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게임 부동의 1위. 동시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게임마켓 1위를 석권하며 해트트릭 달성. 지난 5월에는 1억9,000만 명의 액티브 유저 보유. <캔디 크러쉬 사가>와 그 개발사인 ‘킹’이 세운 기록이다. 비결은 뭘까?
킹의 모바일 ‘구루’(조언자)인 토미 팜(Tommy Plam)은 ‘변화에 맞춘 빠른 대응’을 이유로 들었다. 격변하는 플랫폼에 맞추기 위해 크로스플랫폼에 집중했고, 유저들의 피드백에도 빠르게 대응했다. 여기에 가벼운 소셜 요소와 전방위적인 홍보를 통해 ‘인기 게임’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캔디 크러쉬 사가>가 최고가 되기까지의 과정. 3일 열린 ‘게임테크 2013’에서 토미 팜이 밝힌 노하우와 경험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강연을 맡은 킹의 모바일 구루 토미 팜.
■ 포털에서 페이스북으로, 다시 모바일로
2003년 설립된 킹은 캐주얼게임 전문 개발사다. 2010년까지 150개 이상의 캐주얼게임을 만들었고, 야후 같은 포털사이트를 통해 게임을 서비스했다. 그런데 2010년 10월, 큰 변화가 찾아왔다. 페이스북이 새로운 게임 플랫폼으로 급부상했고, 포털사이트의 게임코너를 방문하는 유저는 크게 줄었다.
당장 매출이 크게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수익을 포털사이트에 의존하던 킹으로서는 무언가 해야만 했다. 그래서 킹은 페이스북에 게임을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징가의 게임들이 대세를 이뤘고, 유행하는 게임도 굳어져 있다고 생각되던 시기다.
하지만 킹은 이와 상관 없이 <캔디 크러쉬 사가>와 <버블 위치 사가> 등 6개의 게임을 동시에 출시했고, 4달 후 킹은 페이스북에서 7번째로 큰 퍼블리셔로 자리 잡았다.
페이스북의 성장(왼쪽)에 따른 포털 게임의 감소(오른쪽).
그런데 이번에는 모바일이 크게 성장했다. 페이스북에만 기대기는 어려운 상황. 심지어 모바일은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이었다. 결국 킹은 지난해부터 모바일과 페이스북을 동시에 노리는 크로스 플랫폼에 도전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춘 빠른 변화다.
플랫폼만 바꾼 건 아니다. 게임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를 추구했다. 초창기의 <캔디 크러쉬 사가>에서 레벨 65는 악명 높은 맵으로 유명했다. 레벨 65를 디자인한 개발자를 죽여버리겠다는 합성 이미지가 돌아다녔고, 유저의 40%가 레벨 65에서 게임을 포기하고 떨어져 나갔다.
킹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사람들은 2번씩 삭제해야 하는 레벨 65 맵 구석의 젤리에서 문제를 겪었고, 그곳을 1번만 삭제해도 되도록 바꾸자 레벨 65에서 게임을 포기하는 유저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지금도 킹은 25억개 이상의 <캔디 크러쉬 사가> 플레이 데이터를 매일 측정하고 있다.
다양한 변화를 추구한 결과는 대성공. <캔디 크러쉬 사가>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 페이스북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플랫폼의 변화에 맞춘 빠른 변화가 불러온 결과다.
게임에서 스마트폰 플랫폼의 비중은 정말 급속도로 늘어났다.
20년 주기로 플랫폼이 교체된다는 가설. 논리대로라면 지금은 모바일의 급성장기다.
■ 제 2의 변화를 이끈 크로스 플랫폼
토미 팜은 그동안의 많은 변화 중에서도 크로스 플랫폼을 가장 큰 전환점으로 뽑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킹에서도 다양한 플랫폼에 필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캔디 크러쉬 사가>도 크로스 플랫폼을 결정했다.
킹은 <캔디 크러쉬 사가>의 크로스 플랫폼에서 ‘경험’을 강조했다. PC 유저와 모바일 유저는 경험이 다르다. PC 유저는 특정한 사이트나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지만, 모바일은 전화나 애플리케이션의 이용, 메모 등 다양한 작업을 번갈아 진행한다. PC와 모바일의 해상도나 화면 비율, 네트워크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캔디 크러쉬 사가>의 모바일 버전은 화면을 가로든 세로든 원하는 대로 놓고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케팅 역시 페이스북과 다른 방식을 활용했다. 반면 게임의 경험은 이어질 수 있도록 페이스북에서 즐기던 게임을 모바일에서 그대로 이어지게 만들었고, 게임을 처음부터 모바일 버전으로 다시 개발해 페이스북 게임을 단순히 이식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모바일 버전 론칭 이후 액티브 유저가 급상승했고, 이는 게임 내의 소셜기능과 맞물려 페이스북 유저까지 다시 늘리는 역할도 했다. 구글 등의 검색 수도 급증가했다. 모바일에 맞춘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현하다 보니 게임의 전반적인 네트워크 성능도 향상됐다.
