터플레이는 지난 2004년 7월 12일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에 <폴아웃>의 차기작 판권을 넘겠지만, <폴아웃> 세계관을 활용한 MMO 프로젝트 권리는 넘기지 않았다. 이미 그 때부터 '폴아웃 MMOG'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인터플레이의 회생카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하지만 '폴아웃 MMOG'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발 및 런칭에 들어가는 비용이 700 억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액수인데다, 인터플레이는 자체적인 개발력을 상실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인터플레이는 개발사, 유통사, 투자사 세 가지 파트너를 모두 찾아야만 하는 입장이다.
인터플레이의 재정은 말그대로 '파산' 상태. 1998년 나스닥에 상장했다가 2002년 낮은 수익률 때문에 상장이 철회됐으며, 2004년에는 직원들의 임금을 주지 못해 캘리포니아 정부에 의해 직장 폐쇄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000만 달러가 넘는 부채와 미납된 세금, 미지급된 임금 때문에 각종 정부 기관에 의해 고소도 당했다. 2004년 파산한 이후 지불능력을 상실한 인터플레이는 개발자들이 모두 퇴사한 채, 소수의 관리 인력만이 작은 사무실을 운영하며 보유한 게임판권 판매를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폴아웃 MMOG 제안서'는 자체 개발 능력이 없는 인터플레이가 마지막으로 들고 나온 회생 카드라고 볼 수 있다. 투자가 결정되면 개발사를 알아볼 수 있고, 그 뒤에 유통사도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이기 때문에 성공만 한다면 여러 회사가 수익을 나눠 갖더라도 밀린 부채를 청산하고 재기할 발판도 마련해 볼 수 있다.
해외 유저들은 인터플레이의 재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폴아웃>을 온라인게임으로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반가움을 표시하고 있다. 회심의 카드를 꺼낸 인터플레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현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는 <폴아웃 3>를 개발하고 있다.
※ <폴아웃>(Fallout)
1997년 PC로 발매된 <폴아웃>은 '방사능 낙진'이라는 제목의 의미처럼 핵전쟁 이후에 황폐해진 지구를 배경으로 한 롤플레잉 게임이다.
사실상 <폴아웃>은 1988년 인터플레이가 EA를 통해 발매한 애플용 롤플레잉 게임 <웨이스트랜드>(Wasteland)의 계보를 잇는 후속작이었다.
<폴아웃>은 TRPG 'GURPS'의 룰에 영향을 받아 퍼크(Perk)와 트레잇(Trait) 등 독특한 시스템을 채용해 많은 마니아를 탄생시키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암울한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돌연변이들과의 전투, 미래 무기가 등장하는 화끈한 전투는 <폴아웃>을 대표하는 특징이었다. <폴아웃> 이후 1998년에는 <폴아웃2>가 발매되기도 했다. |
'폴아웃 MMOG' 제안서에 나와 있는 개발·마케팅 비용과 투자 제안 내용.
1998년에 출시됐던 <폴아웃 2>의 게임화면.
현재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에서 개발중인 <폴아웃 3>의 티저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