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일본에서 중단된 ‘컴플리트 가챠’(수집형 뽑기, 이하 콤프가챠) 시스템이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카드게임에 도입되고 있다.
콤프가챠란 오직 ‘뽑기’(가챠)로만 얻을 수 있는 특정 카드나 아이템을 모두 모으면 더욱 희귀한 카드나 아이템을 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확산성 밀리언아서>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같은 카드게임에 콤프가챠가 적용돼 있었다가 지난해 5월 사행성을 지나치게 조장한다는 이유로 일본 소비자청의 경고를 받자 업계에서 자율규제에 나서 콤프가챠의 판매를 중단했다. ☞ 관련기사: 일본 ‘수집형 뽑기 아이템’ 퇴출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의 콤프가챠 예시. 왼쪽의 아이돌 카드 5장을 모두 뽑으면 오른쪽의 희귀 카드를 얻을 수 있었다. 왼쪽의 아이돌 카드는 오직 정해진 기간에만 뽑을 수 있고, 같은 카드가 또 나올 수도 있다. 뽑는 데 필요한 금액은 당시 6회에 1,500엔(약 2만1,400 원)이었다.
■ <데빌메이커>와 <여신에 미치다>에 콤프가챠 등장
최근 들어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카드게임에 콤프가챠가 등장하고 있다.
엔크루에서 개발하고 팜플이 서비스하는 국산 카드게임 <데빌메이커 for Kakao>는 최근 걸그룹 ‘포미닛’(4MINUTE)의 카드를 기간한정으로 출시했다. 특징은 포미닛 멤버 카드 5장을 모두 모으면 ‘초 울트라 희귀 6성 유니크 카드’를 선사한다는 것. 일본에서 퇴출된 콤프가챠와 동일한 방식이다.
<데빌메이커>의 포미닛 카드에는 ‘기간 한정’ 외에도 선착순 10,000장 한정이라는 ‘수량 제한’이 추가로 걸려 있다. 기간에 수량까지 동시에 제약하는 콤프가챠는 일본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방식의 시스템이다.
<데빌메이커>의 ‘포미닛’ 한정 카드 이벤트.
씨투디게임즈에서 서비스하는 모바일 카드게임 <여신에 미치다> 역시 서비스 시작과 함께 콤프가챠를 도입했다. 이 게임에서는 뽑기를 통해서만 무작위로 얻을 수 있는 ‘컴플릿 카드’를 9장 모두 모으면 ‘더블 슈퍼레어’ 등급의 카드를 제공한다. 컴플릿 카드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은 약 2주일 정도로 제한돼 있으며, 중복으로 똑같은 카드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9장의 카드를 모두 모으기가 쉽지 않다.
<여신에 미치다>는 9장의 컴플릿 카드를 모두 뽑아서 모으면 높은 등급의 카드를 준다.
■ 게임위 “직접 규제 힘들다”, <데빌메이커> “서비스 차원의 이벤트”
이와 같은 콤프가챠의 도입은 일본의 사례처럼 모바일 카드게임의 사행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콤프가챠에 대한 문제 제기나 자율규제의 움직임이 일지 않고 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데빌메이커>나 <여신에 미치다> 같은 게임은 모두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오픈마켓 서비스 업체(구글, 애플, SK텔레콤 등)의 자율심의를 받는다. 각 오픈마켓에서 자율적으로 해당 시스템에 대한 규제를 하지 않는 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직접 심의하거나 제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다만 유저들로부터 직접 해당 시스템에 대한 민원이 들어온다면 위원회 차원에서 사행성에 문제가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오픈마켓 사업자들과 협의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콤프가챠에 대해 들어온 민원은 없다”고 덧붙였다.
<데빌메이커>를 개발한 엔크루 관계자는 “이번에 출시한 포미닛 카드는 일반적인 카드가 아니라, 진화가 되지 않는 유니크 카드로 실제 성능은 언커먼보다도 조금 약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순수하게 포미닛을 좋아하는 유저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으로 게임의 밸런스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최근 포미닛이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기 때문에 출시한 것으로, 포미닛을 좋아하는 팬들이나 신규 유저 유치를 위해 기획한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