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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E3통신] 얼렁뚱땅 가격발표, 차가운 현장반응

MS의 ‘Xbox E3 2013 미디어 브리핑’ 리포트

안정빈(한낮) 2013-06-11 23:31:36

 

게임은 끝내줬습니다. 그래픽은 최고였고 (약간은 소리 문제를 제외하면) 발표도 신났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Xbox E3 2013 미디어 브리핑’이 막 끝났을 때의 소감입니다. 그런데 막상 행사가 끝나고 나니 아쉬운 점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옵니다.

 

차세대 콘솔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본체 가격은 언제 발표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슬쩍 지나갔고, 게임에서도 그렇게 궁금하던 차세대 게임만의 특징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기자들도 여전히 <헤일로>, 여전히 <배틀필드>, 여전히 <메탈 기어 솔리드>에 환호했을 뿐이죠.

 

‘6~7년 만에 돌아오는 차세대 콘솔보다는 매년 나오는 굉장한 신작 발표에 그쳐 아쉬웠던 Xbox 미디어 브리핑을 현장 느낌을 살려 돌아봤습니다. /미국(LA)=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전 세계에서 모인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미국 LA 갤런센터 현장의 모습.

MS는 5,000 명 이상이 참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 헤일로! 스네이크! 여전히 멋진신작들

 

올해 Xbox 미디어 브리핑은 신작 파티였습니다. MS는 지난달 22 Xbox One을 발표한 후 게임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습니다. 게임기 발표에서 TV와 스포츠, 키넥트의 기능만 설명하다 끝났다는 비판인데요, 그런 반응을 의식했는지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신작을 배치했습니다.

 

시작부터 <메탈 기어 솔리드 5>가 등장했고, 크라이텍의 신작 <라이즈>와 프랜차이즈 신작 <배틀필드 4>, <데드 라이징 3>의 시연을 거친 후, 다시 리스폰 엔터테인먼트의 첫 타이틀인 <타이탄폴>의 멋진 시연으로 행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이름값으로 보나, 그래픽으로 보나, 영상 완성도로 보나 딱히 흠 잡을 데 없는 든든한 라인업이었습니다.

 

특히 중간에 난데없이 등장한 마스터 치프가 살짝 후드를 거둬 올리며 <헤일로> 신작을 예고할 때나, <포르자 5>에 등장했던 실제 차량이 무대에 올라올 때는 기자들의 환호성이 쏟아졌습니다. 역시 MS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화끈한 연출이었죠.

 

지게 등장하는 <포르자 모터스포츠 5>의 슈퍼카.

 

발표회 도중 급작스러운 사운드 문제로 <크림슨 드래곤> 트레일러가 소리 없이 화면만 나왔고, <배틀필드 4> 개발자 시연 때 사운드가 안 나오는 상황도 있었습니다만 해프닝으로 넘어갈 만한 수준이었습니다. 현장에서도 딱히 불만을 제기하기보다는 그냥 웃고 넘어가는 기자들이 더 많았고요.

 

Xbox 미디어 브리핑에서 깜짝 소개된 <헤일로 Xbox One>.

 

 

■ 뛰어난 그래픽! 그런데 신기능은 어디에?

 

하지만 그 많은 신작 중 이건 차세대 콘솔을 이용한 게임이다고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타이틀은 거의 없습니다.

 

새로운 방식의 컨트롤러나 콘솔 게임기가 나오면 개발사는 해당 기기의 특징을 활용하고 띄우기 위해 노력합니다.

 

Xbox360에서 키넥트가 발표된 후 2~3년 동안 MS 미디어 브리핑에서 너나 할 것 없이 (키넥트와 연관이 없어 보이는 FPS까지) 동작인식과 음성인식을 이용한 기능을 보여줬던 일이나, PS Vita로 나오는 게임은 굳이 활용하지 않아도 될 듯한 전면 터치와 후면 터치 기능을 몇 번이고 강조했던 일이 생각 나더군요.

 

반면 이번 브리핑에서는 이 같은 신기능 예찬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프로젝트 스파크>에서 음성인식과 스마트 글래스를 이용한 일부 조작을 선보였고, <데드 라이징 3> 시연 마지막에 스마트 글래스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미사일을 떨어트린 게 전부입니다. 그나마 <데드 라이징 3>의 미사일은 큰 의미 없는 보너스 장면’ 성격이 강했습니다.

 

스마트 글래스 기능을 막판에 살짝 집어넣었던 <데드 라이징 3> 시연 무대.

 

게임 도중 버튼 하나만 누르면 트위치TV로 실시간 중계가 가능해집니다. 이는 트위치TV와의 제휴를 이용한 것으로 차세대 콘솔의 ‘특별한 무엇’이라고 말하기는 애매합니다.

 

여기에 예년보다 숫자만 하나씩 더 붙은 비슷한 라인업, FPS를 중심의 비슷한 장르 게임들이 공개되다 보니, 과장을 조금 보태서 지금 Xbox360 발표회에 와 있는지, Xbox One 발표회에 와 있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지난 달 22Xbox One의 첫 발표회에서는 각종 기능을, 이번 E3 브리핑에서는 새로운 게임을 발표했지만, 정작 게임을 위한 기능’을 보여주는 데는 소홀한 기분입니다. 설마 Xbox One으로 다른 일을 보다가 바로 친구와 대전을 벌이고, 그 장면을 캡처해서 편집해 공유하거나, 대전 플레이를 생중계할 수 있다는 게 달라진 모습의 전부는 아니겠죠.

 

MS에서도 단순히 영상만 공개하면 헷갈릴 것을 미리 알았는지, 별도의 모니터를 마련해서 현재 공개 중인 게임의 기종을 알려줄 정도였는데요, 이런 이상한 친절함보다는 그냥 Xbox One다운 게임, Xbox One만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화면이 나오는 대형 스크린 아래에 플랫폼이 표시됐습니다. 저 플랫폼명이 없으면 이게 대체 Xbox360 게임인지, Xbox One 게임인지 분간하기 쉽지 않더군요.

 

 

■ 얼렁뚱땅 넘어간 가격발표, 차가운 현장반응

 

슬쩍 넘어간 가격발표도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새로운 콘솔이 나올 때 가격은 라인업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주최 측에서도 자신들의 가격정책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죠.

 

반면 이번 브리핑에서는 Xbox One의 가격이 말 그대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발표됐습니다. 발표를 위한 이미지 한 장 없었고,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게 전부입니다. 가격도 예상보다 높은 499 달러.

 

애당초 키텍트가 동봉되면서 높은 가격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가격 발표를 이렇게 슬쩍 지나가듯 해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게임에 대해 집중했던 행사라지만 그래픽카드의 다운그레이드중고정책’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 하나도 말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메탈 기어 솔리드 5> <배틀필드 4> <퀀텀 브레이크> <라이즈> 등 볼 만한 게임들이 많았고, <타이탄폴>과 <데드 라이징 3> 등 굉장한 서드파티 게임의 독점도 이어졌지만 정작 Xbox One은 찾아보기 어려운, 그래서 아쉬웠던 미디어 브리핑이었습니다.

 

가격 발표 관련 내용은 저게 전부입니다. 아니, 진짜로 저 문단이 전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