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탐방은?] 최근 ‘스마트한’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개발사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디스이즈게임은 스마트게임 개발사를 찾아가 그들의 비전과 주요 신작을 살펴보는 연재물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개발사는 <파이팅히어로>와 <프로젝트 M>을 개발 중인 이피피소프트입니다. 지난해 초에는 게임엔진 개발 및 MMORPG 개발사로 디스이즈게임에 기사가 실렸던 곳인데요, 게임시장 변화에 맞춰 모바일게임 개발사로 탈바꿈했습니다. 먼저 9일 출시되는 첫 모바일 타이틀 <파이팅히어로>의 영상부터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파이팅히어로> 멀티플레이 영상
10명 남짓한 인원으로 구성된 이피피소프트는 지난해까지 온라인게임 엔진인 ‘EPP엔진’과 온라인게임 <더 프리딕션> 개발에 전념하던 개발사다. <코어온라인>을 비롯한 몇몇 MMORPG에서 EPP엔진을 사용했고, <더 프리딕션>도 CBT 단계까지 개발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1년 사이에 게임시장이 크게 달라졌다.
카카오톡을 만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온라인게임 시장은 극소수의 게임만 살아남는 척박한 환경으로 변했다. 1등 게임이 아닌 한 살아남기 어려워졌고 <더 프리딕션>의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고비에 놓였다. 결국 이피피소프트 최재영 대표는 모바일게임으로의 전환을 결심했다.
이피피소프트의 장점은 기술력이다. 상용 게임엔진을 스스로 개발했고, 삼성의 타이젠 OS용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각종 개발에도 참가했다. 원래 엔진 개발사로 시작한 만큼 기술력 하나는 확실하다는 게 최 대표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피피소프트는 모바일게임에서도 조금은 무겁고 기술력이 필요한 미드코어 게임을 중심으로 개발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왼쪽부터 서정욱 과장, 최재영 대표, 배문수 이사.
<파이팅히어로>의 매지션
■ <파이팅히어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드코어에 집중!
이피피소프트의 첫 타이틀인 <파이팅히어로>는 네트워크를 강조한 모바일 3D MORPG다. 나이트, 어쌔신, 매지션의 3개 직업 중 하나를 골라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식이며, 최대 4인까지의 온라인 멀티플레이가 가능하다.
순간이동 같은 위치이동 스킬을 빠르게 사용하고, 다수의 적과 논타겟팅 방식으로 전투를 벌이는 과정이 모바일에서 모두 실시간으로 이어진다. 모바일게임에서는 까다롭다는 PvP도 구현했다. <파이팅히어로>에서는 현재 데스매치와 깃발뺏기, 일반전투 3가지 PvP 모드를 지원한다.
앞으로는 팀전과 중립 몬스터가 있는 PvP 보스전도 구현할 예정이다. PvP 인원도 현재 4인으로 제한되지만 유저의 반응에 따라 유동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피피소프트 내부에서는 이미 16인까지의 멀티플레이 실험을 마쳤다.
여기에 <디아블로 3> 방식의 랜덤 옵션을 통한 아이템 파밍, 무한의 던전을 통한 친구와의 경쟁 등도 도입했다. 온라인게임에서 느꼈던 경험을 100으로 본다면 적어도 80~90의 재미는 경험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목표다. 물론 솔로플레이도 가능하다.
■ 차기작부터는 자체엔진 사용! 2개의 신작 준비 중
<파이팅히어로>는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됐다. 자체엔진인 EPP엔진을 모바일에 대응시키는 데 시간이 필요했고, 유니티 엔진을 통해서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차기작부터는 자체엔진을 이용해 보다 완성도 높은 그래픽과 게임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미 <프로젝트 M>을 비롯해 2개의 자체엔진을 활용한 차기작을 개발 중이다. 직접 만든 엔진의 구조를 속속들이 아는 만큼 개발속도가 빠르고 결과물의 완성도도 높다는 게 이피피소프트의 자신감이다. 아래는 EPP엔진으로 개발 중인 차기작 <프로젝트 M>의 테스트 버전을 모바일 기기에서 직접 구동한 영상이다.
<프로젝트 M>의 테스트 버전 스크린샷.
■ [미니인터뷰] “미드코어의 최강자가 되겠다”
TIG>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최재영 대표(이하 최): 어렵게 지내고 있다.(웃음) 사실 굉장히 바빴다. 일단 모든 업무를 모바일로 전환했다. 그런데 모바일 시장이 파이는 커졌는데 사업적인 규모에서는 아직 피처폰 시대를 답습하고 있더라. 그래서 일은 많은데 기술지원이나 개발로 큰 돈을 벌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도 유저에게 직접 게임을 선보이고 성공할 수 있는 기회는 늘어난 걸 보면 기분은 좋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형국이랄까.(웃음) 기술력 있는 업체는 일단 먹고 살 수는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
TIG> 그럼 온라인게임 사업은 이제 그만둔 건가?
