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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블리자드 코리아의 안일함이 부른 WoW 연기사태

12일 심의신청 접수, 빨라야 다음 주에 결과가 나올 예정

이재진(다크지니) 2007-01-17 13:04:02

블리자드, <불타는 성전>의 오픈베타는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게임위, 컨텐츠가 대폭 추가됐기 때문에 당연히 심의를 받아야 한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이하 블리자드)가 19일로 예정되어 있었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불타는 성전>의 오픈 베타테스트를 잠정 연기했다. 예상치 못했던 연기 소식에 오픈베타를 기다려왔던 게이머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오픈베타는 왜 연기됐을까? 블리자드는 1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등급심의 절차 때문에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등급심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서 19일부터 오픈베타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블리자드와 게임물등급위원회에 확인해 본 결과 <불타는 성전>은 지난 12일 심의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밝혀졌다. 접수 후 보통 15일 이내에 심의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19일 오픈베타를 불과 일주일 앞둔 12일에 심의를 신청한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블리자드는 <불타는 성전>의 오픈베타를 재심의 없이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오픈베타 소식을 접한 게임위 측은 심의신청이 들어오지 않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블리자드에 심의를 넣으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블리자드는 공문을 받자마자 심의를 준비해 12일 접수시켰다.

 

블리자드 측은 “기존에 이미 15세 이용가로 심의를 받았던 게임이고, 자체적으로 검토한 결과 다시 심의를 받지 않고 오픈베타를 진행해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게임위가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면 확장팩의 오픈베타를 그냥 진행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에 대한 게임위의 입장은 매우 강경하다. 게임위 관계자는 종족이 추가되고 새로운 지역과 시스템이 등장하는 확장팩은 원작이 받았던 기존 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업데이트다. 당연히 다시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0 30일에 발족한 게임위가 특정 게임업체에 공문까지 발송하며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경우는 지금까지 거의 없었다. 게임위 관계자는 <불타는 성전>을 계기로 앞으로 재심의 대상 게임들이 심의를 넣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결국 블리자드의 안일한 대처가 오픈베타 연기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북미 게임시장도 확장팩’은 모두 ESRB를 통해 다시 등급을 분류 받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 업데이트가 아니라 확장팩이었던 만큼 기존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을 때 심의을 받아 두었다면 이런 연기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블리자드는 12일 접수한 <불타는 성전>의 등급 심의결과가 다음 주 중에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픈베타를 위한 시스템적인 준비는 모두 해둔 상태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다시 일정을 잡고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Update] <불타는 성전> 재심의에 관해 게임위를 추가 취재한 내용을 덧붙입니다.

 

 

■ <불타는 성전> 재심의 관련 게임물등급위원회 관계자와의 일문 일답

 

1. 게임위가 <불타는 성전>의 심의요청 공문을 블리자드 코리아에 보낸 시기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각이 있다.

 

블리자드 코리아가 게임위와 <불타는 성전>의 심의여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 시점이 1월 초였다.

 

당시 블리자드 코리아는 "패치로 봐달라"고 이야기했지만, 게임위 입장에서는 <불타는 성전>의 게임 특징과 프로모션 규모가 작지 않다고 판단해 세부적인 판정의 근거가 될 '심의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진행하다가 세부 자료를 빨리 달라고 공문을 보낸 것이 12일이었고 블리자드 코리아가 자료를 포함해 심의를 신청한 것이 12일 저녁 무렵이었다.

 

게임의 세부적인 내용이 어떻게 바뀌고 추가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기존 등급을 유지할지, 새로운 등급을 부여할지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는가?

 

게임위에는 현재 각 게임물의 패치 및 업데이트를 일일이 체크할 전담인력은 없다.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외부로 드러난 정보와 프로모션 뿐이다.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했고 블리자드가 좀 더 일찍 게임위와 상의를 시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일부러 12일에 공문을 보낸 것이 아니다. 블리자드 코리아가 1월 초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서 게임위 입장에선 '심의를 넣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간이 지나도 넣지 않아서 공문을 발송했던 것 뿐이다.

 


2. 그렇다면 다른 온라인게임들이 대규모 패치나 '확장팩'에 준하는 업데이트를 하고도 재심의를 받지 않는 상황은 어떻게 된 것인가?

 

먼저 결론부터 말하면 앞으로 다 바뀔 것이다. 게임위 입장에서 확실히 챙겨나갈 계획이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이 작년 12월 22일 국회를 통과해 국무총리의 승인까지 났고 이제 공포와 발효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그 개정안에는 '등급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내용을 수정할 경우 게임물등급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된 내용이 등급의 변경을 요할 정도로 수정된 경우에는 새로운 등급분류를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 법령으로 규정되어 있다.

 

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발효되면 온라인게임의 대형 패치를 하고도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사들에게 공문을 발송해 재심의를 요청할 것이다. 빠르면 이번 달 내로 공문 발송이 시작될 수도 있다. 

 

<불타는 성전>만 노려서 의도적으로 재심의를 요청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온라인게임 뿐만 아니라 콘솔 게임도 온라인 업데이트로 변형이 크게 일어날 경우 재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패치의 규모나 형태별 세부 시행규칙은 앞으로 게임위를 중심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3. 모든 패치를 일일이 다 심사하게 되면 게임 개발사 및 게임위의 업무가 마비될 수 있지 않겠나? 너무 소모적인 일이 될수도 있다.

 

무조건 다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패치의 형태 및 규모에 따라서 세부적인 시행규칙이 마련될 것이다. 곧 발효될 진흥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패치도 자료를 제출하고, 상황에 따라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법적으로 규정한 것 뿐이다.

 

최대한 게임업계 실정에 맞게 패치 재심의를 진행하겠지만, 기존 심의 등급이 바뀔 수도 있는 규모라면 양보하지 않고 재심의를 받도록 할 것이다.

 

국회 자료실에 공개되어 있는 '진흥법 일부 법률개정안'에 표시된

게임 심의 관련 변경 내용. 6번에 수정에 관한 부분이 명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