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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안드로이드 전성시대. 계륵이 된 애플 앱스토어

앱스토어 점유율 10% 미만. 카카오톡 위해 어쩔 수 없이 지원 중

안정빈(한낮) 2013-07-29 13:28:11

안드로이드를 OS로 채택한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애플의 앱스토어가 ‘계륵’ 취급을 받고 있다. 적극적으로 챙기기엔 국내 시장규모가 너무 작고, 챙기지 않기엔 카카오톡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A 개발사 대표는 고민에 빠졌다. iOS 때문이다. 10명 안팎의 적은 인원으로 게임을 개발하는 A 개발사의 형편에서는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을 모두 만들기엔 어려움이 있다.

 

자체적으로 판단한 국내 시장의 안드로이드와 iOS 비중은 9:1 정도. 간단하게 iOS 버전을 포기하면 될 것 같지만, 그조차 쉽지 않다. 카카오톡과 연동하는 게임은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을 함께 출시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이다.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한 홍보 효과가 절대적인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A 개발사처럼 작은 개발사가 카카오톡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A 개발사 대표는 카카오 입점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iOS버전 개발을 시작했다.

 

영국의 아이크로싱에서 발표한 2013년 한국의 OS 점유율. 안드로이드가 90%를 넘었다.  



■ 출시는 하되 업데이트는 뒷전인 경우도

 

이미 게임을 출시한 개발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B 개발사는 카카오에 입점해서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iOS 버전으로 고민하기는 매한가지다. B 개발사의 iOS 매출규모는 5%에 이하. 반면 iOS  버전을 업데이트하는데 들어가는 인력은 안드로이드 버전과 똑같다.

 

결국 B 개발사는 iOS 버전 업데이트를 개발 마지막 순위로 돌렸다. 그 결과 iOS 버전은 안드로이드 버전에 비해 업데이트가 몇 주씩 느리다. 카카오에서 안드로이드 버전과 iOS 버전의 동시 출시는 신경을 써도 업데이트까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한 일종의 편법이다.

 

B 개발사 대표는 "여유가 없는 작은 개발사에서 매출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iOS 버전을 꼬박꼬박 개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카카오톡을 포기할 수도 없으니 남은 건 여유가 날 때만 iOS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iOS 업데이트를 꾸준하게 진행하는 개발사도 앱스토어 심사로 업데이트가 늦어지는 일이 많다.

 

 

 

■ 늦은 심사, 적은 매출. iOS 시장의 어려움

 

국내 개발사들이 앱스토어에서 겪는 어려움은 크게 3가지다.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알 수 없어서 출시일정이나 이벤트에 맞추기 쉽지 않고, 심사 자체도 까다롭다. 유니티처럼 iOS 포팅을 쉽게 지원하는 엔진이 아니라면 개발인력도 안드로이드의 2배 이상이다. 

 

실제로 A 개발사는 인터페이스에서 종료버튼을 빼고, 부분유료화 부분을 일부 수정하라는 애플의 요구로 출시가 4주 이상 밀렸다. 이후에도 출시예정일을 하루 앞두고서야 앱스토어에 출시된다는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사전홍보가 중요한 모바일게임에서 명확하지 못한 일정관리는 치명적이다.

 

B 개발사 역시 애플의 검수기간을 맞추지 못해서 중요한 업데이트나 이벤트 시기를 놓친 경험이 잦다. 이런 경향은 iOS 버전 출시경험이 적은 신규 개발사일수록 더하다.

 

iOS 매출과 안드로이드 매출이 비슷하던 시기에는 하나의 OS를 택하거나 여력이 될 경우 2개의 OS를 모두 택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안드로이드만 집중하고 싶어도 카카오 입점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매출도 나오지 않는 iOS를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게 개발사 대표들의 이야기다.

 

A 개발사 대표는 "개발사들 사이에서는 (iOS 개발이) 카카오톡에 입점하기 위한 일종의 패널티라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솔직히 iOS를 무시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지금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카카오톡 플랫폼 없이 게임을 서비스하기란 쉽지 않다. 

 


■ iOS를 버릴 수 없는 카카오톡, 계륵으로 남은 iOS

 

안드로이드와 iOS의 동시출시를 고집하는 카카오도 할 말은 있다. 여전히 iOS 사용자도 많은 만큼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가 어느 한 OS를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은 일종의 플랫폼인 만큼 어떤 OS를 사용하는 유저든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홍보를 위해서라도 iOS 버전은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C 개발사는 카카오에서 양 OS의 동시 출시 규칙을 세우기 전에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게임을 출시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이용한 친구 초대 메시지가 iOS 유저에게만 들어가면 끊기는 탓에 제대로 된 홍보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C개발사는 이후 iOS 버전을 곧바로 개발해 출시했다.

 

C 개발사 대표는 "안드로이드 버전만 출시했을 때는 친구 초대 메시지가 iOS 유저에게 들어가는 순간 소셜 확산이 차단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후 iOS 버전을 낸 이후에는 그런 현상이 사라졌다"며 카카오톡을 이용한 게임이라면 애플 심사나 까다로운 개발과정을 감수하고서라도 iOS 버전을 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국내 휴대폰시장에서 안드로이드 OS의 점유율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나 시기에 맞춘 업데이트 등이 중요해지면서 국내 iOS 시장은 개발사들에게 당분간 '계륵'신세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