서정욱 과장(이하 서): 망했죠.(웃음)
배문수 이사(이하 이): <더 프리딕션>의 퍼블리싱 계약을 하려던 시기에 모바일게임이 급상승하고 PC게임 시장은 추락했다. 투자설명회에 가보니까 PC게임 투자를 하겠다는 곳은 하나도 없더라. 세상 물정 모르고 너무 개발에 몰두했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덕분에 빠르게 모바일게임으로의 전환을 결정할 수 있었다.
최: PC온라인 사업은 완전히 접었다. 시장상황도 상황이었지만 여러 정황상 좋지 않은 시기였다. 규제도 심해지면서 투자심리도 위축되고, 개발사도 줄어들고, 몇몇 경쟁력 있는 게임만 투자를 받고 퍼블리싱 진행되는 상황이 우리가 (더 프리딕션의) 퍼블리셔 찾던 시기다.
소규모 개발사에서는 자금이나 인력 면에서 1등 전략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없다. 근데 온라인게임은 이젠 1등 전략을 내세울 규모가 아니면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결국 <더 프리딕션>을 CBT 단계까지 만들었지만 더 이상 진행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자체제작 EPP엔진으로 개발 중이었던 <더 프리딕션>의 스크린샷.
TIG> 그럼 모바일게임에서는 어떤 걸 개발하고 있나?
최: 일단 제대로 된 미드코어 RPG를 만들자는 게 목표다. 온라인 수준의 MORPG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다. 모바일에서 네트워크가 대폭 발달했지만 대부분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그 부분에서 100%는 아니더라도 온라인에서 즐겼던 경험의 80~90%라도 전달해 보자고 생각해서 만든 게 <파이팅히어로>다.
배: 사실 외국에서는 이미 평범하게 나오는 게임들인데 국내에서는 유독 RPG나 네트워크 게임들이 기를 못 펴고 있다. 해외보다 오히려 네트워크 사정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TIG> 결국 멀티플레이가 강점이라는 건데, 솔직히 안정성 걱정이 되지 않나?
서: <파이팅히어로> 같은 경우에는 현재 4인 멀티플레이까지 가능하다. 인원은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서 8~10명이 나오는 던전도 마음만 먹으면 구현할 수 있다. 몬스터가 없다는 전제 아래 최대 16명의 멀티플레이도 실험해 본 상황이다. PvP도 10명 이상이 즐길 수 있는 수준이고. 초반에는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고 모바일 디스플레이의 한계도 있어서 어디까지 제한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네트워크에 대한 걱정을 많이들 하시는데 인프라는 더 좋아지고 있다. 다만 접속 안정성이 문제인데 일단 오가는 패킷량을 최소화했고,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접속이 계속 유지되지 않을 때도 문제가 없도록 개발했다. 최후의 보루로 재접속이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최: 3G에서 테스트를 거쳤는데 멀티플레이에는 문제가 없었다. LTE나 와이파이에서는 더 쾌적했고. 엔진과 온라인게임 만들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됐다.
TIG> 이제 자체엔진은 포기한 건가?
최: 그건 아니다. EPP엔진을 PC 기반으로 만든 건 맞지만 요즘은 모바일 지원도 가능하도록 폭을 넓혔다. 안드로이드 OS, iOS, 타이젠 OS 등을 완전히 지원한다. <파이팅히어로>를 만든 유니티도 좋은 엔진이지만 EPP엔진은 우리가 가진 기술을 100% 녹여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더 높은 완성도의 모바일게임을 개발하는 데 활용할 생각이다.
TIG> 엔진판매 사업은 어떻게 되나?
최: 솔직히 쉽게는 불가능하다. 유니티 엔진이 일단 너무 싸고 좋다. 정책적인 부분도 따라갈 수가 없다. 그 가격에 그 성능이라니.(웃음) 다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엔진시장을 개척해 나갈 생각이다. 대중적인 유니티와 달리 적극적으로 게임 개발을 서포트해 준다고나 할까?
단순히 엔진에 대한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 이상의 서포트다. 자금력은 있지만 모바일게임 개발은 처음인 곳, 온라인게임에서 체질개선이 필요한 곳 등에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 본다. 엔진 가격 이상으로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EPP엔진의 개발 툴 화면.
TIG> 인력도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최: 부끄럽지만 전부 해서 9명이다. 개발 인력 대비 프로젝트가 정말… 많다. 게임만 몇 개를 만들고, 엔진에 외주개발도 맡으니까. 그런데 반대로 그만큼 개발에 특화돼 있는, 자부심이 있는 전문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TIG> 앞으로 모바일에서 어떤 게임을 만들어 나갈 생각인가?
최: 회사의 미래를 묻는 거라면 미드코어 게임을 누구보다 잘 만드는 개발사로 남고 싶다. <파이팅히어로>로 실시간 온라인 네트워크를 보여줬다면 <프로젝트 M>은 <파이널 판타지> 같은 실시간 턴 방식 RPG로 개발 중이다. 당연히 둘 다 라이트한 게임은 아니다. 앞으로도 미드코어에 치중된 게임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파이팅히어로> 어쌔신
<파이팅히어로>의 나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