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만화 작가나 지망생, 혹은 게임 기획자 등. 다양한 스토리를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를 엔씨소프트가 무료로 배포한다.
엔씨소프트의 비영리 공익 재단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은 18일 삼성동 엔씨소프트 R&D 센터에서 제작 발표회를 갖고, 스토리텔링 지원 프로그램인 <스토리헬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무료 배포 계획을 밝혔다.
스토리텔링 지원 프로그램은 작가들의 스토리 창작을 도와주는 도구다.
스토리텔링 지원 프로그램은 보통 스토리 창작의 모티프와 스토리텔링을 풍성하게 해주는 소재 DB, 그리고 이러한 모티프와 소재를 모아 이야기 전개를 짜는 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드라마티카 프로>나 <파이널 드래프트> 등과 같은 고가의 상용 스토리텔링 지원 프로그램들이 유통되고 있다.
■ 205개 모티프와 11만여개 플롯DB가 강점
이화여자대학교 이인화 교수가 설명하는 <스토리헬퍼> 사용법
이번에 엔씨소프트문화제단이 발표한 <스토리헬퍼>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고 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디지털 스토리텔링 창작 지원 프로그램이다. <스토리헬퍼>는 엔씨소프트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웹 기반의 공동 저작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가 보유한 205개의 스토리 모티프와 116,796개의 데이터베이스가 갖추어져 있다.
작가는 <스토리헬퍼>를 이용해 자신이 창작하려는 이야기가 기존의 어떤 작품과 유사한지 알아보거나, 자신이 창작하려는 이야기와 유사한 모티프나 소재를 편집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다.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의 이재성 전무는 “게임은 문화콘텐츠고, 문화콘텐츠가 잘 되려면 영화나 소설과 같은 문화콘텐츠 모두가 잘 되어 창작 인프라가 갖추어져야 한다. 게임이나 영화, 드라마 등 모든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고민은 결국 좋은 스토리다. 이번에 발표한 <스토리헬퍼>가 창작자들의 스토리텔링은 물론, 문화콘텐츠 업계 전반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엔시소프트문화재단과 이화여대 디지털스토리텔링 연구소가 공동개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개발을 지원한 <스토리헬퍼>는 공식 홈페이지(//storyhelper.co.kr/)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스토리헬퍼는 한국에 걸맞은 스토리텔링 지원 프로그램
다음은 제작발표회장에서 있었던 일문일답이다.
모티프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 라인 설계를 강점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상황이나 장면보다는 인물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경우에도 유용한가?
이화여대 이인화: 이야기가 시작되는 데는 인물이 처한 상황 못지않게 이를 직면하는 인물 내면의 모순과 불일치가 중요하다. <스토리헬퍼>는 이러한 사건과 인물 내면의 샘플을 제공하고, 이로부터 이야기 전개를 유추하게 하는 방식을 취한다. 때문에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이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 전 이인화 교수가 소설 <지옥 설계도>를 출판하면서, <스토리헬퍼>를 이용한 덕분에 초고로 썼던 15,000매 중 2,000매 정도를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완성버전의 효용은 얼마나 되리라 생각하는가?
이인화: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기가 완성한 작품 분량의 10배 분량의 초고를 쓴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스토리 전개를 잘못 잡아 어쩔 수 없이 버리는 원고가 대부분인데 <스토리헬퍼>를 이용하면 이 부분을 크게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양을 말하진 못하겠지만 20,000매의 원고를 쓴다면 그 중 몇 천 매 정도는 아낄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순문학은 장르 문학보다 스토리 전개에 있어 모티프나 플롯을 덜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순문학 작가들에게 <스토리헬퍼>의 효용이 얼마나 되리라 생각하는가?
이인화: 스토리텔링에 있어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구분이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는다. <스토리헬퍼>의 DB와 툴은 모든 작가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사전 테스트에서도 모든 작가들이 <스토리헬퍼>에 대해 고른 호의를 보였다.
한 편 이상의 작품을 출판한 전문작가는 <스토리헬퍼>가 추출해주는 유사 플롯 작품 리스트에 호의를 표했고, 초보 작가들은 작품의 플롯과 시나리오를 편집하는 툴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스토리헬퍼>를 이용하는데 있어 IT기술에 대한 친화도 때문에 꺼릴 순 있어도, 자신이 다루는 문학장르 때문에 꺼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토리헬퍼>에는 1,400여 개의 영화를 분석한 데이터가 들어가 있다고 들었다. 혹시 저작권 면에서 문제가 있지는 않은가?
이인화: 그렇지 않아도 <스토리헬퍼>를 개발하며 가장 신경쓴 문제 중 하나였다. 하지만 문의결과 다행히도 우리 DB는 2차 창작 범주에 들어 저작권에 저촉되지 않더라. 영화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담은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고 분석한 데이터를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스토리헬퍼>의 주요 기능 중 하나가 기존 작품들을 분석해 플롯과 아이템을 추출한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기존 작품과 유사한 작품이 나오는 것은 아닐까?
이인화: 플롯은 스토리와 다르다. 세상 대부분의 작품은 기존 작품의 플롯을 공유하고 있으며, 독창적인 캐릭터와 디테일, 주제 등으로 자신만의 독창성을 확립해 나간다. <스토리헬퍼>가 제공하는 DB는 플롯의 구성을 단단하게 해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주제를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또한 <스토리헬퍼>에는 다른 작품과 자신이 창작한 작품의 플롯 유사도를 비교하는 기능도 있다. 이를 이용하면 자신의 작품이 얼마나 독창적인지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스스로 경계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 쓰이는 <파이널 드래프트> 등의 프로그램과 <스토리헬퍼>를 비교한다면?
이인화: 가장 큰 차이점은 DB다. <파이널 드래프트>의 강점은 DB가 아니라 작가가 스토리 창작에 기여한 것을 수치화시켜주는 장치다. 집단창작이 활성화된 미국이기에 가능한 장치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집단창작 시스템이 아직 자리잡지 못했고, <파이널 드래프트>같은 스토리텔링 지원 프로그램도 없다. 그래서 <스토리헬퍼>는 DB기능을 강화해 작가들의 창작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졌다.
<스토리헬퍼>는 어떻게 제공하는가?
이화여대 김명준 교수: <스토리헬퍼>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웹기반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으나, 모바일에서는 일부 기능이 지원되지 않고 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이 부분은 빠르게 고치도록 하겠다.
1,400여건에 달하는 영화의 데이터가 등록되어 있다. 혹시 앞으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한 업데이트도 고려하고 있는가?
엔씨소프트 이재성 전무: 유지보수와 데이터 업데이트를 위한 합리적인 수준의 재정은 앞으로도 계속 지원될 예정이다.
앞으로 <스토리헬퍼>를 이용한 시나리오공모전을 개최할 계획은 없는가?
이재성: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일단은 <스토리헬퍼>가 어떻게 현장에 안착하느냐가 먼저일 것 같다. <스토리헬퍼>가 창작자들에게 잘 쓰이고, 사회적으로 의의를 갖게 된다면 그 다음에 생각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