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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임대료 걱정? 여기서 편하게 개발하세요”

국내 게임업체들, 잇따라 스타트업 지원 시작

남혁우(석모도) 2013-05-30 09:30:22

최근 대형 게임업체를 중심으로 신규 개발사를 지원하거나 발굴하기 위한 ‘인큐베이팅프로젝트가 줄을 잇고 있다.

 

넥슨의 ‘넥슨앤파트너스센터(이하 NPC)를 비롯해 와이디온라인의 ‘와이스퀘어드, 네오위즈게임즈의 ‘네오플라이’ 등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등장했고, <아이러브커피>의 파티스튜디오와 <몬타워즈>의 버프스톤 등 개발사들 역시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인큐베이팅을 실시하는 업체들은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 있는 유망한 게임 개발사를 지원해 국내 벤처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소규모 개발사가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면 퍼블리셔가 양질의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할 수 있는 풀이 넓어져 서로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개발공간 및 개발 외적 자원의 지원

 

퍼블리셔들은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개발 지원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인큐베이팅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주로 개발공간과 게임을 출시해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자금이다.

 

개발공간은 자금이 부족한 소규모 개발사에게 가장 필요한 인프라 중 하나다특히 강남이나 판교 등 개발사들이 모여 있어 개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좋은 곳은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비싸다.

 

최근 시세로 따지면 강남 테헤란로에서 10명 내외의 인원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은 적게 잡아도 월 200~300만 원의 임대료가 든다. 5명 이하의 소규모 팀이라 원룸을 잡는다고 해도 월 100만 원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넥슨 NPC에서 제공하는 사무실. 10여 명이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5월 시작한 넥슨의 NPC는 서울 선릉역 인근에 5개 회사, 60 명이 입주할 수 있는 규모의 사무실을 제공한다. 입주업체에는 건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관리비 등 제반 비용 전액을 지원해준다. 지난해 12월에는 4개의 사무공간을 가진 NPC 2호점을 추가로 열었다.

 

네오위즈게임즈의 네오플라이는 5월 말부터 네오위즈 판교 신사옥 2층에 ‘네오플라이센터’를 마련하고 스타트업 업체에게 사무공간을 제공한다. 네오플라이센터는 총 125 20개 업체가 입주할 수 있는 규모로 운영되며, 사무공간과 각종 사무기기식사 등을 지원한다.

 

버프스톤과 와이디온라인도 사무공간과 개발자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퍼블리셔들은 입주기업이 원하면 재무, 인사, 투자, 퍼블리싱 계약, 특허 등 사업 영역에 대한 자문과 지원도 해줄 예정이다.

 

네오위즈게임즈 관계자는 개발사가 게임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처음 회사를 차리면 재무나 법무 등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많지만, 방법을 몰라서 고민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우리는 개발 외적인 부분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고 있으니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네오위즈 신사옥의 조감도. 스타트업 기업 지원을 위한 네오플라이센터를 2층에 마련할 예정이다.

 

 

■ 퍼블리셔, 인큐베이팅 통해 상생 관계 형성

 

퍼블리셔들이 스타트업 개발사의 인큐베이팅을 자처하고 나선 이유는 신규 IP 확보가 가장 크다. 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에는 수많은 신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어떤 게임이 성공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때문에 가능하면 다양한 IP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인큐베이팅을 통한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한 이유다. 인큐베이팅 조건에 퍼블리싱 계약을 강제하는 사항은 없다. 하지만 다른 퍼블리셔보다 먼저 논의할 수 있는 우선 협상 조항을 넣거나, 지원을 통해 쌓은 관계를 통해 원활한 퍼블리싱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여지는 있다.

 

또한 개발사와의 우호적인 관계형성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개발사를 발굴하는 등 인큐베이팅을 기반으로 한 개발사 관계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넥슨이 운영하는 NPC 1호점의 모습.

 

넥슨 관계자는 모바일 시장이 워낙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기 NPC 외에도 넥슨 내부에서 직접 모바일게임을 개발하고, 신규 법인 네온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도 했다NPC는 이번 달로 딱 1년이 됐으며 지난해 122호점을 여는 등 점점 규모를 키우고 있다. 앞으로도 스타트업을 계속 지원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반면 소규모 개발사로 시작한 버프스톤의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버프스톤 한민영 대표는 우리는 개발자와 개발사가 자립할 수 있는 회사를 지향한다. 퍼블리서 등에 의해 얽매이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만큼 양질의 게임을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개발하고 성장하고자 스타트업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스타트업, “지원은 좋지만, 발목 잡히는 건 아닐지”

 

지원을 받는 입장의 스타트업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대해 호의와 의문으로 반응이 나뉘고 있다. 일단 소규모 개발사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비용에 대한 고민을 덜고 인적 네트워크까지 한꺼번에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호의적이다.

 

한 스타트업 개발사 대표는 소규모 업체 입장에서는 개발공간을 지원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금전적인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효과가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더불어 계약 등의 제약을 걸지 않는 조건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버프스톤의 경우 넥슨 NPC의 지원을 받았지만 퍼블리싱이나 지분투자 계약은 다른 곳과 맺었다. <몬타워즈>는 와이디온라인과 국내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고, NHN과는 지분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인큐베이팅을 받던 입장에서 지원하는 업체로 바뀐 버프스톤.

 

한편으로는 여전히 부담을 느끼거나 다른 조건이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개발사도 있다. 한 모바일게임 개발사 대표는 계약 조건에 없다고 해도 해당 기업에서 제공하는 공간을 쓰고 지원받는 이상 계약을 안 하기는 힘들 것 같아 솔직히 심적으로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마음 맞는 개발자들이 모여 신작을 만드는 스타트업은 계속 생겨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쪽에 와서 편하게 개발하라’는 퍼블리셔들의 제안도 늘고 있어 앞으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주목된다.

 

1인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지원할 예정인 케이큐브 프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