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성전>이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에서 진행중인 <불타는 성전>의 등급심의 결과가 기존의 15세 이용가를 깨고 ‘청소년 이용불가’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게임위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도 감안하고 <불타는 성전>의 폭력성 정도를 심의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위는 게임의 폭력성을 과거 영상물등급위원회 시절과 다른 잣대로 보고 있다. 칼이나 피의 묘사 같은 외형적인 부분보다 ‘누군가를 죽이는 이유’, 즉 개연성까지 심도 깊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게임위의 등급심의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위의 한 관계자는 “유저가 퀘스트를 통해 어떤 이유로 적을 죽이는지가 중요하다. 퀘스트의 시나리오 상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등급 하향이 될 수도 있지만, 뚜렷한 목적 없이 죽이는 행위가 반복된다면 등급심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불타는 성전>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게 될 경우 블리자드 코리아는 18세 이하의 기존 유저들에게 요금을 환불해줘야 하며, 향후 프로모션과 서비스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 운명의 D-데이, 1월 31일이 될 가능성 높다
<불타는 성전>의 심의 결과는 다음주 수요일인 1월 31일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임위 김기만 위원장은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수요일(31일)에 등급심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게임위는 25일과 26일 이틀간 전직원이 동원되어 <불타는 성전>의 심의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직접 심의를 하지 않는 직원들은 전문의원들의 ‘검토 보고서’ 작성을 돕기 위해 인스턴스 던전 공략이나 주요 퀘스트 해결에 도움을 주는 역할로 참가하고 있다.
이번 주 금요일까지 심의자료 확보가 끝나고, 다음 주 월요일(29일)까지 검토 보고서가 나오면 1월 31일에 정상적으로 등급심의가 가능해진다. 전체적인 게임위의 분위기도 ‘31일 심의’로 모아지고 있다.
■ 블리자드 코리아, “얼마든지 수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코리아는 이미 <불타는 성전>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맞을 수도 있다는 가정 아래 여러 가지 준비를 해왔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부분이 있을 경우 얼마든지 수정할 의사도 있다는 입장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시절 클로즈 베타부터 오픈 베타, 상용화, 대형 업데이트까지 총 네 차례의 등급심의를 통해 ‘15세 이용가’를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특정 NPC의 목이나 손을 잘라오라는 퀘스트가 문제가 된다는 영등위의 입장을 전달받고 ‘머리카락’과 ‘장갑’으로 대체해 15세 이용가를 받은 전력이 있다.
문제는 일단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 나와버리면 오픈베타 및 당분간 서비스에 심대한 타격을 받는 부분이다. 수정해서 다시 심의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 동안 정상적인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 결과에 따라 MMORPG 등급 논란 우려
만일 <불타는 성전>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맞을 경우, 원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는 15세 이용가, 확장팩 <불타는 성전>은 청소년 이용불가로 나눠지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게다가 게임위는 자체 직권으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재심의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어 향후 원작의 등급도 바뀔 수 있다.
이와 함께 <불타는 성전>의 등급심의 불똥은 다른 MMORPG에도 튀게 된다. 폭력성 정도가 비슷한 게임들의 심의도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에 15세 이용가를 받았던 RPG들이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재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업계와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가능성은 50% 정도. <불타는 성전>의 심의결과에 따라 과거 영등위 시절 <리니지 2>의 18세 이용가 등급판정 논란에 버금가는 일대 파란이 예상된다.
게임위가 적용하고 있는 '등급분류 세부 심의기준' 중 폭력성의 청소년 이용불가 항목.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불타는 성전>의 스크린샷.