“이미 한 번 크로스 플랫폼으로 개발한 만큼 이후 모바일이 아닌 제2, 제3의 플랫폼이 나오더라도 해당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해서 경험을 이어 가도록 만들 수도 있다”는 게 토미 팜의 설명이다. 킹은 다른 페이스북 게임도 크로스 플랫폼으로 전환했고, 그 결과 킹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액티브 유저는 2013년 5월, 1억9,000만 명을 넘어섰다.
크로스 플랫폼 전환의 결과. 모바일 유저가 늘어나면서 페이스북 유저도 함께 늘었다.
■ 모바일게임 마케팅? 스토어에만 의지하지 말라
토미 팜은 마지막으로 모바일에 맞춘 마케팅과 브랜딩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디지털 마켓에서 마케팅과 브랜딩은 다른 마켓보다도 중요하다.
다들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 스토어처럼 같은 영역에서 게임을 출시하는데 이미 출시된 게임은 수 백만 개가 넘는다. 결국 어떻게 하면 유저들이 우리 게임을 더 쉽게 찾을지 고민해야 하고, 액티브 유저를 유지해 차기작으로 이어 나갈 필요도 있다.
다행히 <캔디 크러쉬 사가>는 아직도 하루에 15만 다운로드 이상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우연히 온 건 아니다. 광고부터 언론을 통한 홍보활동, ‘워드 오브 마우스’(입소문을 통한 홍보)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원래 <캔디 크러쉬 사가>가 서비스되던 페이스북을 이용한 홍보도 주요했다. 현재 페이스북은 11억 명 이상이 이용 중이고, 그중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보고 있다. 앱스토어로 가는 링크나 뉴스피드, 북마크, 타임라인 등을 이용해 바로 게임을 다운로드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필요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앱스토어 10위권 내에 진입하려면 하루 7만5,000 건 이상의 다운로드가 필요하다. 단순히 앱스토어에만 의존해서는 이만큼의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게 토미 팜의 이야기다.
적당하게 소셜 기능을 이용하는 홍보도 큰 도움이 됐다. <캔디 크러쉬 사가>는 부담이 되지 않는 ‘가벼운 수준’의 소셜 기능을 게임에 넣었다. 친구에게 하트를 줄 수 있고, 자신의 에피소드를 모두 마치고 나면 친구에게 도움을 주는 게 가능하다. 같이 게임을 즐기는 친구가 어디까지 게임을 했는지도 알 수 있다.
<캔디 크러쉬 사가>가 굳이 모여서 즐기라고 만든 게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한데 모여서 게임을 즐기고 있으며, 게임을 본뜬 다양한 이미지나 꾸미기도 이어지고 있다. 소셜에 집중한 게임들보다는 못하지만 이런 가벼운 소셜 기능도 홍보에는 큰 도움이 된다.
아래는 토미 팜 모바일 구루와의 일문일답이다.
함께 모여서 <캔디 크러쉬 사가>를 즐기거나 게임에 등장하는 캔디를 페디큐어로 만든 사진.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사진들은 알아서 게임을 홍보해 준다.
앞서 어려운 레벨을 수정했다고 말했는데, 게임이 어려울수록 결제는 늘어나는 법이다. 굳이 수정한 이유라도 있나?
토미 팜: 밸런스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 사실 게임마다 다른 부분인데 <캔디 크러쉬 사가>라면 마지막 레벨이 가장 어렵고, 이를 달성했을 때 사람들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기조가 있었다. 그래서 레벨에 따른 밸런스가 더 중요했다.
팝캡의 <비쥬얼드>처럼 크로스 플랫폼을 택한 다른 게임도 많다. 그중에서 <캔디 크러쉬 사가>가 유독 뜬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세 가지 정도의 요소가 있다. 먼저 캔디라는 친숙한 소재를 썼고, 한 줄 혹은 한 색을 통째로 없애는 특수 캔디를 조합해서 더 강한 캔디를 만드는 등 다이내믹한 요소가 많다. 여기에 모바일을 포함해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면서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적당한 소셜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 차이가 아닐까 싶다.
악몽의 레벨 65를 만든 개발자를 찾아내 죽이겠다는 패러디 이미지.
킹의 직원 사진. 동그라미가 해당 레벨을 만든 개발자다.
유저 구매는 얼마나 되는 수준인가?
킹은 비상장회사인 만큼 결제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 다만 마지막 385단계까지 달성한 유저 중 75%는 결제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는 건 밝힐 수 있다. 처음부터 게임을 무료로 설계했고 계속 게임을 하다 보면 어떤 단계든 클리어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참고로 아이튠즈를 보면 어떤 아이템이 인기가 있는지 보여주는데, 특정 레벨을 깨기 위해 캔디 이동횟수를 늘리거나, 새로운 에피소드로 넘어가기 위한 아이템을 가장 많이 구매했다.
크로스 플랫폼을 말했는데 스마트TV에도 관심이 있나?
물론 스마트TV도 우리가 고려하는 플랫폼 중 하나다. 다만 우리 회사가 기술 혁신에 가장 앞선 회사는 아니다. 많은 사람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디바이스가 보급됐을 때 움직이는 것이 좋다. 스마트TV 시장은 꼭 커질 거라고 기대하지만 아직은 보급률이 높은 편은 아니다. 유심이 지켜보고 있다. 안드로이드 콘솔 등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시장이 될 수 있을 거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