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은 재미가 있어야 유저들로부터 인정을 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미있는 게임이 모두 돈을 벌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카카오 게임사업부 최성욱 팀장은 1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카카오 게임파트너스 포럼 ‘BM 설계에 대한 가이드 및 사례’ 강연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지난해 문을 연 ‘카카오 게임하기’는 서비스 시작 이래로 <애니팡> <드래곤 플라이트> <다함께 차차차> <윈드러너> 같은 히트작을 배출하며 모바일게임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이런 카카오의 성공과 더불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규모 역시 2011년 약 3,000억 원에서 2013년에는 약 1조1,000억 원(추정치)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을 정도로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카카오의 성장은 모든 모바일게임 개발사들에게 있어 좋은 상황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이미 카카오 게임의 타이틀 수는 100여 개가 넘어서 경쟁이 심해졌고, 대기업의 물량공세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해외 대형 게임들의 국내 진입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최 팀장은 “이런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고민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영화를 예로 들면 작품성은 훌륭하지만 상업적인 코드가 맞지 않아 실패한 작품이 수두룩하다. 모바일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아무리 좋은 게임이라도 비즈니스 모델을 잘못 설계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판 수 제한 모델?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유저들이 한 번에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하고, 이를 시간 혹은 유료 아이템으로 풀어주는 이른바 ‘판 수 제한’ 모델은 <애니팡>의 성공 이후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최 팀장은 판 수 제한 모델을 바꿀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최 팀장이 가장 먼저 꼽은 이유는 바로 ‘수많은 대체 게임들의 등장’이다. 모바일게임이 많이 출시되면서 이제는 같은 장르의 게임, 혹은 비슷한 소재를 가진 게임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급하게 유저들의 플레이 횟수를 제한하면 유저들은 그 게임을 포기하고 바로 다른 대체 게임을 찾게 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이른바 ‘엔들리스 게임’이 인기를 끄는 것도 판 수 제한 모델을 성급하게 도입하면 안 되는 이유다. 일례로 <다함께 차차차> 같은 게임은 정말 잘하는 유저가 플레이한다면 한 판에 30분 이상 즐길 수도 있다. 보통 판 수를 늘려주는 아이템이 5~10분에 하나씩 충전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제는 의미가 없다.
최 팀장은 만약 판 수 제한 모델을 도입할 거라면 보완이 필요하다면서, ‘특정 시간에 유저들이 몰려서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게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플레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또 판 수를 늘려주는 아이템의 충전 시간을 무조건 5분이나 10분 등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의 플레이 시간을 고려해서 충전 시간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다양한 업그레이드·소모성 아이템이 필요하다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의 횟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선택하는 유료화 모델이 바로 업그레이드나 소모성 아이템을 캐시로 파는 것이다.
최 팀장은 “소모성 아이템을 제대로 설계하지 않으면 유저 증가세가 멈추는 순간 매출이 하락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저가 계속해서 돈을 쓸 수 있는 게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보통 잘 설계한 경우 유저가 한 번에 8만 원 이상을 써도 부족하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소모성 아이템 중에서도 유저의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하는 아이템은 비주얼적으로 그 효과를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게임은 보통 게임 마니아들이 많이 즐기기 때문에 비주얼적으로 큰 변화가 없어도 대미지만 늘어나면 만족하면서 즐기는 경우가 많다. 반면 모바일게임은 평소 게임을 안 하던 캐주얼 게이머들이 주요 고객층이기 때문에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하면 그 효과가 바로 화면에서 보일 정도로 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실제로 <드래곤 플라이트>는 유저가 돈을 써서 캐릭터를 업그레이드하면 그것이 바로 비주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정말 많은 유저들이 돈을 지속적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한편으로는 유저가 사용하는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함께 차차차>의 경우 유저가 가진 차량을 더욱 더 높은 등급의 차량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을 넣자 매출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던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 매출 극대화를 위해 가챠(뽑기)를 잘 활용해야 한다
<바하무트: 배틀 오브 레전드>와 <확산성 밀리언아서> 같은 카드게임을 통해 널리 알려진 ‘가챠’(뽑기) 시스템. 이런 가챠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카드게임에서 많이 활용되지만, 적용하기에 따라서는 카드게임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최 팀장은 설명했다.
가챠 시스템을 적용할 거라면 세 가지 요소를 잘 파악해야 한다. 먼저 가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유저들의 ‘수집욕’을 자극할 수 있느냐다. 실제로 카드배틀게임의 경우 유저들의 수집욕을 잘 자극할 수 있다면 한 번에 2,000 원 이상의 높은 가격을 책정하더라도 유저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잘 이용하기에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
효과가 절대적인 소모성 아이템을 제공할 수 있느냐도 고려해야 한다. <다함께 차차차>는 핵심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는 ‘비상연료’를 한 번에 하나만 이용할 수 있지만, 일종의 가챠 시스템인 공구상자를 이용하면 최대 2개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점수를 높이려는 유저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굉장히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실패한 가챠 아이템에 활용도를 줄 수 있느냐다. ‘내가 원하는 아이템이 나오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품게 만들어야 유저들이 아낌없이 가챠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최 팀장은 “가챠를 활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치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카드게임 <데빌메이커>는 유저들이 가챠를 많이 이용하면 좋은 카드가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피버 게이지’를 도입해 좋은 효과를 거두었다. 이런 식으로 유저들이 가챠를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90%의 비과금 유저들을 잡아라!
최 팀장은 “지금까지 매출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모바일게임에서 돈을 쓰는 ‘과금 유저’는 많아 봐야 10%가 되지 않는다. 정말 과금 유저들의 비율이 높은 게임이 10~12% 정도라고 할까?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서비스할 때는 90%의 비과금 유저들을 많이 배려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유저들이 노력하면 유료 아이템을 제공한다는 식으로, 비과금 유저라도 유료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길을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무료로 유료 아이템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를 많이 제공한 게임의 경우 유저들이 실제 과금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