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쉴드(Nvidia Shield, 이하 쉴드)는 엔비디아가 야심 차게 내놓은 휴대용 게임기다. 5인치 화면에 게임패드를 장착한 모습으로, 터치로 즐기기 불편했던 안드로이드 OS용 게임들을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이 눈에 띈다.
물론 스팀에 등록된 윈도우 기반의 PC 게임도 스트리밍을 통해 집안 어디에서나게임을 즐길 수 있다. 순수 안드로이드 기기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된 게임을 모두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엔비디아는 중국 상하이 슈퍼 브랜드 몰에서 열린 ‘엔비디아 e스포츠 2013’ 행사에서 쉴드 체험대를 운영했다. 체험대에서는 쉴드로 안드로이드 OS게임 뿐 아니라 PC 게임 스트리밍 기능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상하이(중국)=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체험존 내부에서는 엔비디아 측의 보안 요청으로 사진 촬영이 불가능했던 점 양해 바랍니다.)
상하이 슈퍼 그랜드 몰 행사장에 마련된 쉴드 체험존.
■ 고성능 스마트폰에 게임패드를 더했다
쉴드는 보통 스마트폰 OS(운영체제)로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OS를 그대로 탑재했다. 그만큼, 태생부터 스마트폰에 게임을 위한 게임패드를 더했다는 느낌이다. 실제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된 안드로이드 OS용 게임들을 설치해 즐기고, 키 세팅을 통해 콘솔 게임을 하는 감각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더불어 테그라4 칩셋을 탑재한 만큼 엔비디아의 ‘테그라 존’을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게임 이름 뒤에 ‘THD’가 붙은 고사양 모바일 게임들을 즐길 수 있다. 5인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깔끔한 화질을 보여주었고, 고사양 게임들도 거침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게임패드의 조작감은 번들 게임으로 탑재된 액션 게임 익스펜더블(Expendable)을 실행했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휴대용 기기에서 콘솔게임 수준의 그래픽과 더불어 액션 게임을 게임패드로 즐기는 맛이 상당히 괜찮다.
아날로그 스틱 2개로 이동과 시점 조작을 하며 버튼들을 사용해 공격과 스킬 사용, 회피를 할 수 있는데, 그 조작감은 콘솔 게임기의 조작감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게임패드는 쉴드 기본 메뉴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OS 홈 메뉴에서도 동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간혹 게임패드를 지원하지 않는 앱은 스크린을 직접 터치해서 설정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처음 플레이해 본 소감은 눈으로 봤던 그대로 고성능 스마트폰에 게임패드를 더한 기기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 생각보다 괜찮은 게임패드 손맛
게임패드를 강조한 기기답게, 실제로 조작을 해보면 쉴드는 조작감에 상당히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그립감은 손에 착 감긴다는 느낌이다. 인체공학 디자인 덕분에 뒷면에 손가락을 댈 수 있도록 홈을 파 놓았는데, 홈에 중지나 약지를 걸어 안정적으로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게임패드의 버튼들은 누르는 느낌이 깔끔하다. 전면에 달린 버튼들은 손으로 누르는 느낌이 부드럽고, 뒤쪽에 달린 4개의 트리거 버튼은 복잡한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뒷면 홈을 이용해 정확히 잡는다면 듀얼쇼크나 Xbox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느낌을 준다.
게임패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날로그 스틱인데, 쉴드의 아날로그 스틱은 정확하게 동작한다. 잡았을 때의 느낌은 듀얼쇼크에 오목한 홈을 파 놓은 느낌인데, 조작하는 느낌은 Xbox컨트롤러와 상당히 닮아있다. 조작하다가 손을 뗐을 때 원위치로 돌아갈 때의 느낌은 착 감기는 맛이다.
■ PC 스트리밍 플레이도 OK
엔비디아가 쉴드를 발표하며 강조한 것이 바로 PC 게임 스트리밍 플레이다. PC가 게임을 실행하고 영상을 쉴드로 보내주면 쉴드는 그 영상을 출력하며 조작한 신호를 PC로 전송해준다. 보통 스트리밍 플레이는 응답속도에 따른 지연시간이 생긴다.
하지만 실드의 스트리밍 플레이는 지연시간에 따른 불편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체험대에서는 쉴드 프로토타입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약간의 지연시간이 발생함에도 <DmC: 데빌 메이 크라이>같은 액션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지장이 없었다.
간담회에서 볼 수 있었던 최종 모델은 PC화면과 쉴드 화면 사이의 지연시간이 더욱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실제로 출시되는 버전에서는 PC 스트리밍 게임을 즐기는 데에 더욱 쾌적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쉴드의 PC 게임 스트리밍은 PC와 동일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야 하는 만큼, 집 밖에서는 사용하는 것이 힘들다. 홈 N스크린 게이밍을 위해 만들었다는 느낌이다. 만약 집에서 쉴드를 가지고 게임을 한다면, 침대에 누워서 게임을 하고 싶을 때 PC 게임 스트리밍을 할 수도 있고, PC에 게임패드를 연결해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기에 무난할 정도다.
■ 휴대용으로는 아쉬운 무게와 크기
쉴드는 본체 위에 아이폰5를 두 개 올려놓아도 쉴드 본체가 다 가려지지 않을 정도의 크기다. 더불어 무게는 579g으로 PS Vita보다 200g 정도 더 무겁다. 아이폰5의 무게가 112g인 것을 감안하면 과장을 보태 PS Vita에 아이폰5 2개를 더 한 무게인 셈이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오래 들고 있기에는 무겁게 느껴진다. 체험하던 참가자들도 플레이 중간 팔을 쉬어가며 게임을 했을 정도다. 체험존의 프로토타입 모델이 양산용 모델보다 살짝 무겁다는 점을 고려해도 상당한 무게다.
기기 왼쪽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아이폰5.
쉴드 본체에 핸드폰 두 개를 올려도 가려지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한다.
크기는 주머니에 넣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고, 이동하면서 즐기기에는 가방이 필요하다.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 다닐 수 없어서 휴대용 게임기로는 상당히 아쉬운 크기다.
결국 4시간 이상(엔비디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게임을 할 수 있는 배터리가 있다고 해도,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쉽게 들고 다닐만한 물건은 아니다. 스마트폰과 휴대용 게임기 사이에 걸쳐있는 느낌인데, 두 기기보다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물론 고사양의 게임을 보다 쾌적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결국 고품질의 게이밍 경험을 모바일 환경에서 즐기기 위해서 휴대성을 다소 포기하는 셈인데, 이는 유저의 선택에 맡겨야 할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쉴드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게이밍의 경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엔비디아의 도전이다. 이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쉴드를 지원할 게임들이 얼마나 등장할지, 그리고 유저들이 휴대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고 고품질의 플레이 경험을 선택할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